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홍수위 보다 낮은 충남 배수펌프장 "집중호우에 무용지물"

입력
2024.07.17 16:00
수정
2024.07.17 18:44

논산지역 최대 담수호 초기 수량 조절 실패
"98곳 큰 비 오면 감전사고 우려" 가동 중단
"매년 피해 반복, 관리권한 지자체에 넘겨야"

지난 10일 시간당 100㎜의 물폭탄이 쏟아진 충남 논산의 한 비닐하우스가 흙탕물에 잠겨 있다. 독자 제공

지난 10일 시간당 100㎜의 물폭탄이 쏟아진 충남 논산의 한 비닐하우스가 흙탕물에 잠겨 있다. 독자 제공

기록적인 집중호우가 쏟아진 지난 10일 한국농어촌공사가 충남 논산시 아호배수장 배수펌프 가동을 중단해 피해를 키웠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7일 한국농어촌공사 등에 따르면 농어촌공사 충남본부는 10일 오전 5시30분부터 12일 오후 6시까지 48시간 동안이나 논산 아호 배수장의 배수펌프 가동을 중단했다. 농어촌공사 충남본부 관계자는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집중호우로 배수장 전기시설이 물에 잠겨 누전으로 인한 감전사고 등을 우려해 일부 시설의 가동을 중단시킨 것"이라고 해명했다.

피해가 일자, 충남도와 논산시는 "아호 배수장의 배수펌프 작동이 안돼 집중호우 초기에 대응을 못해 수해가 커졌다"는 불만을 나타냈다. 아호 배수장은 논산천 상류 탑정호의 수량을 조절해 수해를 막고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설치됐다.

하지만 논산시와 지역정가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논산천 상류의 물 조절 실패가 수해를 불렀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농어촌공사 충남본부 유경태 본부장은 "탑정호 저수율을 72% 이하로 유지하고 있었다"면서 "초기 수량 조절 실패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배수 펌프가 제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는 건 아호 배수장 뿐만이 아니다.

충남지역 농어촌공사 배수장 200여 곳 가운데 98곳의 배수펌프 시설이 홍수위보다 아래에 설치된 것으로 파악됐다. 전체 시설 중 절반 가까이가 집중호우 시 감전사고 등 우려로 가동을 중단해야 하는 실정이다. 비 피해를 막아야 할 시설이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인 나오는 이유다.

백성현 논산시장은 지난 14일 비 피해 현장을 방문한 강형섭 농림식품축산부 기조실장에게 "매년 반복되는 수해는 배수장 등 수리시설이 부족한 탓"이라며 배수시설 확대를 위한 지원을 요청했다.

지역에선 이번 일을 계기로 농업기반시설의 관리권한을 지자체에 이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오인환 충남도의원은 "수해를 예방하기 위한 농어촌공사의 대응이 부실하다"며 "정부는 배수장 등 농업기반시설 관리권한을 지방자치단체로 이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0일부터 이어진 폭우 피해를 입어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된 논산에선 1명이 숨지고 주택 235가구가 물에 잠기는 등 4,687건에 이르는 피해가 접수됐다. 비닐하우스와 농경지 985만 9,300㎡도 침수되거나 파손돼 226억 5,323만 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윤형권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