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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오션도 미 함정 정비시장 진출… 커지는 ‘원팀’ 목소리

입력
2024.07.22 15:27
수정
2024.07.23 17:26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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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미 해군과 함정정비협약 체결
KDDX 놓고 HD현대중과 갈등 심화
호주 호위함 수주전 양사 각자 참여
"국가 대항전인데... 지원 분산 우려"

한화오션이 건조한 수상함. 한화오션 제공

한화오션이 건조한 수상함. 한화오션 제공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이달 잇따라 미국 함정의 유지ㆍ보수(MRO) 시장에 진출하면서 해외 수주를 위한 ‘원팀’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수주를 놓고 양사의 경쟁이 격화하면서 갈등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는 가운데, 국가 대항전 성격이 강한 해외 수주전에서 우리나라가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해서라도 출구 전략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화오션은 미군 함정의 MRO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미국 해군보급체계사령부와 함정정비협약(MSRA)을 체결했다고 22일 밝혔다. MSRA는 미 함정의 MRO를 외주로 맡기기 위해 미국 정부가 민간 조선소와 맺는 사전 인증 협약이다. 한화오션은 이번 협약을 통해 함정 기술력과 정비 역량을 세계 시장에 입증했고, 향후 미 해군과 협력을 강화해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입지를 다져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HD현대중공업도 지난 11일 MSRA를 체결해 미 함정 MRO 시장에 참여할 자격을 확보했다.

방산업계에선 양사가 미 함정 MRO 시장 진출을 계기로 글로벌 함정 수주에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 내다본다. 미국의 우방국 상당수가 미군의 무기체계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향후 다른 국가들의 함정 수주 입찰에 더 높은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서다. 특히 캐나다 역사상 최대 규모의 전력 증강 사업으로 꼽히는 약 60조 원 규모의 캐나다 초계잠수함 프로젝트(CPSP)나 약 10조 원 규모의 호주 신형 호위함 건조 사업 등에선 양사가 컨소시엄을 이뤄야만 수주가 가능할 거라는 예상이 적지 않다.

문제는 양사가 국내에서 KDDX 수주를 놓고 서로 비방전을 이어가고 있는 탓에 협력의 길이 끊어져 있다는 점이다.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이 2013년 KDDX 개념설계 1차 검토 자료 등을 불법 탈취한 사건에 대해 임원의 개입이 있었는지 수사해 달라며 지난 3월 경찰에 고발장을 제출했고, 이에 HD현대중공업은 지난 5월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청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업계에선 양사의 대립이 해외 수주사업에 전혀 실익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호주 정부가 지난 5월 통보한 신형 호위함 건조 사업 계획서 제출에 일본의 미쓰비시중공업, 스페인의 나반티아, 독일의 TKMS 등 대부분의 국가에선 기업 1곳만 응했지만, 우리나라만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각자 나섰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해외 수주전은 국가 대항전의 성격을 띠기 때문에 힘을 한쪽으로 몰아줘야 한다”며 “호주 호위함 사업처럼 컨소시엄 없이 양사가 각자 수주전에 뛰어들면 우리 정부의 지원 역량도 분산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한화오션 측은 "KDDX 사업 군사기밀 불법 탈취 사건에 대해 공정한 법과 규정을 적용하는 모습이 K-방산의 대외 신인도를 오히려 높이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컨소시엄이 성공한 사례가 지금껏 없었던 만큼 국익 차원에서도 수주 가능성이 큰 업체가 주도하도록 하는 게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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