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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간다 백발의사' 유덕종 교수 "의사에게 공부 잘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책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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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의사가 되고 싶다면 공부 잘하는 것보다 책임감을 가지라고 가르쳤습니다. 공부가 부족하면 더 물어보고 더 찾아서 진료하면 되니까요."
33년간 아프리카에서 무상 진료와 후학 양성에 매진해온 유덕종 에티오피아 세인트폴병원 밀레니엄의대 교수는 22일 한국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아프리카 일부 의사들은 진료를 개인의 돈벌이나 유명세를 얻는 수단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가족을 돌보는 마음으로 환자를 살리는 게 의사의 일"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유 교수는 현재 머물고 있는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에서 올해 JW성천상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항상 부족함을 느끼는데, 상을 받아 감사하다"며 그는 "앞으로도 계속 아프리카에 남아 봉사하겠다"고 했다. 상금도 아프리카 병원을 돕는 데 쓸 생각이라고 했다.
유 교수의 헤어 스타일은 현지에서 유명하다. 희끗희끗한 긴 머리를 질끈 묶고 다니는 그를 현지인들은 '우간다 백발의사'라고 부른다. 별명에서 알 수 있듯 그가 의사로서 처음 밟은 아프리카 땅은 우간다였다. 1984년 경북대 의대 졸업 후 1992년 한국국제협력단(KOICA) 1기 정부 파견 의사로 우간다에 왔고, 에스와티니(옛 스와질란드)를 거쳐 에티오피아까지 33년간 아프리카를 떠나지 않았다.
주로 호흡기내과 진료를 해온 유 교수는 우간다 물라고병원에서부터 열악한 의료 환경에 직면했다.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 환자 대다수가 합병증으로 겪는 결핵이 만연했지만, 치료 장비도 약도 감염 예방 시스템도 없었다. 그는 "진료 체계부터 갖춰놓은 뒤 2002년 수도 캄팔라에 베데스다 클리닉을 열고 난민촌, 오지까지 무료 진료에 나섰다"고 회상했다. 코로나19 대유행 때는 물론, 결핵에 걸렸을 때도 현장을 지켰다. "우간다에서 마스크 없이 기관지 내시경을 하다 결핵에 전염됐는데, 평소 70㎏이던 몸무게가 51㎏까지 빠졌다"고 유 교수는 덤덤히 말했다.
유 교수는 아프리카 각지에서 의대 설립과 교육에 참여하며 현지 의료인 양성에 열성을 다했다. 2005년 우간다 물라고병원 호흡기내과 창설, 2015년 에스와티니 기독대 의대 설립, 2016년 에티오피아 짐마대학병원 호흡기내과 신설, 2024년 세인트폴병원 호흡기병동 교육 등 아프리카 의료 변화의 현장에 늘 그가 있었다. "장비와 진료 시스템에 더해 의사 교육까지 의료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이었다"고 유 교수는 설명했다. 그에게 의술을 배운 학생들이 우간다 보건부 장·차관에 올랐다는 소식은 큰 보람이었다. 유 교수가 키워낸 4,000여 명의 제자들은 아프리카 곳곳의 의료기관에서 교수로 뿌리를 내리고 그에게 배운 책임감을 실천하고 있다.
JW성천상은 JW중외제약의 공익재단인 JW이종호재단이 창업자 성천 이기석 선생의 생명존중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2012년 제정했다. 매년 인류의 복지 증진을 위해 음지에서 묵묵히 헌신·공헌해온 의료인을 발굴한다. 올해 시상식은 9월 25일 경기 과천시 JW사옥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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