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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출근 시간의 3배, 우산 쓰고도 흠뻑 젖어" 수도권 출근길 집중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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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은 한참을 기다려도 안 오고, 결국 회사에 15분 늦었어요."
서울 성북구 자택에서 중구로 출근한다는 직장인 김지현(29)씨가 17일 출근길을 떠올리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이날 아침에 갑자기 쏟아진 폭우로 버스나 자가용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모두 지하철로 몰린 데다 일부 지하철 운행이 지연되면서 출근길 시민들은 큰 불편을 겪었다. 평소 동묘역에서 1호선을 타고 시청역으로 가는 김씨도 한참 지하철이 오지 않아 버스를 탔지만 지각을 피하지 못했다. 그는 "동네 헬스장은 천장 일부가 무너져내려 내부가 침수된 상태라고 들었다"면서 "올해 장마가 유독 심하다는데 앞으로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자정부터 낮 12시까지의 누적 강수량은 노원구가 124.5mm로 서울에서 가장 많았고, 성북구와 종로구에도 각각 114.5mm, 84.4mm의 많은 비가 내렸다. 성북구와 종로구 등에는 올해 첫 호우 긴급재난문자가 발송됐다. 반면, 매년 침수 피해가 잦았던 강남구와 동작구는 각각 19mm와 16mm로 상대적으로 낮은 강수량을 보였다.
강남역에서 만난 강모(26)씨는 "온갖 애플리케이션(앱)으로 택시를 호출했는데 하나도 안 잡혀 결국 부모님이 차로 회사까지 데려다 주셨다"고 털어놨다. 직장인 이모(28)씨도 "원래 걸리던 시간보다 3배나 더 걸려 회사에 도착했다"면서 "우산을 써도 바람이 세차게 부니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젖었다"고 토로했다.
재택근무를 하거나 출근을 못한 이들도 있었다. 마포구에 거주하는 강동우(33)씨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러 이동하는데 갑자기 폭우가 내려 앞이 하나도 안 보이고 '이러다 사고가 날 수 있겠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강씨는 결국 아이와 함께 집으로 돌아왔고, 회사에는 재택 근무를 신청했다. 직장인 김모(24)씨는 성북구에 위치한 근무지가 침수돼 출근하지 말라는 안내를 받았다. 김씨는 "물을 퍼내야 할 정도로 피해를 봤다"면서 "일주일 내내 운영을 중단한다고 해 일용직 근로자들이 크게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종로구 인근 청계천 산책로는 빗물에 완전히 잠겨 출입이 통제됐다. 흙탕물이 돼버린 청계천을 한참 내려다보던 서상원(62)씨는 "올해 들어 이렇게까지 물이 차 오른 건 처음"이라고 했다. 경기 북부 지역에는 도로가 침수돼 차량 운행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도 벌어졌다. 경기 의정부에 거주하는 주오문(69)씨는 "녹양역 인근 사거리에 사람 허리 높이만큼 물이 차 올랐다"면서 "정신 없는 상황에서 급히 빠져 나왔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2년 전 침수피해를 크게 입은 서울 동작구 상도동 주민들은 다가올 장마에 대한 걱정을 내비쳤다. 80대 여성 정모씨는 "예전에 크게 물난리가 났을 때 하수도가 역류해 무릎 높이까지 물이 찼다"면서 "지금도 비가 온다고 하면 쉽게 잠을 못 잔다"고 했다. 인근에서 속옷 가게를 운영하는 서모씨도 "오늘은 다행히 비가 많이 안 왔는데 앞으로를 대비해야 한다"며 "비가 퍼부을 때마다 물건들이 다 젖지는 않을지 마음을 졸인다"고 울상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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