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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대포계정 3600개 피싱조직에 넘긴 일당… 두목은 '02년생 조폭'

입력
2024.07.19 16:30
수정
2024.07.19 17:53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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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조직 등에 대포계정 납품
검찰 수사망 조여오자 옥중 진술 회유
의정부지검, 총책 포함 일당 4명 기소

이른바 'MZ조폭' 조직원들이 구호를 외치는 모습.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른바 'MZ조폭' 조직원들이 구호를 외치는 모습.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한국일보 자료사진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조직에 대포계정(메신저나 문자발송에 쓰이는 허위 계정) 수천 개를 팔아넘긴 일당이 재판에 넘겨졌다. 조직원들이 끝까지 숨기려던 총책을 잡고 봤더니, 지방 폭력조직 출신의 스물두 살 'MZ조폭'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19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의정부지검 형사4부(부장 장욱환)는 각종 피싱 조직에 3,688개의 대포계정을 팔아 4억 원대 수익을 챙긴 장모(22)씨를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사기 방조, 공갈미수 방조 등 혐의로 지난달 18일 구속기소했다. 장씨는 △보이스피싱 △몸캠피싱(신체노출을 촬영하게 하고 돈을 뜯는 수법) △리딩방(종목 추천 대화방) 사기 조직 등에 계정을 넘겼다.

장씨는 지난해 초 '대포계정 유통조직' 운영을 구상했다. 대포폰 한 대가 있으면 번호변경·듀얼번호 서비스 등으로 최대 15개의 전화번호를 생성할 수 있고, 각 번호마다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포털사이트·문자대량발송 사이트 계정을 만들 수 있다. 범죄를 도울 동갑내기 남성 세 명을 끌어들였는데, 대포계정 조직에서 일해 본 친구 A씨를 중간관리책으로, 막 군에서 제대한 B씨를 영업책으로, C씨를 대포계좌 관리책으로 영입했다.

이들은 그해 2월 대전에서 오피스텔을 구해 컴퓨터 등 장비를 들였다. 그 뒤 대포계정 명의자를 모집하는 텔레그램 채널을 개설하고 "계정 판매 시 15만 원을 당일 준다"거나 "불법이 아니며 피해 발생 시 보상한다" 등의 홍보글을 올렸다. 계정을 거래할 피싱 조직도 접선했다. 계정 명의자들에겐 '수사기관에서 연락 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까지도 교육했다.

장씨 일당이 지난해 2월 개설한 대포계정 명의자 모집 홍보를 위한 텔레그램 채널. 의정부지검 제공

장씨 일당이 지난해 2월 개설한 대포계정 명의자 모집 홍보를 위한 텔레그램 채널. 의정부지검 제공

하지만 올해 3월 가장 말단인 B씨가 경찰에 체포됐다. 그러자 장씨는 유치장을 찾아가 "내 얘기를 하지 말라"고 일러뒀다. 사용하던 휴대폰도 폐기했다. 그러나 사건 기록을 살피던 의정부지검 김해슬(38·사법연수원 45기) 검사는 B씨 텔레그램 대화에서 미심쩍은 정황을 포착했다. '단독 범행'을 주장하던 그가 매일 실적을 보고하는 상대가 있었던 것이다. '승리'라는 닉네임이었다.

검찰은 보완수사 과정에서 불구속 송치된 중간관리책 A씨도 직접 구속했다. 총책 승리를 잡기 위해 B씨가 수감된 교도소의 접견 녹음 파일을 확보했다. 여기서 장씨가 B씨를 수차례 접견한 뒤 승리라는 이름을 내세워 남 얘기하듯 회유했고, A씨의 진술 내용을 전하며 입을 맞추려 한 사실을 포착했다.

하지만 수사팀이 결정적 단서를 포착하면서 장씨 정체는 탄로 났다. 일당의 텔레그램 대화 내역에서 총책 승리가 '해외여행을 간다'고 보낸 메시지를 확보, 장씨의 출입국 기록과 대조해 동일 인물임을 확신했다. 검찰이 B씨를 추궁하자 그제야 사실을 털어놨고, 장씨까지 네 명의 조직원이 모두 법정에 서게 됐다. 수사 과정에서 장씨가 전북 전주시 폭력조직 출신으로, 경쟁관계에 있던 조직과 패싸움을 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는 사실도 파악했다.

네 사람의 첫 공판은 23일 의정부지법에서 열린다.

강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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