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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온 통일, 북한이탈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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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올해 처음으로 제정된 '북한이탈주민의 날' 기념식이 열렸다. 북한이탈주민의 날은 금년 초 윤석열 대통령 지시로 북한이탈주민을 우리 국민으로 보호하고, 따뜻하게 포용해 나가기 위한 목적에서 제정됐다. 국경을 넘고 힘들게 산 지난날들의 한이 일부라도 풀렸겠다는 생각에 안도의 마음이 든다. 이날 행사가 북한이탈주민들의 희망과 도전을 응원하고, 우리 사회에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따뜻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공감대를 확대하는 계기가 되었으리라 본다.
본격적인 탈북이 시작된 지 30년이 넘었고, 북한이탈주민 중 약 90%가 거주기간이 10년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사회적 거리감과 심리적 친밀감은 하락하고 있다. 2022년 서울대 통일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남한 주민이 탈북민에 대하여 친근하게 느끼지 않는다는 답변은 2018년 25%에서 2022년 32% 수준으로 높아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통령이 북한이탈주민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종합적인 보호와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역량 강화를 위하여 노력하겠다고 약속한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국민통합위원회에서도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북한이탈주민들이 더 이상 정착지원 대상이 아닌 당당한 대한민국 구성원이 되도록 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제안한 바 있다.
이들의 정착과 역량 강화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종합적인 보호와 지원체계 구축도 중요하지만, 민간 차원의 따뜻한 관심과 공감도 중요하다. 무엇보다도 우리 스스로가 어떻게 탈북민에 대한 '낯섦'에서 벗어나 친숙함으로 다가갈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탈북민은 당당한 대한민국 국민임에도 불구하고 출신에서 비롯된 낯선 존재로 인식하는 것을 극복해야 한다. 그동안 미디어 속에서 탈북민이 어떻게 비치고 있는지 성찰해 보아야 한다. 일반적인 범죄기사에서 북한이탈주민과 관련이 없음에도 북한이탈주민 출신임을 강조하는 기사가 등장하는 것이 현실이다. 탈북민 학교를 혐오시설화하는 주민들의 반응도 우리들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북한이탈주민의 날을 맞아 '먼저 온 통일'인 북한이탈주민이 우리 사회에서 낯선 존재로 배제되지 않고, 진정한 통합으로 나아가도록 일반 시민들의 공감 확산이 절실하다. 주민들이 함께 아파하고 함께 힘들어할 때 그들이 더 이상 아웃사이더로 남지 않을 것이다. 정부, 지자체, 지역주민 모두가 이들에게 따뜻한 품을 내줄 때 탈북민이 스스로 역량을 축적하여 우리 사회 통합의 기여자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2015년 탈북민 대안학교인 여명학교를 방문한 요아힘 가우크 독일 대통령은 "통일 이전으로 돌아간다면 통일을 준비하기 위해 어떤 일을 하시겠습니까?"라는 학생들의 질문에 "역사에 만약은 없지만, 만약 그때로 돌아간다면 우리도 통일 전에 여러분들처럼 서독에 먼저 온 탈동독민들의 서독사회 적응과정을 보며 통일 이후를 준비했을 거예요"라고 답했다고 한다. 탈북민들이 한국사회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부작용들은 사회통합을 위한 통일 예습, 미래 통일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생산적 과정으로 인식했으면 좋겠다. 불원간 다가올 통일을 위해서라도 먼저 온 통일, 탈북민들이 겪는 어려움을 공감으로 바라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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