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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기 뚜껑은 알고 있었다..."성폭행 안 했다"던 전 남친 딱 걸려

입력
2024.07.24 11:00
수정
2024.07.24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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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진술 외 증거 확보 난항
플라스틱 뚜껑에 범행 장면 담겨
화면 보정 등으로 추가 범행 적발
아동 신도 상대 성범죄 저지른 목사
검찰 치밀한 과학수사에 덜미 잡혀

LG전자에서 출시된 통돌이 세탁기(기사 내용과는 무관)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LG전자에서 출시된 통돌이 세탁기(기사 내용과는 무관)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전 여자친구를 수차례 성폭행한 혐의를 부인하던 남성의 범행이 통돌이 세탁기 뚜껑 덕분에 발각됐다. 검찰이 피해자가 증거로 제출한 영상을 정밀 분석하던 중, 세탁기의 플라스틱 뚜껑에 우연히 비친 범행 모습을 찾아내면서다.

24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춘천지검 강릉지청 형사부(부장 국진)는 3, 4월쯤 전 여자친구 A씨의 주거지에서 A씨를 여섯 차례에 걸쳐 강간한 혐의로 B씨를 구속 기소했다.

이 사건은 A씨의 피해 진술 외에는 객관적인 증거가 없고, B씨는 범행을 전면 부인해 혐의 입증에 다툼이 예상되는 사건이었다. 검찰은 경찰로부터 사건이 송치된 이후, A씨가 증거로 제출한 39분짜리 영상 분석에 착수했다. 그러나 A씨와 B씨의 모습이 확인되는 부분은 2분 정도에 그쳤고, 나머지 37분은 두 사람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만 비쳤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수사팀은 영상 분석 과정에서 A씨 주거지에 있던 통돌이 세탁기의 플라스틱 뚜껑에 약 37분간의 범행 모습이 비쳐 촬영된 것을 확인했다. 이후 대검 법과학분석과에 영상을 확대하거나 화질을 개선하는 영상 감정을 요청했다. 화면 보정과 화질 개선 등의 작업을 거치자, B씨가 A씨를 강간하는 장면이 명확하게 드러났다.

줄곧 혐의를 부인하던 B씨도 수사팀이 증거를 들이대자, 이내 범행을 모두 자백했다. 수사팀은 이 영상을 토대로 A씨가 미처 기억하지 못했던 추가 범행까지 밝혀 B씨를 구속 기소했다. 대검은 이 사건을 올해 2분기 과학수사 우수사례로 선정했다.

신도들 '그루밍 성범죄' 저지른 목사도 덜미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교회의 신도들인 발달지연 아동들을 수개월에 걸쳐 '그루밍'(길들이기)해 성범죄를 저지른 목사도 과학수사에 덜미를 잡혔다. 통영지청 형사1부(부장 조영성)는 지난해 4~6월 미성년자인 신도를 강제추행한 혐의(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와 같은 해 7, 8월 또 다른 신도를 강제추행 및 강간(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하고 휴대폰으로 몰래 촬영한 혐의(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이용 촬영 및 반포)로 목사 C씨를 구속했다.

검찰은 C씨가 범행을 부인하고, 피해자들이 아동인 점을 고려해 직접 보완수사에 나섰다. C씨의 휴대폰을 포렌식한 결과, C씨가 경찰 조사 전후로 피해자들을 회유하려 하고 교회 신도들을 통해 2차 가해를 한 정황을 밝혀냈다.

또 C씨와 피해자들의 유전자정보(DNA) 감식 등을 거쳐 강간 장소를 객관적으로 특정하고, 참고인들을 전면 재조사해 피해자들의 진술 신빙성을 보강했다. 이 사건 역시 올해 2분기 과학수사 우수 사례로 선정됐다. 검찰은 "이 사건은 성직자의 지위와 피해자들의 지적 수준을 이용한 전형적인 그루밍 성범죄로, 범행 중대성 등을 이유로 검찰이 피의자를 직접 구속해 사회적 지위를 이용한 약자 상대 성폭력 범죄를 엄단한 사례"라고 밝혔다.


이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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