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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로 돌아간 듯 공항도, 공장도 멈췄다... MS발 IT 대란 여진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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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오는 거 아닌가 했는데, 어쨌든 집에 왔네요."
20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오클랜드국제공항. 지친 표정으로 수하물 컨베이어 벨트 앞에서 짐이 나오기를 기다리던 하산 무어에게 "마이크로소프트(MS) 클라우드 장애 때문에 걱정되지 않았느냐"고 묻자 그가 이렇게 답했다. 지난주 미주리주 캔자스시티를 찾았던 그는 이날 미국 항공사 사우스웨스트 직항편을 타고 오클랜드로 복귀했다고 한다. 그는 "드문 노선이라 대체편을 구하기도 어려워 전날 하루 종일 비행기가 안 뜰까봐 걱정했다"며 "다행히 오전부터 10분 정도만 지연될 것이라 안내 받았고, 실제로는 20분 정도만 늦게 출발했다"고 말했다.
공항 혼잡 해소를 위해 전날부터 긴급 투입됐다는 사우스웨스트의 한 직원은 "(사태 발생일인) 18일에는 일부 승객들의 모바일 탑승권이 읽히지 않아 게이트 앞에서 수기로 탑승권을 발행하는 경우가 있었다"며 "어제 이른 오전에는 항공편도 대부분 1, 2시간씩 지연됐지만 오늘은 확연히 안정을 찾은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MS의 윈도 운영체제(OS)와 보안업체 소프트웨어의 충돌이 몰고 온 정보기술(IT) 대란에 사흘째 전 세계에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방송, 통신, 금융 등 인프라가 동시다발로 마비된 글로벌 먹통 사태는 대체로 진정됐으나 곳곳에서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이날 찾은 공항의 출도착편 안내 화면에는 대부분의 항공편에 지연 표시가 붙어 있었고, 아예 취소된 항공편도 적지 않았다. 항공편 추적사이트 플라이트어웨어에 따르면 이날 미국 동부시간 오후 2시 기준 전 세계에서 1,992편이 취소됐다. 이 가운데 미국으로 오가거나 미국 내에서 이동하는 항공편이 1,432편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공항 밖 미국 시민들도 주말 새 일상에서 크고 작은 MS 대란 피해를 입었다. 피해가 절정에 달했던 19일 새벽에는 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는 물론 대형마트 셀프 계산대, 스타벅스 모바일 주문도 이용이 불가능했다. 미국 뉴저지주에 사는 정지민씨는 "19일 아침 스타벅스 애플리케이션이 계속 오류가 나서 매장에서 줄 서서 주문했다"며 "스마트폰 없던 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을 잠깐 느꼈다"고 말했다.
사회보장국(SSA)이나 차량등록국(DMV) 같은 미국 시민들의 일상과 관련된 핵심 관공서들도 시스템이 장애를 일으키면서 많은 시민들이 불편을 겪어야 했다. 24시간 밝게 빛나는 뉴욕 타임스스퀘어의 대형 전광판들이 블루스크린이 됐다가 급기야 까맣게 꺼져버리는 사진이 온라인에서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기업들은 막대한 금전적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산된다. 테슬라는 18일 늦은 밤부터 텍사스주와 네바다주 공장 일부 설비가 오류를 일으켜 가동 중단됐다고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 등이 전했다. 글로벌 해운사인 머스크는 단말기가 몇 시간 먹통이었다고 밝혔고, 철도회사 유니언퍼시픽도 일시 장애를 겪었다. 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실리콘밸리에 MS 클라우드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지 않은 기업은 없을 것"이라며 "여러 클라우드에 백업 시스템을 갖춰놓지 않은 소규모 업체일수록 피해가 컸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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