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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표 재사용 발사체, "우리도 2026년까지 따라잡는다"... "민간에 빨리 임무 줘야"

입력
2024.07.1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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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스페이스 성패 가를 '재사용 발사체'
우주기업들 출사표... "생존 달린 문제"
추력조절·정지비행 등 기술 일부 확보
"우주청, 민간지원·제도완비 속도 내야"

김수종 이노스페이스 대표가 14일 부산 벡스코에 마련된 국제우주연구위원회(COSPAR) 전시장에서 이노스페이스의 재사용 발사체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부산=오지혜 기자

김수종 이노스페이스 대표가 14일 부산 벡스코에 마련된 국제우주연구위원회(COSPAR) 전시장에서 이노스페이스의 재사용 발사체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부산=오지혜 기자

일론 머스크의 우주 기업 스페이스X가 재사용 발사체 시장을 독점 후 질주하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도 재사용 발사체 개발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아직 국내 민간기업이 상업용 발사체 발사에 성공한 적은 없지만, 기술 개발을 병행한다면 2026년까지 일반과 재사용 발사체 모두 가능할 거란 구상이다. 민간이 우주 개발을 이끄는 '뉴 스페이스 시대'에 접어든 만큼 우주항공청이 민간에 발사체 개발 임무를 부여하고, 관련 제도 정비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누리호 4100만원 vs 팰컨9 270만원

스페이스X의 재사용 발사체인 '팰콘9'이 8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발사장에서 이륙하고 있다. 플로리다=AP 연합뉴스

스페이스X의 재사용 발사체인 '팰콘9'이 8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발사장에서 이륙하고 있다. 플로리다=AP 연합뉴스

15일 부산 벡스코에서 개막한 국제우주연구위원회(COSPAR) 총회를 하루 앞두고 먼저 문을 연 전시회에 국내 우주 스타트업 이노스페이스와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가 참가했다. 재사용 발사체 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밝혀 국내외 주목을 받고 있는 이들 기업을 14일 COSPAR 전시회 현장에서 만났다.

김수환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 최고재무관리자(CFO)는 "저궤도 위성을 띄우거나 우주정거장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싸고 빠르게, 자주 오갈 수 있는 소형 재사용 발사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뉴 스페이스 시대를 맞아 지구 관측이나 통신 서비스용 소형 군집 위성 발사 수요가 급증하면서 재사용을 통한 비용 절감은 발사체 기업의 생존을 좌우하는 문제가 되고 있다. 우주항공청도 개청 당시 소형 재사용 발사체를 주요 임무로 꼽기도 했다.

김수환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 최고재무책임자(CFO)가 14일 부산 벡스코에서 문을 연 국제우주연구위원회(COSPAR) 전시회에서 회사 휘장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부산=오지혜 기자

김수환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 최고재무책임자(CFO)가 14일 부산 벡스코에서 문을 연 국제우주연구위원회(COSPAR) 전시회에서 회사 휘장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부산=오지혜 기자

재사용 발사체는 1회용인 일반 발사체와 달리 일부를 지구로 떨어뜨려 회수한다. 전체를 다시 만들 필요가 없는 만큼 이는 경제성 향상으로 이어진다. 한 번 쓰고 버리는 누리호는 1㎏ 당 발사 비용이 3만 달러(약 4,145만 원) 수준인데, 이 중 일부를 재사용한다면 발사할 때마다 비용이 뚝뚝 떨어질 수 있다. 실제 스페이스X의 재사용 발사체 상업화 모델인 '팰컨9'은 1㎏ 당 발사 비용이 2,000달러(약276만 원)대로 알려져 있다.

날아가던 로켓 돌려세워 착지시켜야

문제는 기술 난이도다. 발사체를 다시 쓰려면 쏘았다가 단순히 다시 떨어뜨리는 것을 넘어, 손상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과제가 생긴다. 멀리 날아가던 로켓을 돌려세워 천천히 착지하게 하는 방법이 최선인데, 이때 △유도항법제어기술 △추력제어기술 등이 필요하다. 이들 기술을 구현해 상업화까지 이끈 건 아직 스페이스X가 유일하다. 지난 6월 스페이스X는 1단 로켓을 무려 22회 재사용하는 기록을 세웠다. 중국·유럽·일본 등 우주 강국들도 재사용 기술 확보를 위해 부단히 개발 중이나, 발사체 형태로 시험에 나선 곳은 아직 없다.

한국 기업들은 2026년까지 재사용 발사체를 쏜다는 계획이다. 아직 상업발사를 성공한 기업은 없지만, 발사체와 재사용 기술을 동시에 개발하며 시간을 단축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국내에 민간 발사장이 없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시험을 위해 멀리 외국으로 나가거나 제주도 해상에 바지선을 띄우는 과정에서 시간이 지체될 수 있다.

국내 민간기업 최초로 발사체 시험발사에 성공하고 첫 상업발사를 준비 중인 이노스페이스의 김수종 대표는 "재사용 기술을 내년 말까지 확보할 계획"이라며 "2026년까지 17회 정도 발사를 계획하고 있는데, 이후 재사용 기술을 발사체에 접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노스페이스는 지난 5월 발사 후 같은 장소로 재착륙하는 1차 호버링(정지비행) 시험까지 성공했고, 지금은 발사 후 다른 장소로 착륙시키는 2차 호버링 시험을 준비 중이다. 페리지는 지난해 말 제주도에서 1단 로켓 모사체를 하늘로 띄워 비행하게 한 뒤 같은 자리로 돌아오게 하는 시험에 성공했는데, 역시 내년쯤 발사체 시험발사를 완료하고 2026년에는 재사용 발사체까지 시험발사한다는 계획이다.

2023년 11월 제주 상공에서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가 만든 1단 로켓 모사체가 정지비행 시험을 하고 있다.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 제공

2023년 11월 제주 상공에서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가 만든 1단 로켓 모사체가 정지비행 시험을 하고 있다.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 제공

개발에 속도가 나려면 추진동력이 절실하다. 민간 중심 우주개발을 약속한 우주항공청은 조직 구성이 한창이라 아직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김수환 CFO는 "선행기술 확보 등 갈 길이 멀지만, 투자만 있다면 할 수 있다"면서 "뉴 스페이스 시대를 맞아 우주청이 민간 주도 개발을 지원하길 바란다"고 했다. 김수종 대표도 "경쟁자가 적은 지금 시장 진출을 서두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기업들은 제도적 기반 필요성도 호소했다. 김수종 대표는 "브라질을 비롯한 여러 나라가 우주수송 분야를 별도로 분류해 면허제를 운영하고 있지만, 한국 제도는 항공운항에 국한돼 있다"며 "활발한 상업 발사를 위해 우주청이 앞장서 법과 제도를 완비하고, 규제 완화를 이끌어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부산= 오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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