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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패장' 한동훈에게 3개월 만에 다시 당의 운명을 맡긴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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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입문 7개월밖에 안 된 검사 출신 한동훈 대표가 집권여당의 수장 자리를 꿰찼다. 전당대회 기간 내내 주류인 친윤석열(친윤)계가 윤심(尹心)을 앞세워 '배신자' 프레임까지 동원해 거세게 공격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보수는 총선 참패 책임을 지고 물러난 지 103일밖에 안 된 정치 신인에게 다시 당의 운명을 맡겼다. 한동훈을 낙점한 보수의 선택이 갖는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한 대표는 이번 전대에서 62.84%라는 득표율로 당선됐다. 20년 이상 보수 정당에 몸담았던 나경원(14.5%) 원희룡(18.8%) 윤상현(3.7%) 후보를 합친 득표율(37.16%)을 훨씬 웃돌았다. 당 내부에서는 24일 "한 대표 당선은 예상했지만 이렇게까지 격차가 벌어질지는 예상 못했다"는 얘기가 나왔다.
한 대표의 낙승은 우선 보수의 위기감과 연결돼 있다. 4 ·10 총선에서 국민의힘은 참패했지만, 이후에도 당은 무기력했다. '보수가 위기에 직면했지만,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말까지 나왔다. 반면 이재명 전 대표를 중심으로 입법권력을 공고하게 장악해 가는 더불어민주당을 보면서 고조된 위기감이 패장 한동훈을 다시 불러냈다는 얘기다. 여권 관계자는 "총선 이후 민주당이 전국정당으로 입법권력을 장악했지만, 국민의힘은 대구·경북 지역정당으로 위축됐다"며 "이대로라면 국민의힘이 '마이너 정당'으로 소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급속히 확산됐다"고 말했다.
총선 패배 직후 국정쇄신을 다짐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한 기대가 김건희 여사 논란 등으로 희석되면서 실망으로 바뀐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친윤계가 전폭적으로 지원한 원희룡 당대표 후보가 18%를 득표한 상황은 친윤계에 대한 당원들의 비호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면서 "당원들이 현재권력과 미래권력 사이에서 미래권력의 손을 들어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실망이 비상대책위원장 시절부터 각을 세우기 시작한 한 대표에게 쏠렸다는 것이다.
대선주자로 몸집을 키우고 있는 이재명 전 대표의 '대항마'를 찾아야 한다는 분위기도 한 대표 선택과 무관치 않다는 평가다. 특히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쌍방울 대북송금 관여 의혹 등 사법리스크가 여전한 이 전 대표 공략에 검사이자 법무부 장관까지 지낸 한 대표가 비교 우위에 있었다는 얘기다. 당의 한 관계자는 "같은 법조인 출신이라고 하지만 정치인으로 입지가 굳어진 나경원 원희룡 후보보다 한 대표의 경쟁력에 당심이 더 쏠린 것 같다"고 말했다.
위기 때마다 외부 인사 영입으로 승부를 걸었던 당의 전통도 무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한 대표 측 관계자는 "위기 상황 때 유능하고 성공한 외부 인사에 당 개혁을 맡겨온 게 보수 정당의 특징이었다"라며 "서울대·검사·70년대생인 한 대표는 보수의 눈높이를 충족시키는 인물"이라고 했다. 비록 총선에서 패배했지만 정치인으로서 한 대표의 능력을 온전하게 검증하지 못한 만큼 한 번 더 기회를 주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얘기다.
한 대표 당선은 '정치력이 입증된 결과'라기보다 '실력을 검증하는 무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박상병 평론가는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의 미묘한 관계, 당내 친윤계의 견제, 여소야대 상황을 뚫고 성과를 내야 하는 상황"이라며 "세 가지 과제를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따라 정치인 한동훈의 시간도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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