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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이 찾아 온 죄로"… 미운털 박혀 총기 포획 당하는 가마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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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 인간과 동물의 접점이 늘어나면서 이로 인한 갈등과 피해가 생기고 있습니다. 갈등의 배경 및 인간과 동물 모두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해결책을 논의하고자 합니다.
지난달 21일 경기 수원시 팔달구 서호공원. 민물가마우지 새끼 네댓 마리가 잠수 실력을 뽐내고 있었다. 유조(어린 새)는 털이 덜 까맣고 배에 흰색 털이 있는 게 특징이다. 30초가량 잠수했다 나오지만 대개는 허탕이었다. 대신 나뭇가지, 쓰레기 등을 장난감 삼아 물었다 놨다 하며 시간을 보냈다.
공원 내 멀리 보이는 인공섬에는 민물가마우지 무리가 자리 잡고 있었다. 망원경으로 보니 나무에 지은 둥지에 새끼 가마우지들이 앉아 털을 고르며 부모를 기다리고 있었다. 가마우지를 연구하는 이진희 야생생물생태보존연구소 대표가 이날 파악한 개체 수는 성조 137마리, 유조 661마리. 이소가 끝나가는 시기여서 한창 때보다는 그 수가 줄었다. 이 대표는 "엄마새는 새끼에게 날개를 펴 그늘을 만들어주고, 아빠새는 물을 가져와 먹이기에 바쁜 모습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곳은 아직까지 민물가마우지가 마음 놓고 쉴 수 있지만 다른 지역에선 그렇지 않다. 환경부가 민물가마우지를 유해야생동물로 지정하면서 올해 3월부터 피해가 발생한 지역을 대상으로 지방자치단체장으로부터 허가를 받아 총기 포획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10일 환경부에 따르면 올해 3월부터 5월 말까지 전국 지자체에서 포획한 가마우지 수는 2,266마리로 충북(1,082마리), 강원(864마리) 등으로 집계됐다.
민물가마우지는 겨울 철새였지만 2003년 경기 김포시에서 100여 쌍이 집단번식 하는 사실이 확인된 후 경기 양평군, 강원 춘천시 의암호, 경기 수원시 서호 등에서 집단번식지가 발견됐다. 내륙의 저수지, 인공섬, 강 하중도 등 나무 위에 둥지를 지어 번식하는데 일부 개체가 텃새화하는 등 개체 수는 증가 추세에 있다.
국립생물자원관의 조류 동시 센서스 자료를 보면 1999년 269마리에서 2009년에는 4,465마리로 늘었고, 2016년에는 1만723마리로 1만 마리를 넘었다. 이후 증감을 반복하다 2021년 2만1,196마리, 2022년 3만2,196마리로 증가했고, 올해는 2만1,982마리로 조사됐다. 번식지 내 둥지 수도 2018년 3,783개에서 올해 6,934개로 나타났다.
민물가마우지 증가에는 다양한 원인이 지목된다. 2019년 발표된 정진문 한국교원대 박사 논문에 따르면 개체 수 증가와 번식지 확장의 원인으로 ①농약에 의한 위험성 감소 ②민물가마우지에게도 좋은 번식지인 백로과 조류의 집단번식지 다수 ③한국 내륙 습지의 풍부해진 어류자원 ④내륙 수계에 민물가마우지와 생태적 지위가 겹치는 종 부재 ⑤댐과 보의 건설로 인한 인공 호수 증가 ⑥천적 부재 ⑦기후의 온난화로 인한 결빙 일수 감소 등을 꼽았다.
이기섭 한국물새네트워크 대표는 "보와 댐, 저수지를 만들면서 물이 깊은 곳이 늘어났고 잠수 능력이 뛰어난 민물가마우지가 살기 좋은 환경이 됐다"며 "이들이 늘어난 건 우리가 환경을 변화시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더욱이 양식장, 낚시터 등은 민물가마우지가 먹이를 쉽게 구할 수 있는 매력적인 장소가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에 대한 대가는 혹독했다. 수목 고사(백화현상)와 함께 내수면 어업 등의 영업 피해는 결국 이들을 유해야생동물로 지정하는 근거가 됐다.
민물가마우지의 유해야생동물 지정과 현재의 포획 정책을 놓고 벌써부터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진희 대표는 "유해야생동물 지정 당시 이 같은 결정은 시기상조며 기초조사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정부에 건의했지만 결국 묵살됐다"면서 "잘못한 것도 없는 가마우지에게 고스란히 피해가 돌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민물가마우지의 먹이양과 종류,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조사가 부족했다고 보고 있다. 본지가 환경부에 먹이원과 먹이양에 대한 근거를 요청하자 앞서 언급한 2019년 한국교원대 박사논문과 2017년 한국환경과학회 정기학술대회에 발표된 연구논문을 제시했다. 해당 논문들은 경기 광주시 팔당호에 한정된 연구 결과인데 정책 결정 시 충분한 근거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검증이 필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주선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연구이사는 "유해조수로 설정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좀 더 심도 있는 연구와 전문가 논의 과정들을 거쳤어야 한다"고 말했다.
더욱이 28개 지자체가 양식장, 낚시터 등 58개 수역의 피해를 보고했지만 피해가 정량적으로 측정되지는 않은 점도 문제다. 국립생물자원관이 경희대 산학협력단에 의뢰한 '민물가마우지의 생태적 영향 파악 및 관리대책 수립 연구' 보고서를 보면 가마우지류의 개체 수 증가와 어류 개체군 감소는 전반적 상관관계가 없고, 일부 특이 개체군에 한해 제한적인 영향을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돼 있다. 또 민물가마우지가 플랑크톤 섭식어류를 먹으면서 하천 내 부영양화를 감소시키고, 블루길, 배스와 같은 외래어종을 먹는 긍정적 효과도 있는데 사살로 인해 빚어지는 생태계 영향 등에 대한 분석은 없는 상황이다.
이진희 대표는 총기를 사용하면 오히려 분산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도 주장한다. 이 대표는 "일본 등 해외 사례를 봐도 인간이 간섭하게 되면 개체군의 일부가 주변으로 분산돼 새로운 서식지를 조성하게 된다"며 "오히려 확산을 촉진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민물가마우지를 포함해 환경부의 유해야생동물 지정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기섭 대표는 "지역별로 상황이 다른데 유해야생동물은 일률적으로 지정된다"며 "더욱이 한 번 지정되면 웬만해선 해제되지 않는 점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또 유해야생동물 지정 시 사람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강구해 피해를 막기 위한 노력이 전제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황주선 연구이사는 "개체 수가 많아도 양식장과 논밭의 그물망, 울타리 등 경계를 철저히 한다면 피해는 감소할 것"이라며 "사람이 갖은 방법을 동원해도 피해를 줄일 수 없다면 현재 개체 수를 얼마나 줄여야 하는지를 정하고 또 포획 이후 피해가 줄고 있는지에 대한 평가도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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