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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다리 뜯자 후드득" 부산 '구더기 치킨', 검사 결과는...

입력
2024.07.17 13:00
수정
2024.07.17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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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더기서 열처리 정황 확인
민원인 통닭 사 가는 CCTV도
업주 "우리 통닭 아냐" 의혹 부인
사하구 "증거 없어 행정처분 불가"

부산 사하구 한 분식집에서 구매한 통닭에서 구더기가 나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보배드림 캡처

부산 사하구 한 분식집에서 구매한 통닭에서 구더기가 나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보배드림 캡처

부산의 한 분식집에서 구더기가 들끓는 통닭을 손님에게 판매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인 가운데, 해당 분식집에서 구더기가 발생한 채로 조리한 것으로 추정되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17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부산 사하구는 최근 외부 전문기관에 조사를 의뢰한 결과 통닭에서 발견된 구더기에 열처리가 됐다는 분석 결과를 받았다. 구더기가 닭을 튀기기 전에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구더기서 단백질 변성… 열처리 확인

사하구는 최근 민원인으로부터 구더기가 발견된 통닭 원물을 받아 생활환경 위생기업 '세스코'에 분석을 의뢰했다. 단백질은 열을 가하면 단백질 변성이 일어나 열을 가하지 않은 단백질과 열을 가한 단백질의 구조가 달라지는데, 세스코의 분석 결과 통닭에서 발견된 구더기는 열이 가해져 단백질 변성이 일어났다.

구는 해당 분식집에서 민원인이 통닭을 구매해 집으로 향하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도 확보했다. 분식집 인근 다른 가게에 설치된 것으로 추정되는 CCTV 영상에는 업주가 통닭을 튀기고, 민원인이 통닭을 받아가는 모습이 담긴 것으로 파악됐다.

구더기 분석 결과와 구매 당시 영상 등을 봤을 때 정황상 이 분식집에서 구더기가 있는 통닭을 판매한 것으로 추정된다.

업주, 의혹 부인 "우리 가게 통닭 아냐"

구더기가 나왔다는 통닭(왼쪽 사진)과 6개월 전 해당 분식집에서 통닭을 구매한 손님이 배달애플리케이션에 올린 후기 사진. 보배드림, 배달의민족 캡처

구더기가 나왔다는 통닭(왼쪽 사진)과 6개월 전 해당 분식집에서 통닭을 구매한 손님이 배달애플리케이션에 올린 후기 사진. 보배드림, 배달의민족 캡처

그러나 업주는 통닭 상태 등을 근거로 의혹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업주는 지난달 26일 본보 통화에서도 "24시간 영업을 하고 있는데, 매일 아침 닭을 튀기고 있고, 보통 당일 다 소진돼 밤 11~12시에 와도 못 산다"며 "(사진 속) 통닭이 비쩍 마른 걸 보니 닭을 산 지 며칠 지난 것 같다"고 주장했다.

또 "신선한 닭을 받아서 매일 튀기는데 구더기가 있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항변했다. 업주는 구더기 분석 결과와 CCTV 영상에도 불구하고 구청에 "우리 가게 통닭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구청에 통닭 대신 다른 메뉴를 판매하겠다는 의사도 전달했다.

구청, 위생 불량만 행정처분 "명확한 증거 없어"

관할 구청은 정황증거 외에 명확한 물증이 없는 데다 업주가 부인하고 있어 구더기가 발견된 것에 대해서는 행정처분을 별도로 하지 않을 예정이다. 앞선 현장조사에서 발견된 위생 불량에 대해서만 과태료 50만 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사하구 관계자는 "CCTV와 검사 결과를 보면 구더기가 해당 업소에서 나왔을 확률은 상당히 높다고 보지만, 명확한 증거가 없어 추정만 하는 상황"이라며 "업주가 자기네 통닭이 아니라고 완강히 부인하고 있어서 위생 불량으로만 행정처분이 나갔다"고 설명했다.

구더기 통닭 논란은 지난달 23일과 25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통닭을 구매한 민원인의 지인이 글을 올리며 불거지기 시작했다. 작성자 A씨는 "친구가 새벽에 잠이 오지 않고, 소주도 한잔 생각나고 해서 24시간 하는 분식집에서 닭 한 마리를 튀겨 집으로 가져왔다고 한다"며 "먹으려고 다리를 뜯는 순간 하얀 무언가가 후드득 떨어지면서 썩는 냄새가 진동하더란다"라고 적었다.

그가 공개한 사진엔 통닭 안에 구더기 수십 마리가 있었다. 다만 발견 당시 구더기가 살아있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아 구더기가 있는 채로 통닭이 튀겨졌는지, 통닭을 구매한 후 사후에 구더기가 발생했는지 등이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윤한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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