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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유일 ‘한국어 마을’, 셋방살이 마치고 25년 만에 독립... 한국어 교육 불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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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자체 교육 시설을 갖게 됐다는 사실은 한국어에 대한 모든 수식을 압도합니다. 한미 관계를 굳건히 할 차세대 인재 양성 기지가 될 겁니다.”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 미 대사)
미국 미네소타 소읍 베미지에 있는 15개국 언어 체험 시설 ‘콘코디아 언어마을’에 ‘한국어 마을’(숲속의 호수)이 내 집 마련에 성공했다. 1999년 한국어 프로그램이 개설된 지 25년 만으로, 세계 유일의 체험형 한국어 교육 마을이기도 하다. 콘코디아대학교가 운영하는 비영리 시설인 이곳에서 자체 교육 시설을 가진 것은 한국어가 여덟 번째, 동양권 언어 중에선 최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찾은 ‘숲속의 호수’(Sup sogui Hosu)는 미국과 한국 각지에서 1단계 준공식을 축하하기 위해 온 이들로 시끌벅적했다. 가수 김창완씨는 “한국과 한국인을 대신해 한국어를 배우려는 학생들과 가르치는 분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안쪽 부엌에서는 요리하는 배우 류수영이 잔칫날에 제공될 음식을 준비하느라 땀을 흘렸다. 이 외에도 700만 달러(약 100억 원)를 기부해 이날이 오게 한 박은관 시몬느액세서리컬렉션 회장, 한글문화도시 조성으로 지자체로는 유일하게 한국어 보급과 확산을 추진한 최민호 세종시장, 콜린 어바인 콘코디아대 총장 등 손님은 150여 명에 달했다.
다프나 주르(한국어명 주다희) 촌장은 “자체 공간이 없어 러시아어 마을, 교회 등 다른 시설에서 교육하다가 박 회장 등 한국 정부와 독지가들 덕분에 비로소 자체 시설을 마련했다”며 “더 많은 학생이, 더 몰입하는 한국어 교육을 할 수 있게 됐다”고 기뻐했다.
이날 공식 공개된 한국어 마을(숲속의 호수)은 한눈에 봐도 주변 숲과 잘 어울렸다. 한옥을 닮은 듯 만 듯 한 모양의 건물이었다. 설계를 맡은 유병안 건축집단MA 대표는 “다른 언어 마을들이 그 나라의 특색을 살려 지어졌고, 우리도 최대한 노력했다”며 “기와를 공수할 수는 없어 미국식 목조 주택 양식을 따르되, 공간을 한국적으로 뽑아내는 데 역점을 뒀다”고 말했다. 실제 ‘필요는 없지만 설치했다’는 기둥들이 늘어선 처마 밑에 서니 경복궁의 어느 모서리에 선 듯한 느낌도 들었다. 2단계 사업에선 2개 동의 기숙사, 스포츠센터 등이 들어서고 호숫가에는 한국의 것과 똑같은 정자가 세워진다.
학생들은 들떠 있었다. 5년 동안 여름 방학마다 한국어 캠프에 왔다는 한 학생은 “러시아어 마을에서 캠프가 열릴 때보다 훨씬 넓고 깨끗해 공부가 절로 될 것 같다”며 기대했고, 또 다른 학생은 이곳에서 다른 언어마을 학생들이 다 모이는 인터내셔널 데이 행사가 열려 자랑하고 싶다고도 했다. 스티븐스 대사는 “각종 회담 장소로도 손색없을 정도로 잘 만들어졌다”며 “상징성도 충분한 만큼 한국 정부도 잘 활용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더 높아질 한국어 위상에도 기대를 내비쳤다. 초대 촌장을 지낸 로스 킹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UBC) 한국어학과 교수는 “한국어는 중국어(1984년) 일본어(1988년)보다 늦게 개설됐지만, 자체 시설을 갖춘 아시아 최초의 언어가 됐고, 이것은 미국 내에서 급증하는 한국어 인기를 반영한다”며 “이제 시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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