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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원 총재 “파리 심장부에서 태권도, 가장 재미있는 올림픽 될 것”

입력
2024.07.13 04:3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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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종목 채택된 파리에 돌아온 태권도
1900년 만국박람회 열린 그랑팔레서 개최
"압도적인 분위기, 올림픽 태권도 표 매진"
난민팀 5명 출전 "메달로 큰 희망 주기를"

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 총재가 최근 서울 중구 세계태권도연맹 본부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 총재는 "파리 심장부의 상징적인 건물 그랑팔레에서 올림픽 태권도가 열린다"며 올림픽 정식 종목 채택 30년을 맞은 태권도의 더 높은 도약을 확신했다. 신용주 인턴기자

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 총재가 최근 서울 중구 세계태권도연맹 본부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 총재는 "파리 심장부의 상징적인 건물 그랑팔레에서 올림픽 태권도가 열린다"며 올림픽 정식 종목 채택 30년을 맞은 태권도의 더 높은 도약을 확신했다. 신용주 인턴기자

대한민국 국기 태권도가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약속의 땅' 프랑스 파리로 30년 만에 돌아와 올림픽을 치른다. 2000년 시드니 대회 때 첫선을 보인 이래 올림픽 주요 종목으로 발돋움한 태권도는 2024 파리 올림픽에서 또 한 번의 도약을 노린다.

판은 깔렸다. 개최 장소가 파리를 대표하는 역사적 건물 그랑팔레다. 1900년 만국박람회가 열렸던 유서 깊은 장소에서 태권도 경기가 열린다는 자체로 달라진 종목 위상을 확인할 수 있다. 7번째 올림픽을 앞두고 최근 서울 중구 세계태권도연맹 본부에서 한국일보와 만난 조정원 연맹 총재는 “그간 컨벤션 센터에서 열렸던 올림픽 태권도가 이번엔 파리 심장부의 상징적인 건물 그랑팔레에서 펜싱과 더불어 펼쳐진다”며 “대단히 기쁘고,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조 총재가 미리 둘러본 그랑팔레는 경기장 분위기만으로 선수들과 심판, 관중을 압도한다고 했다. 그는 “경기가 TV에 중계되면 그림이 멋있어 파급 효과가 클 것”이라며 “8,000석 규모인데, 티켓은 이미 다 매진됐다. 시내 중심부에서 열리니까 관중도 오기 편하다”고 장점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화려한 경기장에 들어가면 선수들은 심리적으로 위축된다”며 “누가 위축되지 않고 평상시 실력을 발휘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파리 올림픽 태권도가 열리는 그랑팔레. 세계태권도연맹 제공

파리 올림픽 태권도가 열리는 그랑팔레. 세계태권도연맹 제공

태권도는 파리 올림픽에서 승부 방식에 변화를 줬다. 2020 도쿄 대회까지 2분씩 3회전 누적 점수제로 진행했지만 이번엔 3전 2승제로 승패를 가린다. 경기의 긴장감과 박진감을 높여 팬들의 흥미를 유발하기 위한 시도다. 감점 패도 10개 누적에서 5개 누적으로 줄었다. 판정의 공정성을 위해 비디오 판독 장비와 심판 교육도 철저히 했다.

조 총재는 “3전 2승제로 하면 매 라운드가 결승전 같은 분위기가 나고, 관중석과 경기장 매트가 가까워 박진감도 느낄 수 있다”며 “오심으로 인해 선수들이 4년간 훈련했던 꿈과 노력을 버리게 하면 안 되기 때문에 해상도 높은 카메라를 써 비디오 판독을 신속하게 하고, 심판의 실책을 바로 잡겠다. 역대 가장 공정하고 재미 있는 올림픽 태권도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2017년 별세한 김운용 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부위원장이 태권도를 올림픽에 입성시켰다면 조 총재는 태권도의 위상을 확고하게 다진 인물이다. 세계태권도연맹 창립 50주년이었던 지난해 11월 스위스 로잔의 올림픽 박물관에 올림픽 종목 중 10번째로 태권도 동상이 세워졌는데, 이는 IOC가 태권도의 위상을 그만큼 인정하고 있다는 평가다. 태권도의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정식 종목 채택을 이끌었던 것도 조 총재다.

조정원 총재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용주 인턴기자

조정원 총재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용주 인턴기자

아울러 세계에 꿈과 희망을 전달하기 위해 난민, 취약계층을 상대로 태권도 보급에 힘쓰고 있다. 조 총재의 노력은 파리에서 빛을 보게 됐다. 이번 올림픽에 역대 최다 인원 134명이 출전하고, 난민팀 5명도 포함됐다. 종목별로는 육상, 유도에 이어 세 번째로 큰 난민팀 규모다.

2016년 태권도박애재단을 설립해 스포츠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도왔던 조 총재는 “팔레스타인이 전쟁을 겪으면서 희망 없이 지내고 있는데, 오마르 야세르 이스마일 선수가 자기 실력으로 아시아 선발전을 뚫고 선발됐다. 선수에게 ‘네가 국민의 꿈이고, 희망’이라고 격려했다”며 “난민팀에서도 한 명이라도 메달을 땄을 때 그들이 주는 희망은 엄청 클 것이다. 또 난민팀 메달은 나의 꿈이기도 하고,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의 꿈”이라고 설명했다.

요르단 아즈락 난민 캠프에서 태권도 가족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요르단 아즈락 난민 캠프에서 태권도 가족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태권도의 세계화로 올림픽 무대 경기력은 상향 평준화됐다. 이제 종주국 한국도 메달을 장담할 수 없다. 한국은 2000년 시드니 대회부터 1개 이상씩 금메달을 수확했지만 2020 도쿄 대회에서 처음으로 ‘노골드’에 그쳤다. 최근 추세는 보통 60여 개국이 올림픽에 출전해 25개 전후의 나라들이 메달을 가져간다.

조 총재는 “올림픽 출전 역사가 길었지만 메달을 못 땄던 상당수의 국가가 태권도에서 획득했다. 특히 아프리카 국가들이 메달을 따고 얼마나 좋아했는지 모른다”며 “현재 태권도는 당일 선수 컨디션에 따라 결과가 좌우될 정도로 누가 금, 은, 동메달을 목에 걸지 예측이 힘들다”고 말했다.

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 총재. 신용주 인턴기자

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 총재. 신용주 인턴기자

상향 평준화의 이유에 대해선 “예전에는 한국 선수들을 상대하는 국가 선수들이 주눅든 상태로 부딪쳤지만 이제 기술도 좋아지고 훈련도 과학화됐다”며 “신체 조건도 아무래도 키 크고 다리가 긴 유럽 선수나, 아프리카 선수들이 유리하다. 또한 세계 챔피언은 전력 노출이 많이 된 상태인 반면 신예 선수는 그 선수를 집중적으로 대처해서 준비하기 때문에 올림픽 메달을 따는 연령층이 낮아졌다”고 진단했다.

파리 올림픽 태권도는 내달 7일(현지시간)부터 나흘 동안 펼쳐진다. 세계태권도연맹은 파리 현지에서 올림픽 정식 종목 확정 30주년 기념 리셉션을 하루 전에 열고, 대회 기간 태권도 시범단 공연, 버추얼 태권도 체험도 진행한다.

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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