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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수의 '패싱'이냐, 이원석의 '언플'이냐… 검찰 '빅2'가 정면충돌한 세 지점

입력
2024.07.25 04:3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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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 출장조사 후폭풍]
①조사의 형식이 중요 vs 내용이 더 중요해
②총장을 왜 패싱하냐 vs 총장 지휘 배제중
③외부에 알릴 수밖에 vs 총장 저격에 실망

이원석 검찰총장이 2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원석 검찰총장이 2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건희 여사 '출장 조사'를 두고 시작된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의 갈등이 쉽게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상명하복을 중시했던 검찰 조직에서 검찰총장과 일선 검사장이 사건을 두고 공개적으로 충돌한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인데, 이것은 이원석 검찰총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이 김 여사 사건을 시작부터 완전히 다른 시각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총장은 대통령 배우자 사건에서도 예외 없이 '정의의 외관'이 지켜져야 한다는 입장이고, 이 검사장은 부르기 어려운 대상을 실제 조사할 수만 있다면 방식은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양측이 이 점에 대해서 의견을 좁히지 않고 있어, 갈등은 장기화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①조사의 외관 vs 조사의 내용

시각물_이원석 총장 이창수 지검장

시각물_이원석 총장 이창수 지검장

24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원석 검찰총장은 김 여사 소환 방식에 있어서 줄곧 '검찰청사 소환'을 고수했다. 이 지검장 부임 이후 조사 방식을 조율할 때에도 "서울중앙지검이 아니어도 검찰청 소환은 이뤄져야 한다"며 "김 여사 측에서 비공개 조사를 이야기하면 사전 보고하고 상의하라"고 지시했다. "조사 내용만큼이나 국민들에게 비치는 조사 방식도 중요하다"는 취지에서다. 검찰의 공정성을 의심받고 있는 사안에서 특혜를 주는 것은 조사를 안 하느니만 못 한 결과를 초래한다는 판단이었다. 이 총장은 주변에 "이런 사건의 주임검사는 검찰이 아닌 국민"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고 한다.

반면 이 지검장은 조사의 외관보다 '조사 여부'에 초점을 맞췄다. 검찰청이든 제3의 장소든, 검사가 김 여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하는 것은 똑같으니 형식보다 내용에 충실하자는 취지다. 김 여사가 소환을 거부한다고 해서 현실적으로 현직 영부인을 체포하기는 어렵기에, 수사팀도 "이번 기회가 아니면 대면조사를 성사시키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②총장 권한 있다 vs 총장 배제됐다

수사지휘권에 대한 해석도 달랐다. 이 총장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2020년 지휘권 발동으로 도이치모터스 사건에 대한 총장 수사지휘권이 사라졌어도 조사 방식은 총장과 상의해서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총장은 검찰청법상 여전히 검찰사무 총괄 및 지휘 감독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처럼 주말에 청사 밖에서 피의자 조사를 진행한 경우엔 더욱 그렇다. 검찰 내부에서도 대통령 배우자 사건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해 총장과의 상의 및 보고가 이뤄졌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한 지방검찰청 간부는 "수사의 공정성은 물론 조직의 존재 의미까지 의심받을 수 있는 사안"이라며 "아무리 지검장에게 수사지휘권이 있다 해도, 검찰의 가치나 명운까지 마음대로 정할 권한은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지검장은 "도이치 사건은 총장의 지휘권이 배제된 사건이므로, 조사 형식에 대한 최종 결정 권한도 총장 지휘권 밖에 있다"고 판단했다. 실제 추 전 장관 수사지휘서를 보면 '서울중앙지검이 대검 등 지휘 감독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수사한 후 그 결과만 검찰총장에게 보고'하도록 돼 있다.

③패싱 말라 vs 언플 말라

보고 없는 출장조사가 이뤄지고 난 뒤 이 총장은 그 사실을 외부에 공표했다. 출근길에선 한비자의 법불아귀(법은 귀한 자에게 아첨하지 않는다)를 언급하며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헌법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수사팀을 직격했다. 검찰총장이 개별 검사를 언론에서 공개적으로 저격한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다.

이 총장 주변에서는 "인사에 이어 수사에서도 패싱을 당하자, 기댈 곳은 여론이라고 판단한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 총장은 5월 검사장 인사 직전에는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을 남겨 달라"고, 이달 초에는 "도이치모터스 사건 수사지휘권을 회복시켜 달라"고 박성재 법무부 장관에게 요청했으나 모두 거절당했다. 총장 입장에서는 '위(장관)도 용산 편, 아래(이 지검장)도 용산 편'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다. 일선의 한 차장검사는 "총장은 검찰 모두의 뜻은 아니었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 조직 전체로 향하는 비난의 화살을 막으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총장의 저격에 당황한 분위기다. 이 총장의 공개 질책이 지검장과 수사팀을 '법을 지키지 않은 검사'로 만들어버렸다는 것이다. 양측의 갈등은 김 여사 사건 처분(기소 여부)을 두고도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검찰 안팎에서는 수사팀의 보고 누락이 잘못이긴 하지만, 수사의 내용은 그대로 평가해줘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이견이 계속 외부로 표출될 경우 갈등이 조직 전체로 퍼질 수 있다"며 "총장이 잘못은 짚고 넘어가되 포용할 부분은 포용하는 리더십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동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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