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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군경에 살해당한 모녀 유족, 국가에 손해배상 승소

입력
2024.07.21 14:24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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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1년 젖먹이 딸과 엄마 희생 당해
법원, 유족 10명에 2억여원 배상 판결

광주지방법원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광주지방법원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6·25전쟁 당시 군인과 경찰에게 살해당한 전남 영광군의 국민보도연맹 희생자 유족 10명에게, 국가가 2억 1,900여만 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국민보도연맹은 이승만 정부가 전쟁 전인 1949년 4월 "좌익 전향자를 계몽·지도하겠다"며 만든 관변단체로, 전쟁 발발 직후 전국에서 수만 명의 보도연맹원이 군경에게 살해당했다.

광주지법 민사12단독 이상훈 부장판사는 영광군 보도연맹 희생자 A씨 모녀의 유족 10명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21일 밝혔다. 앞서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2023년 A씨 모녀를 '영광군 보도연맹 관련 희생자'로 확인한다는 진실 규명 결정을 내렸고, 이를 근거로 유족이 국가 상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 부장판사는 1인당 적게는 430만 원, 많게는 1억 705만 원까지 총 2억 1,900여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남편이 부역자로 몰린 아내 A씨는 돌도 안 된 젖먹이 둘째 딸과 함께 1951년 2월 13일 전남 영광군 홍농면(현 영광군 홍농읍)의 한 마을에서 군경에 의해 희생됐다.

재판의 쟁점은 A씨의 사망일과 제적 등본상 사망일이 다르다는 점이었다. 함께 사망한 둘째 딸이 등본에 등재되지 않은 점도 지적됐다.

이 부장판사는 "사망일이 다르게 기재된 것은 A씨가 부역 혐의자로 살해된 사실 알려지면 유족이 핍박받을 우려가 있어 뒤늦게 신고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함께 사망한 둘째 딸도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제적등본에 등재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이어 "사건의 특수성에 비춰 직접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운 사건이지만, 증언한 참고인의 진술이 진실 규명 결정과 다르지 않아 신빙성이 있다"고 밝혔다.

광주= 김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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