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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 깨진다고? '심야괴담회', AI 사용한 속사정

입력
2024.07.23 19:36

'심야괴담회' 게시판, AI 이미지 사용에 들썩
임채원 PD "AI 이미지 향후 축소…삽화로 대체할 것"

'심야괴담회'의 '개구리 집' 에피소드는 AI 이미지를 통해 화면에 담겼다. MBC 캡처

'심야괴담회'의 '개구리 집' 에피소드는 AI 이미지를 통해 화면에 담겼다. MBC 캡처

공포 마니아들에게 큰 사랑을 받던 '심야괴담회'의 시청자 게시판이 들썩였다. 사연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AI 이미지를 사용했는데, 많은 시청자들이 몰입이 깨진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재연 드라마를 통해 사연을 소개하던 '심야괴담회'가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된 속사정은 무엇일까.

MBC 예능 프로그램 '심야괴담회'는 시청자 투고 괴담을 읽어주는 스토리텔링 챌린지 프로그램이다. AI 이미지로 시선을 모은 회차는 지난 14일 방송된 4회다. 이날 방송의 '개구리 집' 에피소드는 AI 이미지를 통해 화면에 담겼다. 에피소드 시작 전, '본 괴담의 일부 이미지는 AI로 연출되었습니다'라는 자막이 등장했다. '개구리 집'은 공포감을 자아내는 장면까지 그림을 통해 연출됐다.

이후 '심야괴담회' 시청자 게시판은 비판글로 들썩였다. 시청자들은 "왜 AI를 쓰는지 이해가 안 된다" "AI 연출에 집중이 안 된다" 등의 글을 게재했다. 재연 배우들의 실감 나는 열연이 '심야괴담회'의 매력이었는데 이 부분을 느낄 수 없는 데다가 AI 이미지의 완성도가 낮아 몰입도가 깨진다는 것이었다. 무서운 장면이 더욱 징그럽게 느껴진다는 의견도 있었다.

'심야괴담회', 왜 AI 이미지 사용했나

'심야괴담회'는 왜 AI 이미지라는 새로운 도구를 사용하게 된 것일까. 임채원 PD는 지난 17일 오전 본지에 "AI 이미지는 시즌4부터 구상했던 시도이고, 지난 4회부터 사용했다. 방송 환경의 악화로 각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은 만성적인 제작비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AI 이미지는 삽화에 비해 마감기한을 잘 맞춰 제작되기 때문에 후반 작업이 용이하고 재연이나 삽화에 소요되는 제작 예산에 비해 저렴한 단가로 빠르게 제작이 가능하다. AI 이미지 재연의 도입은 제작비 절감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시청자들의 비판은 프로그램 측도 인지한 상황이다. 임 PD는 "몰입을 방해한다는 지적에 따라 AI 이미지를 향후 축소하고 삽화로 대체할 계획이다. '심야괴담회'는 항상 시청자들이 즐거워할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제작진이 시청자 의견을 수용한 가운데 '심야괴담회' 역시 이전의 매력을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예능가의 과제

김자옥은 '아바드림'을 통해 안방극장을 찾았다. 남편 오승근은 8년 만에 다시 만난 김자옥의 모습에 눈물을 흘렸다. TV조선 캡처

김자옥은 '아바드림'을 통해 안방극장을 찾았다. 남편 오승근은 8년 만에 다시 만난 김자옥의 모습에 눈물을 흘렸다. TV조선 캡처

앞서 많은 예능들이 기술의 힘을 빌렸다. 지난 3월 종영한 MBC 'PD가 사라졌다!'는 AI PD가 연출로 입봉하는 과정을 담아냈다. AI PD는 캐스팅부터 편집, 출연료 산정까지 수행했다. TV조선 '아바드림'은 고인이 된 스타의 생전 인터뷰와 노래를 활용, AI 기술로 목소리를 복원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이처럼 기술의 활용은 여러 가지 새로운 시도를 가능하게 만든다. 때로는 제작비 절감에 도움을 준다. 그러나 아직까지 예능가에서 인간의 자리를 대체한 기술이 좋은 반응을 이끌어낸 경우는 드물다. 'PD가 사라졌다' 역시 신선한 기획이었으나 1편부터 3편까지 모두 0%대 시청률을 기록했다. '심야괴담회' 역시 애청자들에게 혹평을 받았다. 시청자들이 사랑하는 매력을 유지하며 기술의 장점을 취하기 위해서는 제작진에게 더욱 많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정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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