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 검찰총장이 이달 초 박성재 법무부 장관에게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 복원을 구두로 요청했으나 거부됐다고 한다. 이 사실이 알려진 뒤 나온 법무부의 설명은 군색하다 못해 황당하다. '검찰총장의 지휘권 복원도 극도로 제한적이어야 할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해당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복원이 필요하다 해도 장관 지휘권을 남용할 수 없기 때문에 그대로 방치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를 구실로 서울중앙지검은 이 총장에게 사전보고도 없이 김건희 여사를 제3의 장소에서 비공개 조사하는 ‘패싱’ 사태를 낳았다. 이게 정상이라 할 순 없다.
검찰총장이 도이치모터스 사건 지휘 라인에서 배제된 것은 2020년이다. 윤석열 당시 총장의 배우자인 김 여사가 사건에 연루된 점을 고려해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 취한 조치였다. 이해상충의 여지가 있으니 당연했다. 그렇다면 윤 대통령이 총장 직에서 내려온 뒤에는 수사지휘권을 복원시켜 주는 것이 상식 아닌가. 하지만 총장도 장관도 몇 번 바뀌었음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정부와 여당 일각에선 문재인 정부에서도 지휘권 복원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한다. 2021년 6월 당시 박범계 장관은 김오수 총장의 수사지휘권 복원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 전 장관은 "이듬해 대선에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었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훼손한 원칙이 부메랑이 된 셈이다.
이 총장 책임도 없지 않다. 그는 2022년 9월 인사청문회 당시 “수사지휘권이 복원되면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했지만, 말뿐이었다. 이번에 문제가 되기 전까지는 한 번도 지휘권 복원을 요청하지 않았다. 그러니 왜 퇴임을 앞둔 이제야 김 여사 수사에 적극적이냐며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보내는 이가 적지 않다.
그렇다고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수사지휘권 요구를 묵살한 박 장관의 행위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 지휘권 배제의 원인이 해소된 지 오래인 만큼 서둘러 복원시키는 것이 옳다. 그렇지 않으면 ‘영부인 지키기’를 위한 핑계일 뿐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이참에 언제든 정쟁 소재로 사용될 수 있는 수사지휘권에 대해 법규 정비도 이뤄질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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