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공익위원은 배달수수료 내릴 수 있을까'... 상생협의체 출범

입력
2024.07.23 19:00
16면
구독

플랫폼4사·입점업체·정부·공익위원 참여
이견 조율 실패하면 공익위원이 중재
정부 "10월 말 배달앱 대책 발표 목표"

배달의민족이 다음 달부터 배달중개수수료를 9.8%(부가세 별도)로 3%포인트 인상한다고 밝힌 10일 서울 시내 한 카페 앞에서 배달 기사가 배달의민족 배차 관련 앱을 보이고 있다. 뉴시스

배달의민족이 다음 달부터 배달중개수수료를 9.8%(부가세 별도)로 3%포인트 인상한다고 밝힌 10일 서울 시내 한 카페 앞에서 배달 기사가 배달의민족 배차 관련 앱을 보이고 있다. 뉴시스

소상공인이 부담을 호소하는 배달앱 수수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상생협의체를 통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협의체에는 배달앱업체와 자영업자뿐 아니라 ‘공익위원’까지 참여해 배달업계를 향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23일 정부에 따르면 이날 출범한 배달앱 상생협의체에는 배달의민족(배민), 쿠팡이츠, 요기요, 땡겨요 등 4개 배달플랫폼 사업자와 소상공인연합회 등 입점업체를 대표하는 4개 단체, 공익위원 4인과 관계 부처(공정거래위원회·기획재정부·농림축산식품부·중소벤처기업부) 국장이 특별위원으로 참여했다. 이번 협의체는 정부가 3일 발표한 소상공인‧자영업자 종합대책 후속 조치의 일환이다.

부담 호소한 자영업자... 업체는 원론적 입장

2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 출범식이 열렸다. 출범식에 참여한 배달플랫폼업체, 입점업체, 정부 관계자가 대화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2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 출범식이 열렸다. 출범식에 참여한 배달플랫폼업체, 입점업체, 정부 관계자가 대화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지난해 폐업 신고를 한 사업자가 역대 최대 폭으로 증가해 100만 명에 육박하는 등 자영업자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데, 최근 업계 점유율 1위 배민이 8월부터 수수료를 6.8%에서 9.8%로 높이겠다고 예고해 수수료 논란을 촉발시켰다.

이날도 자영업자들은 배달앱업체 관계자와 정부 관료, 경제학과 교수 앞에서 고충을 털어놨다. '대한민국은 수수료 공화국'이라고 규정한 김진우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공동의장은 "소상공인은 지금 거의 폐업 상태, 혼수상태나 다름없는데 가장 큰 원인이 수수료"라며 "수수료 규제가 안 된다면 소상공인은 더 이상 버틸 힘이 없고, 가격을 올리게 되면 그 부담은 소비자에게 다 전가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플랫폼업체들은 원론적 입장을 보였다. 함윤식 배민 부사장은 기자들과 만나 "무료 배달을 실시하며 마케팅 비용을 수백억 원 지출한 상황이라 (수수료 인상은) 불가피하다"며 "(철회는) 어려울 것 같다. 공정 경쟁이 되지 않는 시장이라 (우리만 내릴 수 없다)"고 말했다. 강채영 요기요 이사는 "중개수수료율 인하 시범사업을 하고 있는데, 저희도 해 보고 회사가 유지될 수 있는지 알아야 수수료율 인하를 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10월 말 발표... 강제성 없고 이견 커 미지수

회의는 2주에 한 번씩 진행된다. 수수료율뿐만 아니라 △수수료 책정의 투명성 △입점업체의 선택권 제한 등 불공정 관행 △배달앱의 데이터 공유 차단으로 인한 정보의 비대칭성 △공공 배달앱 활성화 등 5가지 주제에 대해 논의하며, 10월 말 배달수수료 완화 방안이 나올 예정이다.

한계도 존재한다. 윤석열 정부가 그동안 '자율 규제' 노선을 고수해 온 만큼, 수수료 한도제 같은 직접적 규제안을 꺼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번에 택한 상생협의체 모델도 강제성이 없는 건 마찬가지다. 플랫폼과 입점업체 간 합의가 불발되면 공익위원이 중재하는 형식인데 업체 간 이견이 얼마나 좁혀질지도 미지수다.

위원장을 맡은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브리핑에서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고려해) 정부에서도 여러 인센티브안을 고민하고 있고, 동반성장위원회가 민간 자율 합의를 이룬 부분도 참고하고 있다"며 "자율 합의더라도 지켜지지 않을 경우 언론 등을 통해 공개되기 때문에 업체 입장에선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조소진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