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공식 지명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어제 수락 연설을 통해 “재선에 성공하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잘 지낼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피습 사건 후 지지도 상승세를 탄 트럼프 후보의 외교 정책이 바이든 정부의 동맹외교에서 급선회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대북 외교 역시 방향 전환을 확실히 밝힌 셈이다. 한미일 군사협력을 비롯해 동맹 강화를 통한 대북 압박에 주력해온 우리 정부 입장에서 미국의 정권 교체 시 정책 혼란은 불가피해질 수밖에 없다.
트럼프 후보는 이날 연설에서 “많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누군가와 잘 지내는 건 좋은 일”이라며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하지만 나는 그들과 잘 지냈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중단시켰다”고 집권 시절의 대북 외교를 자찬했다. "나를 그리워할 것"이라며 김정은과의 호의적인 관계를 과시하기도 했다. 트럼프 후보는 집권 시절 북한과 전쟁을 불사할 듯한 신경전을 벌인 뒤 극적으로 협상 국면에 들어섰다. 세계의 주목을 받은 싱가포르와 하노이 정상회담이 성과 없이 끝났지만 이번 수락 연설을 통해 대북 협상의 자신감을 드러내 보인 것이다.
바이든 정부는 집권 후 북한과의 ‘조건 없는 대화’를 내세웠지만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핵개발에 맞서 핵 확장 억지능력 확대와 한미연합훈련 등을 통한 대북 강경노선을 취해왔다. 트럼프 후보는 6자회담 등 실무급 협상보다는 톱다운 방식, 즉 정상외교를 통한 협상을 선호해온 전력에 비춰 김정은과의 세 번째 회담을 추진할 공산이 크다.
11월 대선 승리 분위기에 취한 공화당 전당대회, 90분간의 트럼프 수락 연설과 달리 민주당은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 문제가 쟁점일 만큼 벼랑 끝에 놓였다. 물론 4개월이나 남은 대선 결과를 속단할 수 없지만, 트럼프 후보가 승기를 잡은 만큼 미국의 정권교체와 대북정책 전환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비는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북한은 트럼프 재집권 시 ‘통미봉남’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고, 실현 가능성도 적지 않은 만큼 트럼프 측과의 사전 조율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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