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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건물은 어떻게 세계적 도시의 명소가 됐나… 파빌리온과 폴리의 '찰나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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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종의 오늘의 건축'은 치과의사 출신의 건축가인 정태종 단국대 건축학부 조교수가 국내외 현대 건축물을 찾아 각 건축의 지향점과 특징을 비교하고 관련된 이슈를 소개하는 기획입니다. 4주에 1번씩 연재합니다.
무더운 한여름 깜깜한 밤에 밝은 빛이 사방으로 퍼져 나간다. 순간 모든 사람이 고개를 들어 하늘에서 벌어지는 빛의 향연에 감탄한다. 불꽃놀이 이야기다. 불꽃이란 단어는 짧지만 화려한 순간을 가장 적절히 표현한다. 불꽃놀이는 단순한 놀이라기보다는 찰나의 순간에 인간의 감정을 강하게 드러내 카타르시스로 전환하는 의식처럼 느껴진다. 건축물도 한번 지으면 수십 년에서 수백 년은 갈 것으로 생각하지만 최근 건축은 단 며칠이나 몇 개월을 위한 건축물에도 심혈을 기울인다. 임시 건축물의 의미와 가치를 찾아본다.
건축물의 수명은 영구적 또는 반영구적인 것으로 생각한다. 소중한 장소가 얼마 안 가서 없어진다면 누구도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기에 건축물이 최대한 오래가도록 재료나 구조 면에서 여러 방식을 이용해 짓는다. 미셸 푸코는 일상과 다른 현실의 공간을 '헤테로토피아'로 언급하면서 다양한 특성의 장소가 있다고 했다. 시간의 영속성과 총체성을 만드는 전시 공간이 박물관과 미술관이라면 그와 다르게 축제나 카니발 같은 이벤트를 위한 공간은 상설로 오랫동안 지속하기보다는 순간의 시간을 보여주는 곳이다. 대표적 공간이 엑스포나 비엔날레처럼 사건으로 나타나는 상황을 만드는 곳이다. 이런 이벤트에는 엑스포의 국가관이나 비엔날레의 주제관 등 파빌리온이 포함되는데 현대사회에서는 특수한 상황의 임시 건축물이 일상으로 들어와 도시 속 폴리(polly·장식적 역할을 하는 건축물)가 된다. 이제 우리의 일상은 진짜보다 복제가 더 실제와 같은 시뮬라크르(simulacre·원본을 복제한 모방)와 함께 공간이 팝업화되고 인스턴트화돼 더 가볍고 가변적으로 변하게 된다.
영국 런던 켄싱턴 공원의 서펜타인 갤러리에서는 매년 건축가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공간인 서펜타인 갤러리 파빌리온 설계를 맡을 건축가를 발표한다. 2000년부터 건축가를 선정해서 그해 여름철 내내 사용할 서펜타인 갤러리의 파빌리온 설계를 의뢰한다. 2024년에는 한국의 건축가 조민석과 매스스터디즈가 선정돼 '군도의 여백'으로 진행된다. 이곳의 파빌리온은 원래 갤러리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전시 공간이지만 기능적인 전시 공간보다는 공공 건축이나 공공 미술의 성격이 강하다. 선정된 건축가에게는 평소 가지고 있는 건축적 정체성과 새로운 개념을 구현해 낼 좋은 기회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타 건축가는 물론 새로운 건축적 개념을 가진 젊은 건축가들이 자신의 디자인 실력을 마음껏 펼친다. 지금까지 진행해 온 파빌리온들은 내부인지 외부인지 전시공간인지 놀이터인지 파악하기 어려운 모호한 공간을 제시하거나, 건물로 둘러싸인 독특한 외부 중정을 만들기도 하고 투명해서 마치 아무것도 안 만든 듯한 가벼움의 공간을 보여주기도 했다. 어떤 공간이라고 해도 한여름 런던 한복판에 시민들을 위한 건축적으로 새롭고 독특한 공간을 제공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임시 공간으로 사용하기 위해 적지 않은 비용과 건축가의 노력이 필요하고 철거 후 다른 곳으로 이전해서 사용하는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다지만 한계가 있고 심지어 낭비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같은 공간에 건축적 개념으로 구현된 새로운 장소가 만들어져서 또 다른 경험을 제공한다는 매력은 변함없이 크다.
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전 세계적인 행사 중 하나가 세계 박람회인 엑스포라 할 수 있다. 엑스포는 여러 나라가 참가해 각국의 문물을 전시하고 교류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공공 박람회다. 한국에서는 1993년 대전에서 첫 인정 박람회가 개최됐고, 2012년 두 번째로 여수 엑스포가 개최됐다. 엑스포는 서로 다른 공간에 있는 국가들의 동시대성을 한 공간에서 만날 기회다. 대부분의 기존 전시는 시간성을 중심으로 역사적 변화와 발전을 보여주는 수직적이며 통시적인 관점으로 펼쳐진다. 반면 엑스포는 서로 다른 공간과 지역을 보여주는 수평적이며 공시적인 방법의 전시다. 박람회의 중심 역할은 국가별·주제별로 독립된 공간을 설치하고 다양한 내용물을 전시하는 것이다. 주제관이나 국가관은 개최 당시 대표성을 가지는 건축가가 명확한 정체성으로 설계하는 방식을 취한다. 수개월 동안 본연의 목적을 다하고 나면 철거되거나 다른 기능으로 전용되기도 하는데 폐막 후 몇 년 지나서 가보면 방문객도 없이 건축물만 덩그러니 남아 자리만 지키고 있는 예도 있다. 엑스포 당시 최첨단의 건축 설계방식으로 설계된 건축물도 시간 앞에서는 예외가 없다. 임시로 만든 건축물을 지속하게 하는 것이 잘못인가 싶을 정도로 버려두듯 남겨지는 것을 보면 임시성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광주에 가면 도심 곳곳 일상의 공간에서 새로운 건축물을 만날 수 있다. 광주디자인비엔날레의 결과물인 폴리 프로젝트다. 폴리란 불확정성을 반영하는 유연한 계획으로, 건축가 베르나르 추미의 파리 라빌레트 공원 내 폴리 이후 전 세계 도시에 서로 다른 의미로 세워졌다. 한국의 광주시는 쇠락해져 가는 구도심을 소형 건축물인 폴리로 재생하기 위한 광주 폴리 프로젝트를 시도했다. 도시를 가득 채운 일반 건축물과는 다르게 어반 폴리는 소형 건축물로 공공 디자인과 건축의 경계에서 도시의 표정과 풍경을 바꾸고 있다. 광주의 구시청 사거리 가운데에 서 있는 노란색 폴리는 프랑스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가 설계한 열린 공간으로, 이정표이기도 하고 간단한 공연의 공간이기도 하다. 또한 '광주천 독서실'은 영국 건축가 데이비드 아자예와 소설가 타이에 셀라시가 공동으로 참여해 만든 인문학적 지식의 공간이다. 광주천 제방에 위치한 열린 공간인 독서실은 천변 공원의 녹지와 징검다리, 그리고 보행로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책이라는 지적 소재와 휴식 공간을 하나로 만든다. 좋은 의도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활용도가 낮아 아쉬움이 큰데 최근 솔토지빈 건축사사무소의 '숨 쉬는 폴리'와 '광주폴리 둘레길' 조성으로 도시의 환경을 바꾸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폴리가 공공 미술의 조각이나 오브제 이상으로 시민의 일상에서 잘 활용될 수 있게 머리를 맞대야 할 시기다.
다시 불꽃놀이 이야기로 돌아가 본다. 불꽃놀이는 아마도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현실의 장면일 것이다. 아무것도 없는 깜깜한 무한대의 하늘이라는 공간에 순간적으로 쏘아 올린 작은 불꽃은 어느 순간 갑자기 내 눈앞에서 예상하지 못하는 거대한 환영을 만들고는 바로 사그라진다. 찬란한 아름다움이다. 아쉬움을 안고 언젠가는 다시 볼 것을 기대한다. 임시성이라는 개념은 명확한 다음을 기약하지 않아서 아쉬울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옛 시장인 오일장처럼 오늘 없어진다고 마지막이 아니듯 임시 건축물도 그 소임을 다하면 다음 단계를 준비하게 된다. 임시 건축물이라고 적당히 대강 만든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수명이 짧을수록 시간이라는 단위당 가치는 훨씬 크기 때문에 더 신경을 쓰고 정성을 들여야 한다. 한국의 건축물은 유럽의 것과 비교하면 임시 건축물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수명이 짧아 마치 패스트 패션처럼 빠르고 계속 변화한다. 건축물은 완공된 순간에 건축가의 설계 의도가 그대로 드러나지만, 사람이 들어가서 살면서 많은 것이 추가되고 변형돼 처음과 많이 달라진다. 사람이 세월 따라 나이를 먹듯이 건축물도 시간에 따라 사그라진다. 내 손을 담근 강물이 흘러가고 예전 것이 아닌 새로운 강물로 되돌아오지만 강이라는 전체는 변하지 않는 것과 같다. 현재라는 순간, 찰나, 임시성은 그 속에서 항상 새롭게 생성되면서 과거에서 미래로 지속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저런 생각에 이번 불꽃놀이에서는 건축이 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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