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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세아 학대 사망' 유족 "관장이 아이들에 '꺼내주지 말라' 지시했다"

입력
2024.07.25 12:00
수정
2024.07.25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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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신고 안 하고 이비인후과 데려가"
"경찰 조사 때와 달라…형량 생각한 듯"

자신이 운영하는 태권도장에서 5세 남자아이를 심정지 상태로 빠뜨린 관장이 지난 19일 경기 의정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스1

자신이 운영하는 태권도장에서 5세 남자아이를 심정지 상태로 빠뜨린 관장이 지난 19일 경기 의정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스1

경기 양주시에서 벌어진 태권도장 아동학대 사건의 가해자인 관장이 "(피해 아동은) 예뻐하던 아이"라고 발언한 것에 대해 피해 아동 유족이 "형량 때문에 나온 발언"이라고 분노했다. 또 관장이 당시 아이를 거꾸로 세워 둔 채 자리를 비우면서 다른 아이들에게 '꺼내 주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12일 이 관장은 자신의 도장에서 피해 아동을 매트 사이에 거꾸로 넣은 채 20분가량 세워 둬 의식불명 상태에 빠트렸다. 아이는 결국 23일 숨졌다.

2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피해 아동 A군의 외삼촌 B씨는 "A군이 줄넘기 대회에 참가하지 않고 쉬는 것을 관장이 탐탁지 않게 여겼던 것 같다"며 "가만히 있는 아이의 다리를 잡아 매트 위에서 두 바퀴 정도 돌리다 매트에 거꾸로 넣었다는 것까지가 제가 아는 사실"이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아이가 중간에 살려 달라, 꺼내 달라고 얘기를 했었고 다른 아이들도 들었다고 한다"며 "그런데 아이들이 움직일 수 없었던 건 관장이 그렇게 해놓고 아이들을 째려보며 건들지 마, 꺼내 주지 마 얘기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심폐소생술 하는 사이 CCTV 영상 삭제한 듯"

B씨에 따르면 관장은 A군을 두고는 학부모 상담을 하러 갔다. 약 20분 뒤 다른 태권도 사범이 아이들이 우는 것을 보고는 A군을 발견해 데리고 나왔다. 하지만 관장은 119에 신고하는 대신 아이를 같은 상가의 이비인후과로 데려갔다.

이비인후과 의사가 심폐소생술을 하는 사이 관장이 도장의 폐쇄회로(CC)TV 영상을 삭제한 것으로 B씨는 추정했다. 그는 "(관장이) 아이를 의원에 내려놓고 두 번 왔다 갔다 했다. 한 번은 옷을 갈아입은 것 같고, 한 번은 그사이에 CCTV를 삭제한 것 같다"고 했다. 이어 "걸리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삭제하지 않았나 싶은데 (CCTV) 포렌식 하는 걸 (관장이) 몰랐다고 얘기했다 한다"고 전했다.

B씨는 평소에도 태권도장에서 학대가 있었다고 추측했다. 그는 "사범들이 증언하길 아이를 매트에 던진다거나 저희 조카가 맞는 모습을 몇 번 봤다고 한다"며 "아이들한테 이런 걸 전부 다 장난으로 인식시켰다"고 주장했다. B씨에 따르면 A군 외 다른 아동 3명도 '학대당했다'는 내용의 고소장을 제출했다.

자신이 운영하는 태권도장에서 5세 남자아이를 심정지 상태로 빠뜨린 관장이 지난 14일 오후 경기 의정부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자신이 운영하는 태권도장에서 5세 남자아이를 심정지 상태로 빠뜨린 관장이 지난 14일 오후 경기 의정부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예뻐하던 아이? 형량 낮추려는 것"

관장이 지난 19일 검찰에 송치되며 취재진 앞에서 "(A군은) 너무 예뻐하던 아이였다"며 눈물을 흘린 것에 대해선 형량을 낮추기 위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B씨는 "진술할 땐 그런 내용이 없었는데 경찰 관계자들도 깜짝 놀랐다고 한다"며 "지금 하는 행동과 말하는 것들이 조사 단계에서 나왔던 저희가 들은 얘기와 전부 다르다. 자기 형량 때문에 나오는 발언이라고밖에 파악이 안 된다"고 분노했다.

또 "사건 발생 다음 날 동생이 경찰서에서 관장을 만났는데 (관장이) 합의 얘기를 꺼냈다"며 "사과도 아이가 실려간 병원에서 무릎 꿇고 하더니 그 이후론 한 번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그사이에 한 행동이라곤 태권도장을 (매물로) 내놓은 것인데 관원 250명이라고 홍보하며 보증금 2,000만 원 정도 올려 급매로 내놨더라. 손해는 보지 않고 돈만 챙기려는 행동"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장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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