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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처럼 기시다도 물러나야"…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 구도 흔들

입력
2024.07.2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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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지지율 처지 비슷한 바이든·기시다
자민당 내부 "기시다도 거취 결단" 압박
아소, 트럼프 만나 기시다 경쟁자 소개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7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장애인 강제 불임수술 피해자들에게 사과하며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도쿄=AFP 지지 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7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장애인 강제 불임수술 피해자들에게 사과하며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도쿄=AFP 지지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대선 후보 사퇴 후폭풍이 일본 정계까지 흔들고 있다. 9월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를 준비 중인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향한 사퇴 압박이 더 강해지는 분위기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을 고려할 때 바이든 대통령과 밀월관계인 기시다 총리의 임기 연장이 일본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까지 나올 정도다.

23일 일본 아사히신문, 지지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자민당 내부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민주당 대선 후보 사퇴 선언 후 "기시다 총리도 물러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퍼지기 시작했다.

일본 정계와 언론은 그동안 바이든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의 처지가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두 사람 모두 오랜 기간 낮은 지지율로 당내에서 의구심이 일었기 때문이다. 요미우리신문이 지난 19~21일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기시다 내각 지지율은 25%로, 9개월째 퇴진 위기 수준인 2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지는 "바이든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처한 상황이 비슷하다고 지적하는 의견이 적지 않다"며 "바이든 대통령의 결단으로 일본 정계에 작은 물결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대항마 안 보여서… 기시다 "정책만 집중"

도널드 트럼프(왼쪽) 전 미국 대통령이 4월 23일 미국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아소 다로 전 일본 총리를 만나 인사하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왼쪽) 전 미국 대통령이 4월 23일 미국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아소 다로 전 일본 총리를 만나 인사하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부상도 '기시다 퇴진론'이 커지는 이유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13일 총격 부상 사건 이후 더 오르자 자민당 내부에서는 '트럼프 재선' 가능성을 준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받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바이든 대통령과 호흡을 맞추며 다자간 안보 협력 체계 구축에 공을 들였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반대로 '미국 우선주의'를 주장한다. 장관을 지낸 한 자민당 인사는 아사히에 "바이든 대통령이 물러났으니 기시다 총리도 거취를 확실히 정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소 다로 전 일본 총리가 지난 4월 트럼프 전 대통령과 회동했을 때 모테기 도시미쓰 자민당 간사장을 소개한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기시다 총리 경쟁자인 모테기 간사장은 9월 총재 선거 출마를 준비 중이다. 모테기 간사장은 전날 한 강연에서 "경제재생담당 장관을 맡았을 때 미일 무역교섭을 했는데 당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터프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장관을 지낸 또 다른 자민당 인사는 아사히에 "중량감 있는 대통령(트럼프 전 대통령)을 상대할 인물이 총리가 돼야 한다.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는) 총재 선거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기시다 총리가 거취 압박에도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그는 지난 19일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 포럼에서 "가을 일정(9월 총재 선거)을 많이 묻는데, 오로지 정책만 신경 쓸 것"이라고 말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당내에 기시다 총리에 맞설 대항마가 보이지 않는 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도쿄= 류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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