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우리나라는 에너지 부족 국가이면서도 탄소중립과 에너지안보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제기되는 다양한 이슈를 에너지 경제학의 관점에서 점검해본다.
14년간 풍력발전 22배 확충 계획
손 놓은 해상풍력 활용만이 정답
22대 국회 재발의된 관련법 주목
정부는 지난 5월 31일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하 11차 계획)'을 발표했다. 11차 계획은 2038년까지의 전력수요 예측량을 토대로 이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방안을 담고 있다. 특히 2022년 23.0기가와트(GW)에 불과한 태양광 및 풍력의 재생에너지 설비가 2030년 72.1GW, 2038년 115.5GW로 대폭 늘어나는 것으로 계획되었다.
11차 계획의 달성을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설비가 매년 6.6GW씩 늘어나야 한다. 지난 정부에서의 실적치 3.5GW, 지난 10차 계획에서의 목표치 5.3GW와 비교하면 대폭 상향된 목표라 할 수 있다. 2022년 태양광 대 풍력의 비율은 11.1 대 1(태양광 21.1GW 및 풍력 1.9GW)로 그동안 재생에너지는 태양광 위주로 늘어왔다.
하지만 태양광은 이용률이 15%에 불과하며 지나치게 변동적이다. 이에 11차 계획은 그 비율을 2030년 2.94 대 1(태양광 53.8GW 및 풍력 18.3GW), 2038년 1.84 대 1(태양광 74.8GW 및 풍력 40.7GW)로 조정하기로 했다. 풍력발전을 2038년까지 2022년 대비 21.4배로 늘리겠다는 11차 계획은 제법 야심 차고 도전적이다.
육상풍력의 경우, 높은 국토 이용률로 적지가 부족한 편이다. 게다가 우리는 삼면이 바다이고 세계적 수준의 조선, 해양, 철강, 기계, 중전기(케이블, 변전소) 및 IT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해상풍력 관련 인적자원 또한 우수한 편이다. 따라서 11차 계획의 성공을 위해서는 해상풍력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사실 정부는 이미 2011년 세계 3대 해상풍력 강국 실현을 천명하고 그동안 해상풍력 확대를 위해 노력해 왔다. 하지만 현재 용량은 0.12GW에 불과하다. 2050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핵심인 해상풍력이 계속 제자리다. 이렇게 된 가장 중요한 원인은 해상풍력 사업 인허가에 많은 시간, 인력, 비용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해상풍력 인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10개 정부 부처 및 최대 29개 법률에 대한 승인이 필요하다. 반면에 해상풍력 선진국인 영국, 덴마크 등에서는 정부 주도로 적정 입지를 개발하여 주민 수용성을 확보한 후 입찰 공모를 통해 사업자를 결정하여 각종 인허가를 일괄 의제(One-Stop)하는 계획입지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우리는 민간이 입지 선정, 주민 수용성 확보, 각종 인허가 취득 등을 오롯이 책임져야 한다. 당연히 시간이 오래 걸리고 주민 수용성 확보도 어렵다. 아울러 최근에는 주민 수용성 및 지자체 동의를 확보했어도 송전망 부족에 기인한 전력계통 접속 불가로 허가를 받지 못하는 해상풍력사업도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해상풍력을 대폭 늘려 탄소중립을 이행하겠다고 하지만, 해상풍력의 실제 추진은 어렵다. 따라서 우리도 계획입지제도를 시행해야 한다. 특히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후 폐기되었다가 22대 국회에서 재발의된 '해상풍력 계획입지 및 산업육성에 관한 특별법(이하 해상풍력 특별법)'의 공론화가 필요하다.
해상풍력 특별법의 3대 주요 내용은 ①정부 주도로 입지(예비지구)를 발굴하고 ②주민수용성이 확보된 발전지구(계획입지)에 대해 ③전기사업법 등 29개 법률에 근거한 인허가의 일괄처리를 지원하는 것이다. 해상풍력 특별법의 국회 통과 없이는 11차 계획이 성공할 수 없으며 탄소중립 이행도 어려울 것이다.
2023년 12월 기준 해상풍력 허가물량은 27.4GW에 달하며 신규 사업도 거의 매월 제안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추진은 매우 더딘 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해상풍력 특별법의 시행은 이미 허가된 사업뿐만 아니라 신규 사업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그 결과는 2050 탄소중립 이행이라는 여정에 제대로 동참하는 것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