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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은 유토피아를 제공하는가, 디스토피아를 제공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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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도, 우리가 이용하는 미디어도 모두 빠르게 변하고 있다. 그렇다면 사회가 미디어를 바꾸는 것인가? 아니면 미디어가 사회를 바꾸는 것인가? 물론 세상의 모든 것들은 서로 연결돼 있으므로 미디어가 사회에 영향을 주기도 하고, 사회가 미디어에 영향을 주기도 할 것이다. 다만 어떤 영역이 더 큰 영향을 주는지, 그 양상은 어떤지 꼼꼼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렇게 미디어를 포함한 기술과 사회의 관계를 학문적으로 접근하는 영역을 기술사회학이라고 한다. 기술의 발전이 어떻게 사회를 변화시키고, 어떤 새로운 사회 패턴을 형성하는지 살피며, 반대로 기술의 형성과 발전, 기술체계의 구조 변화에 미치는 사회적 맥락의 영향을 파악하고자 한다.
기술(Technology)은 '기능, 재능, 방법, 체계'를 의미하는 그리스어 Tekhe와 '이성, 논리, 규칙' 등을 의미하는 Logia의 합성어다. 이 정의에 따르면, 기술은 ‘특정한 기능을 가진 물리적 도구나 기기’라는 의미지만, 더 넓게는 지식을 갖추고 업무를 수행하는 조직화된 체계를 말한다.
기술이 인류 역사의 흐름을 바꾼 사례는 무수하다. 인류 역사를 석기ㆍ청동기ㆍ철기시대로 구분할 때, 구분 기준은 금속을 다루는 기술이다. 또 4차 산업혁명이니 디지털 혁명이니 하는 것도 모두 기술의 변화를 기반으로 한다. 이렇듯 기술이 사회구조와 문화를 변화시키는 결정적인 요인이라고 주장하는 관점을 ‘기술결정론’이라고 한다. 반면 기술은 사회적 맥락 속에서 만들어지는 사회적 존재라고 주장하는 이론은 ‘사회구성론’이다. 사회구성론의 대표적인 사례는 주로 자전거의 역사가 거론된다. 초기 자전거는 다양한 모습과 형태를 띠었지만 점차 이용자와 사회의 요구에 따라 현재의 형태가 됐다는 것이다.
기술결정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기술의 발전이 자율적이며, 기술이 독립적인 힘으로 작용해 사회 변화를 일으킨다고 믿는다. 이는 자연스럽게 ‘개인의 행복이나 사회 발전이 기술의 결과로 나타나는 경제적, 물질적 풍요에 기반하는 것’으로 연결된다. 기업들이 선호하는 이론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에 기술의 사회적 구성을 강조하는 이들은 기술과 과학에 대해 반성하는 태도를 취한다. 기술 관련 집단들 간의 정치경제적 관계, 정부·기업·연구소 간의 이해관계 및 권력의 산물이라고 주장한다. 기술에 대한 지나친 의존이나 기술이 중립적이라는 주장을 경계하는 것이다. 조금 단순하게 추론하자면, 기술결정론은 기술 발전이 인류에게 긍정적이고 이상적인 미래를 가져다줄 것이라는 믿는 ‘기술 유토피아론’(Technological Utopianism)으로 연결될 수 있다. 반면에 사회구성론은 기술이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문화적 불균형을 악화하고, 인간의 자유와 자율성을 제한해 인류와 사회에 부정적이고 파괴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기술 디스토피아’를 우려한다.
미디어를 포함한 기술의 발전은 인류에게 편리함과 풍요로움을 마련해 준 것임에는 틀림이 없는 듯하다. 다만 기술이 우리에게 유토피아를 제공하는지, 디스토피아를 제공하고 있는지는 끊임없는 논란과 연구의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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