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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 먹통' 대란… 반복되는 '초연결 쇼크'에 시민들 "남 일 같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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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기술 프로그램(빅테크) 단 한 곳이 삐끗하자 세계 곳곳이 멈춰 섰다. 국내의 경우 하루 만에 문제가 수습되는 등 피해 규모가 크지 않았지만, 한 곳에서 문제가 생기면 전체 시스템이 먹통이 되는 이른바 '초연결 쇼크'가 반복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21일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 등에 따르면, 이틀 전인 19일 MS 윈도 운영체제(OS)를 사용하는 약 850만 대의 기기에 오류가 발생, 전 세계 공항, 항공사, 병원, TV 방송국, 게임까지 주요 사업체 및 서비스가 마비됐다.
특히 항공사 피해가 두드러졌다. 이날 오후 기준 전 세계 항공편 1,992편이 취소, 2만5,079편이 지연됐다. 이번 사태는 MS의 클라우드 서비스(애저·Azure)를 사용하는 사이버 보안업체 '크라우드 스트라이크'가 배포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와 MS 윈도 OS가 충돌하며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 항공사와 탑승객들도 영향을 피하지 못했다. 이스타항공과 제주항공, 에어프레미아 3곳의 항공권 예약·발권 시스템에서 오류가 발생한 탓이다. 출국 수속이 지연되면서 체크인 대기 인원이 줄어들지 않아 공항 현장은 주말 내내 혼잡했다. 태국 여행을 위해 제주항공을 이용했다는 강모(28)씨는 "오후 8시 30분 출발이라 두 시간 전에 공항에 도착했는데 사람이 100명 정도 몰려있었다"라며 "탑승권을 전부 수기로 작성하고 있어 속이 터졌는데, 출발시간도 불투명해 무기한 대기해야 했다"고 토로했다.
취미를 즐기려는 게이머들과 급히 처리할 업무가 있는 회사원들도 일부 피해를 봤다. MS의 OS 윈도가 설치된 일부 시스템과 게임콘솔 엑스박스(XBOX) 서비스에서도 오류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퇴근 후 게임 한 판이 삶의 낙이라는 회사원 최진영(26)씨는 "MS 콘솔 구독권으로 레이싱 게임을 하려 했는데, 경쟁 상대가 2시간 동안 잡히지 않아 금요일 저녁을 망쳤다"고 한숨을 쉬었다. 30대 직장인 박모씨도 "일부 직원들의 PC가 '재부팅' 화면에서 바뀌질 않아 할 일이 많은데도 조기 퇴근해야 했다"고 전했다.
이번 사태로 서비스 장애를 겪은 국내 회사는 10곳 정도로, 하루 만에 복구돼 피해 규모나 기간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미했다. 그러나 시민들은 빈번해지는 '셧다운'에 안심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출국 수속에 차질을 빚은 강씨는 "앱, 스마트폰 하나로 모든 게 해결되는 편리한 시대지만, 작은 오류로 시스템 전체가 무력화될 수 있다는 위험을 또 한 번 체감했다"고 털어놨다. 회사원 최씨도 "외국에선 수술에 차질이 생겼단 얘기도 들었다"며 "세계 어디든 정보기술(IT)이 일상에 깊게 들어와 있으니 남일 같지 않다"고 했다.
실제 작은 오류 하나에 시스템 전체가 또 마비되는 사태는 우리나라에서도 수년째 반복되고 있다. 2021년엔 점검 중 코딩 오류로 KT 통신망이 약 1시간 동안 장애를 일으킨 탓에 이용자들의 인터넷은 물론, 가게 카드 결제 시스템 및 증권 거래, 경찰서와 소방서 신고 처리 시스템까지 작동하지 않았다. 2022년엔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톡 등 카카오 서비스가 5일간 중단됐고, 지난해엔 네트워크 장비 이상으로 인해 행안부 전산망이 먹통이 돼 지자체 업무에 사흘간 차질이 생겼다. 과거였으면 일부 시스템 오류로 마무리될 일이 '초연결 사회'에선 대란으로 번진 셈이다. 전문가들은 시스템 다원화가 필수라고 거듭 강조한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국내 기업들은 기반 시스템을 소수 기업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며 "여러 곳과 나눠 계약해야 한 곳에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전체 서비스엔 타격이 없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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