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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형 주민대피시스템 '마~어서대피' 통했다

입력
2024.07.22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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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극한호우 인명피해 교훈삼아
마을순찰대 사전예보제 등 구축해
이번 장마 침수에도 인명피해 막아

보건소 관계자 등이 문경시 한 주민대피소를 찾아 주민들의 건강을 살피고 있다. 경북도 제공

보건소 관계자 등이 문경시 한 주민대피소를 찾아 주민들의 건강을 살피고 있다. 경북도 제공


경북도가 지난해 극한호우로 큰 피해를 본 것을 교훈삼아 구축한 경북형 주민대피시스템 ‘마~어서대피 프로젝트’가 이번 집중호우 때 큰 효과를 본 것으로 분석됐다. 마~어서대피는 마(마을순찰대와) 어(어둡기 전) 서(서둘러) 대(대피소로) 피(피하세요)를 뜻하는 말로, ‘마’는 ‘그냥’ ‘이것 저것 따지지 말고’등을 뜻하는 경상도 사투리를 차용해 경북도민들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작명했다.

경북도에 따르면 이번 장마로 인한 강수량은 상주 모서면 689㎜ 등 경북 북부권 24개 읍면동에평균 500㎜ 이상의 폭우가 쏟아졌다. 하지만 주민대피 실패로 인한 인명피해는 전무하다. 지난해 7월 극한호우때는 예천에서만 15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하는 등 경북 북부권에서 모두 24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했다.

경북도가 지난해와 같은 인명 피해가 없도록 올해 초 전국 최초로 사전 예보 기능 강화를 위해 위기관리대응센터와 재난대응 및 주민대피를 총괄하는 안전행정실을 신설했고, 주민대피시스템을 구축한 덕분이다.

지난해 극한호우 속에서 주민들을 구한 이장 등 주민들의 경험과 전문가 의견을 바탕으로 12시간 사전예보제ᆞ1마을 1대피소ᆞ주민대피협의체를 구성하는 등 경북형 마~어서대피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지난 5월 포항을 시작으로 6월까지 도내 5,189개 마을에 주민 스스로 지키고 위험시 대피하는 마을순찰대를 전국 최초로 구성하고, 발대식과 실제 훈련을 2개월에 걸쳐 진행했다.

경북도는 본격적인 장마가 오기 전 11회에 걸쳐 2만3,000명의 마을순찰대를 가동했다. 지난 7일부터는 9회에 걸쳐 3,295세대 4,469명의 주민을 안전하게 대피시켰다.

지난 8일 새벽 영양군 입안면 금학리 유명욱 이장과 마을순찰대원은 급류에 고립된 마을 어르신 16명을 업거나 부축해 안전한 곳으로 대피 시켰다. 같은 날 안동시 임동면 대곡1리에서도 마을을 물에 잠겼지만 주민대피협의체(소방, 경찰, 순찰대)의 유기적인 협조체계 가동으로 인명피해를 막았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이번 집중호우 기간 전국 최초로 경북형 마~어서대피 시스템 가동을 통해 주민 스스로가 위험하면 대피하고, 대피하면 행복할 수 있다는 선진 도민 의식 대전환의 계기가 되었다”고 밝혔다.

정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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