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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내 집 사자' '대출 막차'... 5대 은행 가계대출 또 3.6조 늘었다

입력
2024.07.21 16:00
수정
2024.07.21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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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5대 은행 주담대 3조7991억 원↑
"가산금리 조정 한계, 정책적 접근 필요"
김병환 "DSR 적용범위 단계적 확대"

21일 서울의 한 은행에 주택담보대출 상품 관련 금리 안내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21일 서울의 한 은행에 주택담보대출 상품 관련 금리 안내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5대 시중은행 가계대출이 7월 들어 3조6,000억 원 넘게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각 은행이 자체적으로 붙이는 금리를 높이는 등 총량 조절에 나섰지만, 늘어나는 대출 수요를 꺾기엔 역부족인 모습이다.

21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에 따르면, 이들 은행의 18일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12조1,841억 원으로 전월 말(708조5,723억 원) 대비 3조6,118억 원 증가했다. 6월 한 달 동안 5조3,740억 원 급증하며 2년 1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뛴 이후로도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부쩍 커진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수요가 배경으로 꼽힌다. 18일까지 5대 은행 주담대 잔액은 555조9,517억 원으로 3주 만에 3조7,991억 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거래량이 늘고, 매매 가격도 오르면서 '영끌(영혼까지 끌어 대출) 매수'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는 게 은행권의 공통된 분석이다. 대출 한도를 옥죄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가 시행되기 전 서둘러 자금을 확보하려는 '대출 막차' 수요도 일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빚내 집 사자'는 움직임이 꿈틀대면서 각 은행이 제출한 연간 가계대출 경영 목표치가 조기에 달성될 것이란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5개 은행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이들 은행의 연간 가계대출 증가액 목표치 총합은 12조5,000억 원 정도다. 디딤돌·버팀목 등 정책대출을 뺀 은행 자체 재원 대출만을 고려한 수치인데, 예상보다 증가세가 빨라 6월 말 이미 전 은행권 기준으로 목표치의 절반을 훌쩍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이 은행별 가계대출 관리를 들여다보는 현장점검에 나서는 등 압박이 커지자 은행들은 가산금리를 0.05~0.2%포인트씩 끌어 올렸다. KB·신한·우리은행은 이달에만 두 번 넘게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그러나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5년물과 자금조달비용지수(COFIX·코픽스)가 하락을 거듭, 효과를 상쇄하며 혼합형 주담대 금리 하단은 여전히 2.8%대에 머무르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리 조정은 은행이 가계대출 관리에 힘쓰고 있다는 신호일 뿐"이라며 "실질적 대출 억제 효과를 내려면 정부 차원의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새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DSR 규제 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이날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서면답변에서 "갚을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빌리는 대출 관행 정착을 위해 DSR 규제를 내실화하고 점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며 전세대출 등 적용 가능성을 열어뒀다. 다만 현 정부 들어 완화한 담보인정비율(LTV) 상한을 다시 낮추는 데 대해선 "가계부채·주택시장 추이, 서민·실수요자의 주거안정에 미치는 영향 등을 면밀히 고려해 신중히 검토해야 할 사항"이라며 '조건부 반대' 입장을 밝혔다.

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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