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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가 빼앗은 총장 수사지휘권… 윤석열 정부가 안 돌려주는 이유는

입력
2024.07.24 08:00
수정
2024.07.24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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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 출장조사 후폭풍]
윤석열 이후 총장, 도이치 사건서 배제
尹 정부 들어서도 이 명령은 계속 유효
이원석, 지휘권 회복 요청했지만 반려

추미애(왼쪽 사진)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대통령(당시 검찰총장). 연합뉴스

추미애(왼쪽 사진)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대통령(당시 검찰총장). 연합뉴스


"윤석열 총장의 배우자 연루 의혹이 있는 도이치모터스 사건에 대해 총장 지휘를 받지 말고 결과만 보고하라."

(2020년 10월 19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

2020년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은 도이치 사건에서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 배제를 지시했다. 그리고 4년이 지난 뒤, 전 정부 법무부 장관이 '총장 윤석열'에게 내렸던 지시는 정권이 바뀌었음에도 '총장 이원석'에게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총장 수사지휘권 배제는 이번 서울중앙지검의 김건희 여사 출장조사 과정에서 '총장 패싱'의 결정적 변수로 작용하고 말았다. 수사팀이 이원석 검찰총장에게 미리 보고하지 않았던 이유가 바로, 이 총장이 도이치 수사지휘권에서 배제돼 있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선 네 명의 장관(추미애→박범계→한동훈→박성재)과 세 명의 총장(윤석열→김오수→이원석)을 거치는 동안 각각의 셈법에 따라 이 지시를 방치한 결과, 주요 사건 수사 결과를 책임지고 외풍을 막아줘야 할 검찰총장이 '패싱'당한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23일 한국일보 취재 결과, 이 총장은 이달 초 도이치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 회복을 요청했지만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반려했다. 박 장관은 "지휘권을 복원하는 것도 장관의 수사지휘로, 장관 수사지휘권 발동은 극도로 제한돼야 한다"는 이유를 들었다고 한다. 검찰은 내부적으로 추 전 장관이 총장 수사지휘권을 박탈한 지시가 여전히 유효하다고 본다. 아직 장관의 지휘 배제 조치 철회 명령이 없었고, 당시 지휘권 박탈 대상이 '김 여사 남편 윤석열 개인'이 아니라 '검찰총장직'이었다는 해석에 기반한 것으로 보인다.

이후 윤 대통령이 총장직에서 물러났지만, 박범계 전 장관은 이런 상태를 유지했다. 후임 김오수 전 총장이 2021년 6월 수사지휘권 회복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이지 않던 박 전 장관은 이듬해 3월 말 총장의 수사지휘권을 원상회복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하루 만에 철회했다. '검찰은 언제든 정권을 향해 칼을 휘두를 수 있다'는 당시 문재인 정권의 뿌리 깊은 대(對)검찰 불신이 작용했다는 것이 법조계의 지배적 분석이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도 바꾸지 않았다. 이 총장은 2022년 9월 인사청문회에서 "수사지휘권이 복원되면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한동훈 당시 장관은 수사지휘권을 돌려주지 않았다. 당시 법무부와 검찰이 밀월 관계인 시점에 지휘권을 복원해 잡음을 낼 이유가 없고, 이 총장 입장에서도 복원 요청 건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수도권 검찰청의 한 차장검사는 "총장 지휘권을 회복시키는 것 자체가 여러 정치적 해석을 낳고 수사에 외압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이 총장은 올해 5월 '김 여사 의혹' 사건에 대한 신속·엄정 수사 방침을 거듭 밝히면서도 "후임 총장에게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지휘권 복원 요청을 주저했다. 지난달만 해도 그는 "지난 정부 법무부 장관(추미애)께서 총장 수사 지휘권을 박탈했고 지난 정부의 후임 법무부 장관(박범계)은 수사 지휘권 박탈 상황이 여전히 유지된다고 재확인한 바 있다"며 "일선 청에서 다른 일체의 고려 없이 법리대로만 제대로 수사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랬던 이 총장이 이달 초 장관에 지휘권을 돌려달라고 건의한 건 그간 수사팀 성과에 불만을 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와중에 김 여사 조사가 이 총장에게 보고조차 되지 않은 상황까지 발생하면서, 이 총장이 김 여사 사건 처분 전 지휘권 복원을 재차 요청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다만 어떤 결론이 나든 정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높은 만큼, 이 총장이 임기 내 지휘권을 돌려받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강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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