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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뜬 '말라리아 경보'에 화들짝… '진단 키트' 찾는 시민들

입력
2024.07.23 18:00
수정
2024.07.23 18:22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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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13개 자치구 최초로 위험지역 포함
"예방약·진단검사"… 보건소에 문의 쇄도
지자체, 24일 방역 현장 실습 교육 실시

지난달 11일 경기 수원시 장안구의 한 주택가에서 장안구보건소 방역 관계자들이 모기유충 방제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11일 경기 수원시 장안구의 한 주택가에서 장안구보건소 방역 관계자들이 모기유충 방제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여름 휴가철에 말라리아 경보 발령이라니요."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대형 잡화점 내 '벌레 퇴치' 매대. 점심시간에 짬을 내서 온 회사원들이 여러 모기 퇴치제를 살폈다. 36개월 이하 유아가 쓸 수 있는 전용 기피제부터 패치, 스프레이까지 퇴치제를 대량 쓸어 담는 이들도 있었다. 직장인 이규민(36)씨는 "네 살짜리 아이와 주말에 여행을 가는데 말라리아 경보가 났다고 해 퇴치제를 사러 왔다"며 "코로나19 같은 전염병도 아직 신경 쓰이는데 모기까지 극성이라 걱정이 크다"고 했다.

올해 서울에서 처음 말라리아 경보가 발령되면서 시민들이 예방주사를 맞거나 퇴치제를 사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도 상황을 예의 주시하며 방역에 고삐를 죄고 있다.

서울시는 전날 말라리아 환자 2명이 발생한 강서구에 말라리아 경보를 발령했다. 9일 양천구에 이어 두 번째 경보다. 말라리아 경보는 하루 평균 매개모기 개체 수가 시·군·구에서 2주 연속 5마리 이상 발견될 경우 등에 내려진다. 지금까지 주로 경기 북부나 인천, 강원 지역에서 감염됐지만, 올해는 서울 13개 자치구가 처음 위험지역에 포함됐다. 20일 기준 올해 신고된 국내 말라리아 환자 330명 중 64명이 서울에서 나왔다.

지난달 27일 오후 인천 중구 인천보건환경연구원에서 연구사들이 모기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지난달 18일 전국에 말라리아 주의보를 발령했다. 연합뉴스

지난달 27일 오후 인천 중구 인천보건환경연구원에서 연구사들이 모기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지난달 18일 전국에 말라리아 주의보를 발령했다. 연합뉴스

서울까지 진입한 말라리아 위협에 시민들은 비상이 걸렸다. 강서구 주민 김모(26)씨는 "최근에 열이 나고 두통이 심했는데 말라리아에 걸렸을까 봐 덜컥 겁이 났다"며 "말라리아 키트를 약국에서 구매할 수 있는지 찾아봤다"고 말했다. 박모(30)씨도 "일단 포충기랑 모기 퇴치제를 사고, 혹시 집에 방충망이 구멍 난 곳은 없는지 살펴봤다"고 강조했다. 한 아파트 입주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단지 배수 시설에 방역차를 불러야 하는 것 아니냐는 글도 올라왔다.

보건소에도 문의 전화가 이어지고 있다. 양천구 보건소 관계자는 "경보 발령 전엔 관련 문의가 없다가 경보 후 하루에 2, 3건씩 예방주사나 약이 있는지, 신속진단검사가 가능한지 묻는 전화가 온다"고 전했다. 9일 발령 후 2주간 보건소에서 신속진단검사를 받은 사람만 30여 명이다.

말라리아 진단키트에 대한 관심도 부쩍 높아졌다. 5세 아이를 키우는 임모(32)씨는 "보건소에서 관내 병원에 말라리아 신속진단키트를 지원했다고 들었다"며 "동네에 있는 말리리아 진단기관 목록이 주민들 사이에서 돌고 있다"고 귀띔했다. 실제 구글 검색어 트렌드에 따르면, '말라리아 키트' 검색량(0~100)은 지난달까지 최근 1년간 0이었다가 이달 7~13일 33, 14~20일 54, 21~27일 100까지 크게 증가했다. 특히 경기와 서울에서 검색이 많이 이뤄졌다.

질병관리청이 공개한 말라리아 예방수칙 홍보물. 질병청 제공

질병관리청이 공개한 말라리아 예방수칙 홍보물. 질병청 제공

지자체들도 말라리아 확산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강서구 보건소 관계자는 "환자 거주지 500m 이내에 약을 치고, 3주간 그 주변을 주 2회 집중 방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역시 24일 강서구 한 공원에서 말라리아 위험지역 방제 담당자와 현장 방역요원들을 모아 살충제 취급 방법, 매개모기 은신처 조사 방법 등 방역 현장실습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다.

한국은 세계보건기구가 정한 말라리아 퇴치 우선국가다. 질병관리청은 2030년 국내 말라리아 퇴치 달성을 위해 지난달 위험지역 주민과 의료인을 대상으로 인식도 조사 용역 공고를 내기도 했다. 질병청은 "질병 인지도를 향상시키고 행동 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말라리아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4월부터 10월까지 야간 야외활동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외출 시 밝은 긴소매나 긴바지를 착용하고 기피제를 뿌리는 방법도 있다. 질병청은 △방충망 정비 및 모기장 사용 △실내 살충제 사용을 권고하고 있다.

서현정 기자
김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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