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홍명보 선임 과정 밝힌 축구협회, 왜?

있는 규정은 지켰지만,
규정 없는 상황은 마음대로 했다는 축구협회

서울 종로구 대한축구협회 모습. 서재훈 기자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 논란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대한축구협회가 뒤늦게 정몽규 협회장 발언까지 공개하며 해명에 나섰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감사에 착수한 데 이어 공식 행보에 나선 홍 감독 마저 힘을 받지 못하자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인데, '어쩔 수 없었다'는 뉘앙스를 풍기는 일방적 해명이 팬들의 분노를 더욱 자극하고 있다.

축구협회는 22일 공식홈페이지에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을 설명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지난 7일 홍 감독 내정 사실을 기습 발표하고, 13일 이사회 승인을 거쳐 공식 선임했을 때도 내지 않았던 자료를 갑자기 공개한 것이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서재훈 기자

협회는 해당 글에서 "있는 규정은 모두 지켰다"면서도 "규정에 없는 상황들에서는 '감독 선임이라는 궁극적 목표를 차질 없이 이룰 수 있는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절차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규정에 없는 상황이란, 감독 선임을 앞두고 정해성 전 전력강화위원장 및 위원들의 사퇴로 전력강화위원회가 반토막난 상황을 가리킨다.

이어 △모든 상황(특히 비상상황)을 대비한 규정이 미비했고 △전력강화위원회 참석 위원들에게 사전에 충분히 관련규정을 설명하지 못해 위원회의 역할과 한계에 대한 오해를 불러 일으켰다는 점들에 대해선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후자는, 지난 5개월간의 전력강화위원회 활동을 폭로한 박주호 해설위원이 '위원회의 역할과 한계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협회의 기존 입장을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에 불과하다. 협회는 앞서 "절차가 무시됐다"는 박 위원의 폭로에 대해 "전력강화위원회 활동과 감독 선임 과정을 자의적인 시각으로 왜곡했다"고 지적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철회한 바 있다.

협회는 또 정 전 위원장 사임 후 그 역할을 대신한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홍 감독 선임 기자회견에서 "회장님이 나에게 모든 것에 대한 권한과 책임을 줬다"고 한 발언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이 이사의 해당 발언은 규정에도 없는 권한을 정몽규 회장이 무슨 자격으로 부여했는가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협회는 이에 대해 정 회장이 "이 이사의 판단을 믿을 것이며 선택에 동의하겠다", "최종적으로 누구로 정했는지 나에게 직접 보고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 것을 이 이사가 브리핑에서 "다소 거칠게 표현한 것"이라 설명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