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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의 정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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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코노미(policonomy)', '정치(politics)'와 '경제(economy)'의 합성어다. 올해 세계 각국에서 이례적으로 수많은 선거가 열리며 주목받는 단어이지만, 세계적으로 통용되진 않는다. 1980년 호주에서 만들어진 보드게임이 처음으로 폴리코노미란 단어를 사용했다. 우리에게 익숙한 모노폴리 게임에 정치적 요소를 가미한 보드게임이었다.
'폴리코노미'란 단어가 우리에게 잘 알려지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2017년 대선을 앞두고 현대경제연구원이 '폴리코노미'라는 신조어를 사용하면서부터다. 당시에 현대경제연구원은 대선을 앞두고 여야 모두 정치철학에 입각한 경제 공약보다 선거 표심을 공략하기 위한 선심성 공약을 남발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선거가 경제를 좌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에서는 '정치적 비즈니스 사이클(political business cycle)'이란 개념을 사용한다. 다만, 수많은 경제학 실증 연구 결과는 선거가 경기 순환에 영향을 미치는 증거가 약한 것으로 분석한다. 정치적 비즈니스 사이클의 연구 초점도 자연스럽게 '정치적 예산 순환(political budget cycles)'으로 이동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재정 확대보다 예산 지출 구성의 변화가 나타나는 점에 착안점을 두는 것이다.
올해 세계 각국의 선거 양상을 보면, 경제 상황의 좋고 나쁨이 오히려 선거 결과를 좌우하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이 심각한 올해는 정치적 스펙트럼과 무관하게 대부분 집권당에 대한 강한 불만 표출이 선거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결국 폴리코노미라는 것은 정치와 경제의 상호작용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맞다.
정치와 경제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대표적인 학문으로는 정치경제학이 있다. 정치경제학이 시기적으로 1970년대, 그리고 최근 각광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사람들은 미국의 리더십이 쇠퇴할 때, 글로벌 위기가 발생할 때, 인플레이션이 심각할 때 정치와 경제를 통합적으로 보는 것의 중요성을 재인식하게 되는 것 같다. 1970년대 브레턴우즈 체제의 붕괴가 미국 리더십의 쇠퇴를 보여줬다면, 2020년대는 보호무역주의와 WTO의 마비가 있다. 1970년대 오일쇼크는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과, 또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은 2020년대 공급망 재편과 인플레이션과 겹친다.
미국에서는 대통령 선거 때마다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율을 단순 합산한 '비참도 비율(Misery Ratio)'이라는 말이 등장한다. 경험상 이 비율이 높으면 현직 대통령이 불리하고, 낮으면 유리하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실제 선거는 좀 더 복잡하지만, 비참도 비율의 개념은 경제가 정치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는 출발점을 제공한다. 역사적으로 비참도 지수가 역대 가장 높았던(16.0 이상) 1970년대 미국 대선의 결과를 보면, 공화당의 포드 대통령, 민주당 카터 대통령은 모두 단선에 머물렀던 점도 흥미롭다.
지난 주말에 있었던 트럼프 저격사건으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트럼프 재선의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트럼프 1기 비참도 지수 6.9, 바이든 정부 9.5로 집계된 것을 보면, 어느 정도 대선 결과의 향방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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