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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빌리가 낳은 아메리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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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미국 공화당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청년 정치인 J D 밴스(39)의 이력과 눈앞에 다가온 미래는 여러모로 이채롭다.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해병대 출신으로 이라크까지 갔다 왔다. 공화당 내에서 두 번째로 나이가 적은 상원의원일 뿐만 아니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후보가 당선되면 역사상 세 번째로 젊은 부통령이 된다. 미 대선 후보군에 최초의 밀레니얼 세대이기도 하다. 인도계 이민자 자녀 출신 부인을 두고 있어 트럼프는 두루 자신의 약점을 보완할 러닝메이트를 고른 셈이다.
□ 무엇보다 밴스가 힐빌리 출신의 자수성가 인물이라 백인 저소득층 지지를 받는 트럼프 눈에 띄었을 터다. 힐빌리는 쇠락한 중서부 공업지대 백인 하층민을 일컫는 여러 별칭 중 하나다. 스코틀랜드, 아일랜드계가 많고 밴스 핏줄도 그렇다. 밴스가 살았던 오하이오주 미들타운도 철강공장이 있었지만 중국산이 밀려들며 잦은 해고가 있었다. 밴스는 마약과 폭력이 넘치는 환경에서 '못'처럼 강한 외할머니의 보호 속에 살아남았다. 싱글맘은 마약에 찌들었고, 그의 성도 여러 번 바뀌었다.
□ 자전적 이야기 ‘힐빌리의 노래’에 담긴 밴스의 사고는 자조론(自助論)에 닿아 있다. 제대 후엔 대학 비용을 대주기에 해병대에 들어갔다. 이를 디딤돌로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 실리콘밸리 벤처투자가가 됐다. 자신의 게으름을 아는 이가 하나도 없다는 미들타운 젊은이의 삶에 대비해 해병대에서 규율과 어른처럼 사는 법을 배웠다고 했다. 식료품 쿠폰을 팔아 술과 마약을 사는 주변 이야기, '복지 여왕'을 통해 줄줄 새는 사회복지에 대한 냉소적 시각을 보인다.
□ 2016년 공화당 입당 후 그는 트럼프가 미국의 히틀러가 될까 두렵다고 비판했다. 온건한 공화당원은 2022년 오하이오주 연방상원의원에 출마하면서 열렬한 트럼프 지지자가 됐다. 흔히 볼 수 있는 정치인 모습이기도 하다. 예사롭지 않은 이력의 소유자에 대한 민주당 견제도 거세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복제품이라고 했다. 이러거나 저러거나 “여기 서게 될 줄 상상도 못 했다”는 부통령 후보 수락 연설은 한 편의 아메리칸 드림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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