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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은 왜 '연예인 난장판'이 됐나 ①공항패션 과열 ②사생팬 극성 ③폭력적 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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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김미영(가명·20)씨는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로 청춘스타로 떠오른 배우 변우석의 '공항 과잉 경호 논란'을 최근 접한 뒤 공항에서 겪은 악몽 같은 일이 떠올랐다. 지난해 인천국제공항으로 좋아하는 아이돌그룹을 보러 갔다가 경호원에 밀쳐져 넘어진 것. 그는 "같이 갔던 친구는 넘어져서 휴대폰 액정이 깨졌다"며 "'내가 왜 이런 취급을 받고 있나'란 자괴감이 들어 '덕질'을 그만뒀다"고 말했다.
'국가 지정 보안시설'인 공항, 팬미팅장으로 전락
공항이 연예인 팬들의 '안전 사각지대'가 됐다. 최근 변우석의 출국 과정에서 연예기획사 바로엔터테인먼트가 고용한 사설 경호원들은 사진 촬영을 막겠다며 공항 입구를 봉쇄하고 이용객들 얼굴에 손전등을 비춰 물의를 빚었다. 스타쉽엔터테인먼트는 지난달 그룹 크래비티 입국 때 경호원이 머리를 때려 뇌진탕 진단을 받았다고 주장한 팬의 폭로로 구설에 올랐다. SM엔터테인먼트와 KOZ엔터테인먼트 등 연예 기획사들이 최근 1년 새 공항에서 '연예인 과잉 경호'로 사과한 사례만 4건 이상이다. 이지행 동아대학교 젠더·어펙트연구소 전임연구원은 "팬들이 무례한 취급을 반복적으로 당하는 건 한국 사회의 팬덤 폄하와 무관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연예인 과잉 경호는 공항을 상업적으로 악용한 연예계의 오래된 구조적 병폐와도 맞물려 있다. 병폐는 이런 과정을 거쳐 발생한다. ①협찬사들은 '공항 패션' 스타 마케팅을 위해 광고비를 지급하고 ②연예기획사는 소속 연예인들의 공항 일정을 외부에 알리고 포토라인에 세운다. ③일부 인터넷 매체가 연예인 입·출국 하루 전부터 유튜브에 공항 실시간 중계 예고 영상을 올려 구독자를 끌어모으면 ④연예인의 일거수일투족을 쫓는 '사생팬'들이 공항으로 몰려가고 항공권 정보를 불법 취득해 스타가 탄 비행기에 탑승하기까지 한다.
그 결과 국가가 지정한 '가'급 보안 시설이자 공공시설인 공항은 스타와 팬, 경호원들이 수시로 뒤엉키는 아수라장이 됐다. 그 부작용이 곪아 터진 것이 '변우석 황제 경호 논란'이다.
"우리 연예인 ○시에 출국"...사생활 왜 노출할까
기획사들은 연예인들의 공항 일정을 대놓고 홍보한다. 문화부 소속인 필자는 23일 기준 "○월 ○일 ○시 ○○○가 인천공항 ○터미널 ○번 탑승구를 통해 ○○ 참석차 출국합니다"란 내용의 출국 안내 메일을 6건 이상 받았다. 소속 연예인 사생활 노출을 피하려 안간힘을 쓰는 기획사들이 공항 일정만은 외부에 노출하는 이유 중 하나는 '공항 패션 협찬' 때문이다.
연예인이 공항에 갈 때 착용하는 옷, 신발, 가방은 물론이고 오갈 때 타는 차도 공항 패션 협찬 품목이다. 온라인에 노출된 연예인 공항 패션 사진으로 협찬사는 제품을 간접광고하고, 연예기획사들은 돈을 받는다. 기획사와 협찬사가 공항을 'PPL(간접 광고)의 무대'로 적극 활용하면서 팬과 유튜버, 기자들이 공항으로 몰리고 사고가 속출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비판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공항에서 협찬 의상을 입고 광고하는 것은 당연하게 여기면서 공항에서 기다리는 팬들을 파리 떼처럼 쫓아내려는 상황은 모순적"이라며 "공항에서 입는 옷이 따로 있는 게 아닌데도 '공항 패션'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공항이 연예계 상술로 얼룩졌다"고 꼬집었다.
승객들 목숨 달린 비행기 내부도 위험하다
연예인과 사생팬들이 뒤섞인 비행기도 위험지대다. 그룹 방탄소년단(BTS)과 뉴진스 등이 속한 하이브 관계자는 "불법 취득한 비행기 티켓 정보로 소속 연예인의 좌석과 기내식을 임의로 변경하고, 비행기 안에서 접촉을 시도하는 스토킹 행위가 최근 적발됐다"며 "공항 정보를 불법 판매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들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으로 수사기관에 고소했다"고 밝혔다. 연예계 관계자들은 스타들의 공항 일정과 티켓 정보가 유출되는 경로가 항공권 정보를 전문적으로 불법 취득하고 매매하는 판매상들과 일부 '사이비 언론'이라고 추정한다.
"공항 가면 스타 만난다?"...위험한 자극
이런 상황에서 연예기획사들은 연예인 동선 관리 등에 대한 미숙한 대처로 사고 위험을 키우고 있다.
변우석은 홍콩 공항에서 팬들이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에서 그가 부른 '소나기'를 부르자 팬들 앞에 20초 넘게 서 있었다. "공항에서 깜짝 이벤트가 있을 수 있으니 공항으로 몰려가야 한다"는 인식을 팬들에게 심어줄 수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우려했다. 김헌식 중원대 사회문화대학 특임교수는 "공연이나 팬미팅과 달리 입장권이 없어도 '공항에 가면 좋아하는 연예인을 만날 수 있다'는 무질서한 성취욕을 자극할 수 있는 만큼 기획사에서 소속 연예인의 공항 일정을 알리는 것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짚었다. 아울러 "공항에서 팬들이 다치지 않도록 경호원 인권 교육과 세부 가이드라인 마련도 필요하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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