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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날 몸보신하려다 날벼락" 봉화 농약 사건 경로당 가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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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모두) 다 복날에 몸보신 하려다가 이게 무슨 일이고?”
18일 오후 경북 봉화군 봉화읍 내성4리 경로당 앞을 지나던 경로당 회원 황모(89)씨는 ‘출입금지’라는 문구가 또렷히 적혀있는 폴리스라인 뒤로 굳게 닫힌 출입문을 바라보며 시종일관 혀를 찼다. 내성4리 경로당은 지난 15일 봉화군 한 식당에서 단체로 복날 보양식을 먹은 뒤 전신마비 등의 증세를 보이며 쓰러진 주민 4명이 다녔던 곳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이들의 위 세척 내용물을 분석한 결과, 농약에 쓰이는 살충제 성분인 에토펜프록스, 터부포스 등이 검출됐다.
병원으로 이송된 4명은 사고 4일째인 지금까지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 황씨는 "노인들이 경로당에서 오래 같이 지내다 보면 가끔 다툴 때가 있지만 먹는 음식에 농약을 타서 4명이나 중태라고 하니 끔찍하다"면서 “다 같이 오래 건강하게 살자고 몸보신 하려다가 이런 일이 나 앞으로 경로당이 제대로 운영될까 걱정”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내성4리 경로당 회원 수는 총 41명이다. 1층은 여성, 2층은 남성이 주로 이용한다. 남성보다는 여성 회원이 두 배 가량 더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농약이 든 음식을 먹고 중태에 빠진 주민 4명은 모두 60, 70대 여성이다. 이들 중 2명은 경로당 회장과 부회장이고, 나머지 2명은 회원이다.
평소 동네 사랑방 역할을 했던 경로당은 사고 이후 발길이 뚝 끊기면서 가끔씩 취재진들만 북적거렸다. 인구 1,334명이 사는 봉화읍 내성4리는 살충제 농약 사고로 마을 전체가 뒤숭숭했다. 주민 박모(70)씨는 “확인되지 않는 소문들도 많고 조용했던 동네가 이런 일로 뉴스에 나와 어수선하고 불안하다"면서 "다들 아파트에 사는 노인들이지만 그래도 거의 매일 마주치는 사이인데 아직 병원서 깨어나지 못했다고 하니 기분이 영 그렇다”고 말헀다.
경찰에 따르면, 농약 중독 증세를 보인 4명은 복날에 모두 식당 한 테이블에서 오리주물럭을 먹었다. 이후 경로당에 들러 커피를 마셨다.
경찰은 살충제 농약의 판매 경로를 추적하는 한편 사건 당일 피해자들이 점심 식사 전 그라운드 골프를 친 정황을 확인하고 명단 확보에 나섰다. 이어 골프 경기에 참여한 주민을 상대로 피해자들이 다른 주민과 다투었는지 등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또 이날 내성4리에서는 주민 한 명(85)이 뒤늦게 호흡곤란과 마비 등 음독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진식 경북경찰청 강력계장은 “아직 사건 초기 단계여서 여러 가능성을 두고 다각도로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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