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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차단당한 중국... 공산당이 직접 키운 생성 AI 실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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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 명령 하나만으로 동영상을 만들어주는 생성형 인공지능(AI) '클링'을 최근 공개한 중국 영상 플랫폼 기업 콰이쇼우(kuaishou)는 9일 공식 엑스(X) 계정에 "클링을 써서 나만의 상상력으로 영화를 만드세요"라는 게시글과 함께 2분짜리 영상 한 편을 올렸다. 클링으로 만든 ‘데솔레이션(Desolation)’이란 영화 예고편이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부터 중국에선 미국의 오픈AI가 제공하는 모든 기술을 쓸 수 없게 됐다. 관영언론 환구시보는 오픈AI가 지난달 말 중국 본토, 홍콩, 마카오 사용자들에게 접속차단 공지를 보냈다고 최근 보도했다. 이에 따라 중국 사용자들은 이제 대화형 서비스인 챗GPT는 물론 동영상 생성 서비스 '소라'도 사용할 수 없다.
미국이 2022년 10월 자국산 첨단 장비의 중국 수출을 포괄적으로 금지하며 본격화한 대중국 기술유출 통제가 이제는 생성형 AI 분야까지 확대되는 모양새다. 그러나 중국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클링을 활용해 미국에 카운터펀치를 날렸다.
클링을 개발한 콰이쇼우는 틱톡을 운영하는 '바이트댄스'와 함께 중국의 '쇼트폼(짧은 영상)' 생태계를 주도하는 양대산맥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주목할 점은 7년 전부터 공산당이 '될성부른 떡잎'으로 점 찍은 AI 기술 기업이란 점이다. 창업자인 수화(宿華·42)도 중국의 엘리트 계층을 상징하는 공산당원이다.
콰이쇼우가 공개한 사업 보고서 및 현지 매체 보도들을 종합하면, 수화는 중국 최고의 이공계 대학으로 꼽히는 칭화대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배웠다. 2005년 졸업 후 구글 차이나 및 중국 최대 포털로 알려진 바이두에서 근무한 그는 2011년 콰이쇼우를 세웠다. 정교하게 움직이는 사진(움짤) 파일 제작기술이 웨이보 등 현지 소셜미디어에 퍼지며 유명해진 콰이쇼우는 2013년 쇼트폼을 제작-유통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든다. 수화는 2014년 자사 사이트에 알고리즘 추천 기능을 탑재하며 회사의 인공지능 기술 개발을 이끌었다. 2016~2017년엔 실시간 영상(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를 출시해 일평균 사용자 3억 명을 넘겨 단숨에 중국 쇼트폼 업계 2위가 됐다.
중국 공산당이 수화와 콰이쇼우의 AI 관련 기술에 주목하기 시작한 건 이즈음부터다. 사실 당은 시진핑 집권 초기인 2012년부터 민영 기업에 당 조직을 만들어 당 중앙 정책을 내려보내는 기조를 본격화했다. 2013년엔 '양회'로 불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와 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에 이제는 대륙의 대표 AI 기업이 된 바이두와 텐센트 창업자를 끌어들이기도 했다. 2015년엔 국가 경제 발전 계획인 '13차 5개년 규획'을 통해 AI 기술 개발 의지를 공식화했다.
당은 수화와 콰이쇼우에도 손을 내밀었다. 콰이쇼우는 2017년 11월 3일 사내 공산당 지부를 만들고 전체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수화는 회사 당 지부의 초대 서기로 선출됐다. 수화는 "공산당과 정부의 지원으로 중국 인터넷 기업이 좋은 발전 환경을 갖게 됐다. 그 덕에 오늘의 콰이쇼우도 존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수화의 회사는 승승장구한다. 기업 보고서 등에 따르면 콰이쇼우의 라이브 스트리밍 사업 매출은 2017년 79억 위안에서 2018년 186억 위안, 2019년 314억 위안 등으로 수직 상승했다. 수화는 기존 사업에서 번 돈을 속속 AI 기술에 투자했다. 2020년엔 내몽골 자치구 울란차부시(市)와 협약을 맺고 100억 위안을 들여 AI 학습을 위한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지었다. 울란차부는 중국 중앙 정부가 육성하는 데이터센터 기지다. 알리바바도 이곳에 클라우드 컴퓨팅을 위한 데이터센터를 두고 있다.
최필수 세종대 중국통상학과 교수는 "중국도 민간기업은 시장경제 원칙에 따르기 때문에 공산당이 가능성 없는 기업을 무턱대고 지원하진 않는다"면서도 "성장 전망 높은 민간기업에 당 조직이 생기면 해당 업체가 쉽게 파산하거나 해외에 인수되지 않도록 정부가 신경을 쓰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7년간 중국 공산당의 배려를 받고 오늘날 생성형 AI 사용자들을 놀라게 하고 있는 클링의 수준은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면 오픈AI의 소라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것이 과학기술 전문 매체 등의 평가다.
MIT테크놀로지 리뷰는 최근 콰이쇼우에 접속해 클링으로 5초 길이의 영상 클립 4개를 만든 후기를 전했다. 매체는 클링에 입력한 문장과 결과물을 모두 공개하고 "박수갈채를 보낼 만하다"면서 "영상 제작에 3분 걸렸는데, 모든 영상이 입력한 명령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고 어색하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현재 일반인은 쓸 수 없는 소라와 달리 클링은 중국 휴대전화 번호만 있으면 인증 후 접속해 영상 생성이 가능하다. 매체는 소라와 클링의 영상 품질을 비교했다는 한 X 사용자의 계정 및 영상의 링크 주소도 실었다.
클링은 소라와 비슷한 방식, 즉 확산 모델(diffusion model)을 써서 동영상을 만든다고 MIT테크놀로지 리뷰는 전했다. 사용자의 명령어에서 주요 단어를 뽑고 사전에 학습한 수많은 동영상 조각을 결합해 결과를 내놓는 방식이다. 매체는 "향후 클링은 모기업인 콰이쇼우를 쓰는 수억 명의 자체 사용자가 올린 영상 데이터를 학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소라의 품질을 앞설 가능성도 있다"고 평가했다.
물론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클링은 영어로 된 명령어를 처리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영상을 만들 땐 반드시 중국어를 한 단어 이상 써서 명령해야 한다고 한다. 업계 관계자는 “콰이쇼우는 홍콩 증시에 상장하고 기업 공개를 했으나 쇼트폼을 제일 적극적으로 쓰는 중국인에게 특화한 플랫폼으로 알고 있다. 클링도 당분간은 중국어를 모르는 사용자에겐 무용지물인 AI 서비스로 남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클링의 ‘학습’에 활용한 데이터를 비공개하고 있는 것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는 오픈AI의 소라도 마찬가지다. MIT테크놀로지리뷰는 “개인정보 보호 문제가 제기될 수 있는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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