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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 패싱'하고 김여사 출장 조사, 서울지검 이상한 행보

입력
2024.07.22 00:10
27면

검찰이 김건희 여사를 정부 보안청사에서 비공개로 조사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모습. 연합뉴스

검찰이 김건희 여사를 정부 보안청사에서 비공개로 조사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모습. 연합뉴스


검찰이 지난 주말 김건희 여사를 제3의 장소에서 약 12시간에 걸쳐 비공개로 조사했다. 현직 대통령 부인으로는 헌정사상 처음이다. 뒤늦게나마 조사를 한 건 다행이지만, 서면조사 이후 비공개 출장조사를 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수사 신뢰에 영향을 줄 중대한 문제다. 이런 와중에 ‘검찰총장 패싱 논란’까지 나오는 건 우려스럽다.

서울중앙지검은 그제 김 여사를 검찰청사가 아닌 제3의 장소로 소환해 대면조사를 했다고 어제 공개했다. 조사는 낮 1시 30분부터 어제 새벽 1시 20분까지 약 12시간에 걸쳐 이뤄졌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수사해온 반부패수사2부와 명품백 수수 사건을 맡아온 형사1부가 차례로 조사를 마쳤다고 한다.

김 여사 소환은 늦어도 많이 늦었다. 도이치모터스 사건 첫 고발이 이뤄진 2020년 4월 이후 4년여간 ‘전주(錢主)’인 김 여사는 서면조사를 딱 한 번 받은 게 전부다. 주범인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 주가조작 일당 6명은 이미 지난해 2월 유죄 판결을 받고 2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명품백 수수 사건 역시 검찰에 고발된 지 7개월이 됐다. 줄곧 대통령기록물이라면서 실물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밝히지 않더니 최근엔 행정관이 바로 돌려주라는 지시를 깜박 잊었다고 하는 등 오락가락하며 의혹만 키우는 중이다.

하지만 줄곧 “성역은 없다”고 밝혀온 이원석 검찰총장은 김 여사 조사가 끝날 무렵에야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조사 사실을 사후 통보 받았다고 한다. 도이치모터스 사건의 경우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시절 박탈당했던 수사지휘권이 복원되지 않아서라는 게 표면적 이유지만, 이 총장이 제3의 장소 비공개 소환에 반대한다는 뜻을 누차 밝혀왔다는 점에서 가볍게 볼 일은 아니다. 더구나 명품백 사건은 이 총장이 수사팀 구성까지 직접 지시했고, 수사지휘권도 갖고 있다. 그런데도 사후보고를 했다면 검찰 조직에서 있을 수 없는 일로, 항명사태가 아닐 수 없다. ‘총장 패싱 인사’를 통해 교체된 김 여사 수사 지휘라인이 ‘패싱 조사’까지 했다면 수사 공정성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국민들은 검찰 출신 현직 대통령 부인을 상대로 검찰이 제대로 된 조사를 했을지 반신반의하고 있다. 수사팀은 최근 사전 서면조사로 검찰의 '카드'를 보여줘, 김 여사 측이 조사에 대비할 기회를 주었고, 방문 조사라는 배려까지 했다. 보통 사람에게는 있을 수 없는 검찰의 이상한 행보는 결국 봐주기 수순 아니냐는 의구심을 피하기 어렵다. 검찰은 국민이 충분히 납득할 만한 수사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 면피성 결론에 그친다면 특검을 해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가 더 강하게 분출할 수 있음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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