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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사고 일단 튀고 보자"... 김호중 학습효과에 경찰은 골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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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 뺑소니' 혐의로 기소된 가수 김호중 사건이 알려진 이후, 음주 교통사고 의심 상황에서 현장을 이탈하는 사례가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현장에서 벗어나 술이 깰 때까지 숨어있으면 음주 수치를 특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음주운전으로 기소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김호중 사례를 통해 널리 알려지자, 김호중 '학습효과'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4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강남경찰서는 전직 축구선수 이모(35)씨를 사고후미조치, 음주운전 혐의(도로교통법상 위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이씨는 12일 오전 강남구 논현동의 한 인도 위에 설치된 변압기와 가로수를 들이받고 도주했다가, 주거지에서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이씨는 체포 당시 음주운전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이후 조사 단계에서 "술을 마시고 운전한 것이 맞다"면서 "당황해 (술을) 마시지 않았다고 했다"며 범행을 시인했다.
음주운전 의심 상황에서 현장을 이탈하는 사례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11일 대전 중구의 한 교차로에서 화물차 운전자인 50대 남성 A씨가 여성 동승자와 함께 교통사고를 낸 후 차를 버리고 달아났다. 나중에 경찰 조사를 받은 A씨는 "술을 조금 마셨다"고 진술했으나, 혈중알코올농도 수치는 검출되지 않았다. 13일 부산 해운대구에서는 벤츠 승용차가 가로등을 들이받은 뒤 뒤집혔다. 이 차량은 사고 전부터 '비틀비틀' 주행을 하다 사고를 낸 것으로 알려졌는데, 해당 차량의 운전자는 뒤집어진 차량에서 빠져나와 인근에 있던 택시를 타고 그대로 도주했다.
수사기관에선 ‘김호중 수법’을 모방하는 범죄가 확산할까 우려한다. 김호중은 올해 5월 음주운전을 하다 중앙선을 침범해 택시와 충돌하는 사고를 낸 뒤 도주했다. 검찰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상 및 도주치상 등 혐의로 김호중을 구속 기소했다. 다만 혈중알코올농도를 역추산하는 위드마크 공식으로는 사고 당시 김씨의 정확한 음주 수치를 특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에 대해서는 기소하지 않았다. 현행법으로는 사고 당시의 정확한 음주 수치를 특정하지 못하면 음주운전 혐의에서 유죄를 받아내기 어렵다.
경찰은 '도망가는 게 유리하다'는 인식이 굳어져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서울의 한 경찰서 교통과장은 "김호중 때처럼 음주운전 피의자가 사고 후 도망가면 음주운전을 입증하기 어려운 건 사실"이라며 "폐쇄회로(CC)TV 등 음주를 한 정황이 담긴 간접 증거를 최대한 수집하는 게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교통 부서에서 근무하는 경찰 관계자도 "음주대사체 방식 등 최신 음주 기법을 통해 사고 당시 음주 수치를 밝히려고 노력하지만 객관적 증거로 채택되지 않을 때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법원 판례상 CCTV 등 간접 증거만으로는 음주운전 혐의가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교통사고 전문 정경일 변호사는 "사법기관에서는 운전자에게 유리한 음주 감소 수치 등을 적용한다"며 "이러한 기준으로 혈중알코올농도를 측정했을 때, 유의미하게 기준치보다 높게 나와야만 음주운전 혐의가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김호중식 도주가 오히려 더 큰 손해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 정경일 변호사는 "음주운전자가 음주 사실을 숨기기 위해 도망가는 경우에도 음주측정거부죄와 마찬가지로 처벌하는 입법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찰 관계자는 "잘못된 판단을 하지 않게끔 최대한 엄정하게 수사하고, 제2의 김호중 범죄가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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