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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 계약만료 전날 임차인 "갱신 안 해"… 대법 "묵시적 갱신 아냐"

입력
2024.07.21 13:56
수정
2024.07.21 14:15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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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심 뒤집고 대법원 '파기환송'
"묵시적 갱신, 임차인 보호 취지"
묵시적 갱신 관련 첫 대법 판례

서울 서초구 대법원.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 서초구 대법원. 한국일보 자료사진

상가 임차인이 계약 만료 하루 전 갱신 거절을 통보해도 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명시적으로 계약 해지 통보를 하지 않으면 갱신 의사가 있는 것으로 보는 '묵시적 갱신'은 임차인 보호를 위한 것이기 때문에 임차인의 갱신거절 통지 기한은 제한이 없다는 취지다. 임차인의 갱신권 관련 대법원이 내린 첫 판단이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임차인 A씨가 상가 임대인 B씨를 상대로 낸 임대차보증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원심 일부를 파기하고 지난달 27일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18년 12월 31일부터 2020년 12월 30일까지 보증금 3,000만 원에 월세 180만 원을 내기로 B씨와 상가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계약 만료 하루 전인 2020년 12월 29일, A씨는 B씨에게 계약을 갱신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A씨는 임차권 등기를 마친 이듬해 1월 27일 점포를 B씨에게 인도했다. B씨는 계약 기간 만료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임대인과 임차인이 갱신에 대한 의사표시가 없어 자동으로 계약이 갱신되는 것으로 간주하는 '묵시적 갱신'이 있었다며 A씨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한 것이라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A씨는 B씨를 상대로 보증금 소송을 냈다.

쟁점은 계약이 묵시적 갱신에 의해 연장됐는지 여부였다. 1심과 2심은 이를 인정했다. 계약 만료 한 달 전까지 양쪽 모두 갱신에 대한 의사표시가 없었기 때문에 자동으로 계약이 갱신된다고 본 것이다. 따라서 계약 거절 통지일로부터 3개월 후 효력이 발생한다는 조항에 따라 B씨가 A씨에게 보증금에서 세 달 치 월세를 제외하고 돌려주면 된다고 봤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임대인은 임차인이 임대차 기간이 만료되기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사이에 계약 갱신을 요구할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하지 못한다'(건물임대차보호법 10조 1항)는 조항은 임차인의 계약 갱신 요구권을 인정한 것일 뿐 임차인의 갱신거절 통지 기간을 제한하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대법원은 "이 조항이 임차인의 갱신거절 통지 기간을 한정한 것으로 해석한다면 임차인 의사에 반해 묵시적 갱신을 강제하는 결과가 된다"면서 "이는 상가건물 임차인을 보호해 경제생활의 안정을 보장하고자 하는 상가임대차법의 입법 취지에 반한다"고 설명했다.

이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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