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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2만원만 내면 배달부가 점심마다 집밥을 회사로 갖다준다...놀라운 인도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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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재 음식평론가가 흥미진진한 역사 속 식사 이야기를 통해 ‘식’의 역사(食史)를 새로 씁니다.
점심은 중요한 끼니다. 질병관리청의 2022년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전 국민의 아침 결식률이 34%다. 많은 이들에게 점심이 진짜 첫 끼니라는 의미이니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오전보다 더 긴 오후 일과를 위한 육체적 에너지 공급은 물론, 정신적 환기의 기회로서 점심 식사는 하루의 중심이라고 말해도 과장이 아니다.
이렇게 중요한 점심이건만 막상 먹으려면 고민만 커진다. 썩 맛있지 않은 음식을 적지 않은 비용을 주고 사 먹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구인구직 사이트 잡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직장인의 점심 비용은 평균 7,761원으로, 2018년의 6,230원 대비 24.5% 올랐다. 편의점(6,432원)과 구내식당(7,322원)이 그나마 싸게 먹힌다. 음식점에서 사 먹으면 평균 9,289원이 든다. 그것도 줄을 잔뜩 서 기다렸다가 붐비는 가운데 허겁지겁 먹어야 한다.
이래저래 점심이 하나의 큰 과제처럼 다가오는 현실이다. 이런 과제를 무려 1800년대부터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해결하는 곳이 있으니, 인도 뭄바이다. 고유의 점심 배달 시스템인 '다바왈라'는 무려 134년 동안 뭄바이 직장인들의 점심을 집에서 직장까지 배달해 주었다. 20만 건 가운데 배달에 실패하는 건 고작 0.0001%라고 하니 실로 엄청난 정확도가 아닐 수 없다.
다바왈라의 배달 시스템이 우리가 떠받드는 정보기술(IT)이나 스마트폰 같은 첨단 문물의 도움을 전혀 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한결 더 흥미롭다. 100년도 넘는 긴 세월 동안 다바왈라는 근본적인 변화 없이 뭄바이 직장인들의 점심을 책임져왔다. 오로지 철도망과 몇 가지의 분류 코드 체계, 그리고 배달부인 다바왈라 그 자신들이 전부였다.
1800년대 말 인도 뭄바이와 주변 지역으로 인구가 집중하기 시작했다. 몰려오는 사람들에 비해 인프라, 즉 사회간접자본이 부족했고 특히 음식 문제가 심각했다. 뭄바이 직장인들을 제대로 먹일 만한 음식점이 별로 없었다. 설사 음식점에서 먹을 수 있다고 해도 취향 혹은 입맛에 맞지 않는 경우가 허다했다. 워낙 큰 나라의 여러 지역에서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저마다 식문화가 사뭇 다른 게 문제였다.
그런 이들에게 궁극적 해결책은 집밥이었다. 하지만 집밥을 도시락으로 싸 가지고 오기마저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출근자가 도시락을 들고 나오려면 아침 일찍 준비해야 하는데, 긴 통근을 준비하는 이들이 도시락까지 챙기기는 무리였다. 배달이 가능하다면 이야기는 다르다. 그들이 출근한 후부터 점심시간 이전까지 음식을 준비해 보낸다면 어떨까.
이런 발상에 힘입어 파르시(인도의 조로아스터교) 은행가인 마하데오 하바지 바흐체가 1880년대에 개인 배달부를 고용해 도시락을 받아 먹기 시작한다. 마하라슈트라주(州)의 푸네 지역 출신 일꾼이 배달을 성공적으로 해냈으니, 바흐체는 가능성을 보고 배달부 100명을 고용해 도시락 배달을 사업화한다. 그렇게 100년 넘게 꾸준히 지속될 거대한 배달 네트워크의 싹이 텄다.
다바왈라는 특유의 도시락 찬합세트를 의미하는 '다바(dabba, 티핀이라고도 부른다)'와 '배달하는 사람'이라는 의미의 '왈라(wala)'로 이루어진 조어다. 말 그대로 '도시락 배달부'인 것이다. 다바왈라들은 15~20세부터 직업 전선에 뛰어들다 보니 실질적인 문맹인 경우도 많다. 그런 이들에게도 전체의 배달 과정에 어려움이 없도록 코딩 시스템이 직관적 지표를 제공해 준다.
문자와 숫자, 그리고 색으로 이루어진 다바왈라 시스템은 크게 네 종류의 정보군으로 나뉘어 있다.
우선 ①출발지를 위한 약어다. 도시락이 만들어지는 출발지까지의 거리를 담당하는 다바왈라의 정보를 영어 알파벳 한 글자로 표기한다. 대체로 한 명의 다바왈라가 25~35군데 집에서 도시락을 수거하며, 기차역에 적어도 오전 10시까지 모인다. 이때 가정에서는 다바왈라를 지체시키지 않도록 도시락을 미리 준비해 놓아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다바왈라에게는 배달을 거부할 권리가 있다. 도시락이 무거울 경우에는 벌금을 낸다.
또 하나는 ②출발역을 위한 약어다. 다바왈라 시스템은 핏줄이라 할 수 있는 뭄바이와 외곽 지역을 연결하는 철도에 의존한다. 각 가정에서 수거한 도시락이 집결하는 뭄바이 주변 지역 철도 네트워크의 150군데 역 가운데 하나를 가리킨다.
③도착역 정보도 있다. 찬합의 한가운데에 쓰여 있는 숫자가 바로 도시락이 기차 여행을 마치는 역을 의미한다. 출발역에 모인 도시락은 다바왈라들에 의해 불과 40초라는 짧은 시간 동안 각 종착지 역에 해당되는 화물칸에 실린다. 만약 이 역이 기차로 한 번에 닿을 수 없는 경우 환승역을 위한 화물칸에 실렸다가 20초 안에 다음 기차로 옮겨진다.
마지막으로 ④배달지의 지역, 건물 및 층 정보가 있다. 도시락이 도착역에 오전 11시~11시 30분 사이에 당도하면 최종 배달이 이루어진다. 보통 '숫자'와 '알파벳+숫자', '숫자'의 세 가지 조합으로 이루어진 코드는 도착지 건물과 층 정보를 담고 있다. 이를 참고해 도착지의 다바왈라가 도시락을 먹을 이들에게 최종 배달한다. 이렇게 서넛에서 최대 열두 명의 다바왈라를 거쳐 도시락이 먹는 이들에게 배달된다.
모든 도시락 배달은 오후 12시 30분에서 1시 사이에 정확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30분 뒤 출근자가 먹은 도시락은 배달의 역순을 밟아 모든 가정으로 오후 6시까지 돌아가 다음 날을 준비한다. 어떻게 보면 불가능해 보이는 배달을 매일 '한 치(3.03㎝)의 오차'라는 말이 우스울 정도로 다바왈라가 정확하게 배달해 내고 있는 것이다.
다바왈라는 대략 200개의 점조직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자의 규칙 및 코드 시스템에 따라 도시락을 배달한다. 배달료 책정이나 새롭게 배달할 도시락의 유치 또한 다바왈라들이 자치적으로 결정한다. 시스템 특성상 일단 배달을 위탁하면 교체가 어려운 시스템이므로 다바왈라와 도시락을 배달시키는 가정 간에 상호 책임감이 요구된다. 정확한 배달만큼이나 정확한 준비를 해야 한다는 말이다.
100년을 훌쩍 넘기는 세월 동안 정확도를 갖춰 배달을 수행해왔기에 다바왈라는 꽤 막강한 사회적 신뢰를 누리고 있다. 현금으로 받은 월급을 찬합에 넣어 다바왈라를 통해 집으로 보내는 편이 더 안전하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1993년 뭄바이의 마하라슈트라에서 257명이 죽고 1,400명이 다친 연쇄 폭탄 테러가 일어났을 때에도 다바왈라들만이 몸수색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 그만큼 이들을 믿은 것이다.
다바왈라는 일종의 유니폼으로도 문화적 상징 역할을 한다. '쿠르타'라고 불리는 자락이 긴 흰 셔츠와 일명 '간디 모자'라 불리는 '토피'를 쓰고 있기에 이들을 쉽게 알아볼 수 있다. 사실 다바왈라는 대부분 친인척지간이다. 마하라슈트라주의 바르카리 종파에 속한 이들로, 푸네와 인근 작은 마을 출신이다. 그렇기에 이들이 축제에 참가하는 매년 3월에는 닷새 동안 도시락이 배달되지 않는다.
100년 이상 전에 출범해 첨단 기술의 도움 없이도 불가능에 가까운 정확도를 일궈냈기에 다바왈라 시스템은 많은 연구의 대상이 되어 왔다. 페덱스나 DHL 같은 국제 물류 서비스는 물론이거니와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서도 다바왈라를 연구한 바 있다. 물론 99.9999%라는 정확도(배달 600만 건당 1건 수준)가 너무 막대한 수치이기에 과장이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
오늘날 4,500~5,000명의 다바왈라가 17만5,000개~20만 개의 도시락을 주 6일 배달하고 있다. 종신직 프리랜서라 할 수 있는 이들 다바왈라의 월급은 1만~1만5,000루피(16만5,000원~24만8,000원) 수준이라고 알려져 있다. 다바왈라 서비스 비용은 지역, 조직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1,000~2,000루피(1만6,660원~3만3,200원) 사이다. 매년 5~10%의 성장세를 보이는 다바왈라는 대다수가 남성이지만 차츰 여성의 비율도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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