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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YP는 남미, SM은 영국...벽에 부딪힌 K팝 현지화 2단계, 성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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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ㆍ소ㆍ문’은 ‘수상하고 소소한 문화 뒷얘기’의 줄임말로 우리가 외면하거나 놓치고 지나칠 수 있는 문화계 이야기들을 다룹니다.
K팝의 현지화 2단계가 본격화하고 있다. 2010년대 후반부터 중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진행된 1단계가 자리를 잡아가고 K팝의 인기가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K팝 기획사들이 아시아를 넘어 미국, 유럽, 남미 등에서 현지화 그룹들을 내놓기 시작했다. 우선 JYP엔터테인먼트와 하이브는 올 상반기 세계 최대 음악 시장인 미국을 겨냥해 현지에서 선발한 멤버들로 걸그룹을 내놓았다. 이어 JYP는 남미, SM엔터테인먼트는 영국 개척에 나선다고 최근 밝혔다.
지난 2022년 CJ ENM이 남미에서 남성 아이돌 그룹을 제작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정작 남미에서 첫발을 내딛는 회사는 JYP가 될 것으로 보인다. 18일 JYP는 "올해 3분기에 현지 법인 JYP 라틴 아메리카(JYP Latin America)를 설립하고 라틴 아메리카 음악 시장으로 나아간다"며 "JYP 소속 아티스트의 투어 지역과 신규 사업을 확대하며 현지 팬들과 소통 창구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단기간에 인지도를 쌓고 팬덤을 확보한 뒤 데뷔시킨다는 K팝 현지화 공식은 JYP의 남미 진출에도 변함이 없다. JYP 현지 법인은 첫 프로젝트로 오디션 프로그램 'L2K(LatinAmerica2Korea·라틴 아메리카 투 코리아)'를 제작하고 K팝 시스템에 기반을 둔 라틴 걸그룹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유니버설 뮤직 그룹 산하 레이블 유니버설 뮤직 라티노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추진한다.
JYP는 앞서 일본과 중국에서 현지화 그룹을 내놓은 데 이어 2022년 미국 법인인 JYP USA를 설립해 미국 시장도 노리고 있다. JYP USA는 지난해 유니버설 뮤직 산하 레이블 리퍼블릭 레코드와 협업해 북미 걸그룹 오디션 프로그램 'A2K(America2Korea)'를 제작해 비춰(VCHA)를 올 초 데뷔시킨 바 있다.
SM엔터테인먼트는 영국 시장을 겨냥해 올 하반기에 현지화 보이그룹을 내놓는다. 오디션 프로그램 제작과 연계시키는 마케팅 공식은 똑같다. SM의 5인조 영국 보이그룹은 정식 데뷔에 앞서 영국 공영방송 BBC의 채널 중 하나인 BBC 원과 주문형 비디오 서비스(VOD) BBC 아이플레이어를 통해 공개되는 6부작 TV 시리즈 ‘메이드 인 코리아: 더 K팝 익스피리언스’를 통해 현지 대중과 만난다.
아직 이름이 공개되지 않은 영국 보이그룹은 SM과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북미통합법인이 영국 엔터테인먼트 기업 문앤백(M&B)과 손잡고 제작했다. SM은 K팝 제작 노하우를 제공하고, 문앤백이 영국 현지에서 멤버들을 캐스팅한 뒤 매니지먼트를 맡았다.
나이젤 홀 문앤백 미디어 공동 설립자는 “영국 보이밴드를 결성하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K팝 트레이닝 과정을 거쳐 글로벌 무대에 선보이는 것은 세계 최초이자 놓칠 수 없는 방송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K팝 기획사들의 해외 현지화 전략은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를 넘어 올 들어 북미와 남미, 유럽 등으로 확산하는 2단계에 진입했다. 1차 현지화는 2018년 JYP가 중국 자회사에서 보이그룹 보이스토리를, SM이 2019년 중국 현지화 보이그룹 웨이션브이(WayV)를 내놓으며 본격화했다.
같은 해 CJ ENM이 일본 요시모토흥업과 합작으로 세운 라포네엔터테인먼트는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 재팬'을 제작해 이듬해인 2020년 일본인으로 구성된 보이그룹 JO1을 데뷔시켰고, JYP도 2020년 일본에서 오디션 프로그램 '니지 프로젝트'를 제작해 걸그룹 니쥬를 내놓았다. 이들 그룹은 곧바로 일본 대중의 사랑을 받으며 순조롭게 현지 시장에 안착했다. 이후 라포네의 보이그룹 INI과 디엑스틴, 하이브의 보이그룹 엔팀, SM의 보이그룹 NCT 위시, JYP의 보이그룹 넥스지 등이 속속 데뷔하며 일본 현지화 그룹은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
2차 현지화 경쟁은 JYP가 올해 1월 비춰의 데뷔곡 '걸스 오브 더 이어'를 내놓으면서 시작했다. 이후 하이브는 지난달 미국 걸그룹 캣츠아이의 데뷔곡 '데뷔'를 공개했다. 외모나 스타일, 안무, 음악적 특징 등에서 K팝의 DNA를 이식받은 두 그룹 모두 아직은 국내 걸그룹만큼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걸스 오브 더 이어' 뮤직비디오는 유튜브에서 누적 조회수가 5개월여 동안 887만 회에 그치고 있고, '데뷔'는 3주간 375만 회에 머물러 있다. 올해 데뷔한 걸그룹인 베이비몬스터와 아일릿의 데뷔곡 뮤직비디오 조회수가 이미 억 단위를 넘어선 것과는 대조적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이나 유럽의 음악 시장이 일본과는 크게 다르고 팬들도 달라서 보다 차별화한 전략과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임희윤 대중음악평론가는 "미국이나 유럽의 팬들이 K팝을 좋아하는 이유 중엔 시각적인 면이 클 것이고 시각적 측면의 상당 부분은 '한국인 멤버'일 텐데 현지인으로 대체됐을 때 이걸 K팝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지 없을지 분명치 않다"면서 "이들 그룹도 그런 면에서 벽에 부딪히는 것 같다"고 했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비춰나 캣츠아이는 현지의 다른 그룹과 달리 색깔이 선명한 것도 아니고 K팝의 이미지와도 다소 거리가 있어 여러모로 포지션이 모호하다"면서 "콘셉트의 차별화와 장기적 안목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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