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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억 넘는 상속, 부자 감세 논란 자초'... 상속세 최고세율 낮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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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4년 만에 상속세를 대폭 완화한다. 최고세율을 10%포인트 낮추는 게 골자다. 최대주주가 상속하는 주식 가치를 20% 높게 평가하는 할증평가 폐지도 재차 공식화했다. 상속세 개편만으로 내년 2조 원 이상, 내후년부터 매년 4조 원의 세수가 증발해 재정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고액 자산가에게 혜택이 집중돼 ‘부자 감세’ 논란도 불가피하다.
25일 정부는 ‘2024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하면서 “경제 여건 변화와 세 부담 완화를 위해 상속‧증여세율과 과세표준, 공제금액을 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경제 성장과 자산가격 상승에도 세율 변화 등이 없어 사실상 ‘자동 증세’ 된 상속세 부담을 덜기 위한 '조세체계 합리화'가 명분이다. 1997년 대비 전국 부동산 평균 가격은 2.2배, 수도권은 2.8배 올랐다.
상속세 개정안의 핵심은 세 가지다. 먼저 최고세율을 낮추고 관련 과세표준을 조정한다. 과세표준은 상속재산에서 각종 공제액을 뺀 금액을 말한다. 현재는 과세표준이 10억 원 초과~30억 원 이하인 경우 40%, 30억 원 초과 시 세율 50%로 과세한다. 그러나 개정안은 10억 원 초과 과세표준에 대해 40%의 세율을 일괄 적용하기로 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일본(55%)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던 최고세율이 미국‧영국과 같은 수준까지 낮아지게 되는 셈이다.
가장 낮은 세율(10%)을 적용하는 최하위 과세표준 구간은 확대(1억→2억 원 이하)하고, 자녀공제 금액은 10배(1인당 5,000만→5억 원) 늘린다. 저출생 문제가 심각한 만큼 다자녀 가구에 더 많은 혜택을 주기 위한 조치다.
상속세 공제는 기초공제(2억 원)에 자녀공제를 더한 합계액과 일괄공제 5억 원 중 큰 금액으로 공제받는다. 그동안엔 자녀공제액이 적어 일괄공제를 받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앞으론 자녀공제가 더 유리하다. 상속재산이 25억 원이고 상속인이 배우자와 자녀 2명을 둔 경우 현행 세제에선 배우자‧일괄공제를 적용받아 4억4,000만 원을 상속세로 내야 한다. 반면 개정안에선 배우자‧기초‧자녀공제 17억 원을 받아 세액이 1억7,000만 원으로 준다. 자녀가 3명이면 4,000만 원만 납부하면 된다.
기업의 상속 부담을 덜기 위한 가업상속공제 대상은 중소기업‧연매출액 5,000억 미만 중견기업에서 중소‧중견기업 전체로 늘리고,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R&D) 비중 등의 요건을 충족한 기업은 공제한도를 2배(최대 600억→1,200억 원) 확대한다. 비수도권 투자 촉진을 위해 지정한 기회발전특구에서 창업하거나 이곳으로 이전한 기업엔 공제한도 없이 가업상속공제를 적용한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높은 세율로 인한 시장 왜곡을 개선하고, 경제 활력을 높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해 56조 원의 세수 펑크가 났고 올해도 10조 원 이상 세수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잇따른 감세정책은 재정에 상당한 부담을 줄 수 있다. 정부는 세법 개정으로 향후 5년간 4조3,515억 원의 세수가 줄 것으로 봤다. 그중 약 93%가 상속세 몫이다.
세법 개정에 따른 세수 증감을 직전 연도과 비교하는 정부 방식(순액법)이 아니라, 세법개정안을 발표한 연도를 기준으로 매해 얼마 줄었는지 따지는 누적법으로 계산하면 세수 감소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같은 기간 약 18조4,000억 원의 세수가 줄어들 것으로 추산됐다. 상속세만 해도 내년 2조4,199억 원 감소 후 내후년부터 4조565억 원씩 덜 걷힌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2022년 첫 세법개정안부터로 범위를 넓히면 누적법으로 따진 총세수감소액은 81조 원에 달한다. 정정훈 기재부 세제실장은 “5년간 누적 세수 약 2,000조 원 대비 81조 원 규모로, 적은 금액은 아니지만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위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상속세 개편 혜택이 고소득층에 편중된 만큼 부자 감세 논란도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순액법 기준 상속세 세수 감소액은 전체적인 과세표준 조정으로 8만3,000명이 5,000억 원의 혜택(1인당 약 600만 원)을 볼 것으로 추산됐다. 이에 비해 최고세율 인하로는 2,400명이 1조8,000억 원의 세금(1인당 7억5,000만 원)을 덜 내게 된다. 부의 대물림을 막겠다는 목적의 상속세를 개편하면서 고소득층에 더 큰 혜택을 안긴 셈이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최고세율 인하는 특정 계층에 혜택이 쏠릴 수 있어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자 감세를 비판해 온 야당이 의석수 과반을 차지한 만큼 상속세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정부는 국회를 설득하는 한편, 이르면 내년 상반기 상속세 부과 방식을 현행 유산세에서 유산취득세로 전환하는 방안도 내놓을 방침이다. 유산취득세는 상속자산 전체가 아니라, 각 상속인이 실제 상속받는 유산에 대해서만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이어서 세 부담이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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