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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여사 조사 장소도 보고 못 받은 검찰총장… '수사 패싱' 갈등

입력
2024.07.2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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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밤늦게 김 여사 조사 사실 '통보'
중앙지검 "'지휘 배제' 도이치 먼저 해"
"특혜 없는 수사" 이원석 입장과 간극
총장 거취 관련 결단 가능성까지 거론

이원석 검찰총장이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철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원석 검찰총장이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철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원석 검찰총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검찰 조사를 받은 장소조차 보고받지 못한 채 김 여사 조사가 거의 끝나갈 무렵에서야 사실상 '통보'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중앙지검은 김 여사 직접 조사를 관철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입장이지만, 비공개 조사를 지양하며 '성역 없는 수사'를 강조했던 이 총장으로선 불쾌할 수밖에 없다. 김 여사 조사를 둘러싼 '패싱 논란'으로 총장 거취 문제까지 거론되고 있어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 검찰 안팎의 관심이 집중된다.

21일 한국일보 취재 결과, 이 총장은 전날 밤 11시 20분쯤 서울중앙지검이 관할 내 보안청사에서 김 여사 조사를 진행 중이라는 보고를 받았다. 당일 오후 1시 30분쯤 조사 시작 후 약 10시간 가까이 지난 시점이다. 이 총장에겐 조사 일시 및 조사 방식 등에 대해 사전 보고가 없었다. 또 사후에 사실상 통보받는 과정에서도 이 총장은 구체적인 조사 장소 등을 보고받지 못했다고 한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김 여사 조사 과정에 대해 총장 및 대검 간부 누구도 보고받지 못했다"며 "조사가 끝나는 시점에 서울중앙지검에서 사후 통보를 했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 총장에게 수사지휘권이 없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 조사를 진행하면서 생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고 말한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2020년 10월 도이치 의혹 사건 관련 검찰총장의 수사 지휘를 배제하도록 수사지휘권을 발동, 지금까지 효력이 유지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명품가방 사건과 관련, 김 여사 측은 '서면조사로 충분하다'는 입장이어서 도이치 조사를 먼저 했다"며 "(명품가방 의혹 조사 가능성은) 유동적이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 여사 측이 조사 필요성에 동의했던 도이치 의혹 사건과 달리 명품가방 의혹에 대해선 처벌 조항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조사에 부정적이었던 상황에서 일단 김 여사 대면조사를 이끌어내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는 얘기다. 이런 이유로 이 총장에게 사전 보고할 수는 없었지만 이 총장의 지휘권이 살아 있는 명품가방 의혹 조사를 뒤늦게 시작하면서 총장 및 대검에 보고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조사 장소가 보안청사라 경호상 이유 등으로 수사팀 휴대폰 소지가 제한돼 밤 11시가 넘은 늦은 시간에 총장에게 보고됐다고 한다. 실제 수사팀은 도이치 의혹 조사가 끝난 후 김 여사 측을 설득해 명품가방 의혹을 조사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런 조사 방식은 앞서 이 총장이 강조했던 '성역 없는 수사' 기조와 배치된다. 실제 이 총장은 지난달 3일 김 여사 조사 시점과 방식을 묻는 질문에 "모든 사건에서 검사들에게 법 앞에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는 원칙과 기준을 견지해야 한다는 점을 늘 강조하고 있다"고 답했다. 게다가 이 총장은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에게 김 여사의 비공개 조사에 대한 우려를 수차례 당부했다고 한다. 대통령 배우자라는 신분 때문에 비공개 조사가 이뤄지면 '특혜'로 비쳐 검찰 수사 및 결과에 대한 국민 신뢰를 잃을 가능성을 염두에 둔 발언과 입장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사전 보고 없이 '제3의 장소'에서 비공개로 전격 조사가 이뤄지면서 불씨는 검찰 내부 갈등으로 옮겨붙을 조짐이다. 이 총장 역시 뒤늦은 '통보'에 불편한 심기를 강하게 드러냈다고 한다. 검찰 안팎에선 이 총장이 거취 관련 결단을 내리거나 이 지검장에 대한 감찰 지시를 내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고검장 출신 변호사는 "수사의 외관까지 정의로워야 한다는 이 총장과, 수사 자체를 거부하는 김 여사에 대한 조사에 방점을 찍은 이 지검장이 접점을 찾아야 한다"며 "자칫 검찰 내홍으로 번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경계했다.

정준기 기자
강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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