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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에 독이 된 '상장의 꿈'…김범수 구속 위기에 쇄신도 AI도 멈추나

입력
2024.07.21 17:00
수정
2024.07.21 17:09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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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김범수 창업자 영장실질심사 앞둬
구속되면 오너 리더십 부재 위기 현실화
구속 피해도 사법리스크 완전 해소 어려워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CA협의체 공동의장 겸 경영쇄신위원장이 18일 오전 카카오 그룹 현안 논의를 위한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카카오 제공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CA협의체 공동의장 겸 경영쇄신위원장이 18일 오전 카카오 그룹 현안 논의를 위한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카카오 제공


카카오 사법리스크 위기가 커지고 있다. 창업자인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구속 위기에 놓이면서다. 카카오의 성장동력이었던 상장의 꿈이 독(毒)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21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의 구속 여부를 결정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22일 오후 2시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다. 2023년 2월 하이브가 SM엔터테인먼트(SM엔터) 인수를 위해 주식을 공개 매수하던 기간에 카카오가 장내에서 SM엔터 주식을 대량으로 사들였는데 검찰은 이 과정에서 카카오가 하이브의 공개 매수를 저지하기 위해 사모펀드 운용사(원아시아파트너스)와 공모해 주가를 높인 것으로 본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어떠한 불법적 행위도 지시하거나 용인한 바가 없다"며 "혐의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만약 법원이 검찰의 영장청구를 받아들여 김 위원장이 구속 수사를 받으면 카카오는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신사업 투자와 기업 쇄신의 동력이 약해질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1월 경영쇄신위원회를 띄워 조직 쇄신과 지배구조 개편 등을 이끌고 있다. 또한 김 위원장은 카카오의 최대주주로 카카오를 통해 계열사에도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오너가 실질적으로 업무를 보기 힘들어지면 대형 투자, 인수합병(M&A) 추진, 신사업 발굴, 경영체계 개편 등의 의사 결정이 모두 어려워질 수 있다.

김 위원장이 구속을 피하더라도 사법리스크가 말끔하게 해소되기 전까진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카카오 법인이 SM엔터 주가 시세조종 혐의로 벌금형 이상을 확정 판결을 받는다면 알짜 자회사인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적격성도 재검토 대상이 된다.



독이 된 상장 욕심… "투자 선순환 어려워져"

경기 성남시 판교 카카오 아지트. 한국일보 자료사진

경기 성남시 판교 카카오 아지트. 한국일보 자료사진


IT 업계에선 상장에 대한 카카오의 꿈이 독이 됐다는 지적이 많다. 카카오가 무리를 해서라도 SM엔터를 인수했던 건 카카오엔터테인먼트(카카오엔터)가 성공적으로 상장하려면 아티스트·음악 지식재산권(IP)을 많이 보유한 SM엔터가 필요하다고 봐서다. 카카오엔터는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국부펀드(PIF)와 싱가포르투자청(GIC)에서 약 1조2,000억 원을 투자받았다. 투자금을 돌려주기 위한 IPO(기업공개) 압박이 현재까지도 크다.

이런 카카오 상황은 네이버와 종종 비교된다. 자회사 상장을 최소화하던 네이버는 최근 미국 나스닥에 네이버웹툰(웹툰엔터테인먼트)을 상장시켰다.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톡이 국민 메신저이지만 무료 서비스"라며 "카카오는 카카오톡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자회사를 상장시켜 투자금을 조달하는 성장 모델을 추구했는데 이런 모델이 한계에 부딪혔고 돈이 많이 필요한 AI 분야 투자는 더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우려된다"고 했다.

투자 업계에선 궁지에 몰린 카카오가 핵심 자산을 제외한 자회사(카카오게임즈, 카카오페이, SM엔터 등) 매각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IT 업계에선 이 역시 여의치 않다고 본다. 만약 김 위원장이 구속된다면 지분 매각과 같은 주요 의사 결정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사법리스크로 인해 자산 대부분이 저평가돼 '제값 받기'가 어려워진 측면도 있다. 골프 플랫폼인 '카카오VX'의 경우 매각설이 꾸준히 나오지만 카카오가 직접적으로 지분을 가지고 있지 않은 카카오게임즈의 자회사여서 상황이 다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가 우리나라 대표 테크 기업인데 기술 경쟁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했다.

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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