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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시 첫 '소멸위험단계' 부산… 워케이션으로 돌파구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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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소멸 위기 극복 장면, '지역 소극장'. 기발한 아이디어와 정책으로 소멸 위기를 넘고 있는 우리 지역 이야기를 4주에 한 번씩 토요일 상영합니다.
지난 9일 오후 부산 동구 초량동 부산역 앞 아스티호텔 24층 부산 워케이션 거점센터. 부산 북항 앞바다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커다란 창가를 중심으로 30여 명이 자신의 테이블에 앉아 업무에 몰두하고 있었다. 지난 1일부터 서울에서 내려와 이곳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는 최영섭(25)씨는 “7박 8일 일정으로 부산에 머물며 낮에는 일하고, 저녁엔 자갈치시장, 국제시장, 광안리 등을 관광하면서 지내고 있다”면서 “일과 휴가를 함께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인 것 같다”고 말했다. 최씨와 함께 커머스기업 리뷰 분석 관련 스타트업인 ㈜라이폴리를 운영하고 있는 이흥규(24)씨는 “서울 지하철 2호선에서 나오는 이곳 광고를 보고 기억했다가 찾아왔다”면서 “공간도 쾌적해 다른 사람들에게도 꼭 추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부산이 ‘부산형 워케이션’으로 지역소멸 위기 극복에 나서고 있다. 부산 내 소멸 위기에 처한 지역에 워케이션 센터를 마련, 지역 방문객을 늘려 경제·관광을 활성화하는 것은 물론 장기적으로 지역 인구 유입이나 기업 유치, 해외 워케이션 시장 개척 등을 꾀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이 거점센터에서는 구독자 60만 명인 코딩 유투버 ‘조코딩’의 특강인 ‘W-DAY’ 프로그램도 진행됐다. 유튜버 특강, 부산에 특화된 브랜드 소개 등으로 구성된 이 프로그램은 거점센터를 찾은 여러 직군 워케이션 참가자들의 상호 교류를 유도해 워케이션 문화를 알리겠다는 취지다. 문경륜 워케이션 거점센터 매니저는 “워케이션 거점센터가 단순한 사무공간 이상의 역할을 하기 위해 지난 3월부터 매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워케이션 센터의 활성화는 부산이 전국 광역시 중 처음으로 ‘소멸위험단계’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달 28일 발간한 ‘지역산업과 고용’에서 이상호 연구위원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부산은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3.0%로 광역시 중 유일하게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다. 20∼39세 여성 인구수를 65세 이상 인구수로 나눈 소멸위험지수값은 0.490이었다. 이 지수가 1.5 이상이면 소멸저위험지역, 1.0∼1.5이면 보통, 0.5∼1.0이면 주의, 0.2∼0.5면 소멸 위험, 0.2 미만은 소멸 고위험 지역으로 분류한다. 대한민국 2대 도시로 자부했고, 농어촌 지역이 적은 대도시인 부산의 소멸위험지수가 0.5 아래로 떨어졌다는 점이 지역에는 충격을 줬다.
하지만 수도권으로 인구가 꾸준히 유출된 데 이어 저출생·고령화 여파까지 더해지며 부산의 인구에는 이미 경고등이 들어왔었다. 1995년 389만2,000명 수준이었던 부산의 총인구는 2005년 365만7,000명대로 떨어졌고 2023년에는 334만9,000명대로 주저앉았다. 소멸위험단계 진입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인구가 줄고 있었기에 부산시도 지역소멸 문제에 손을 놓고 있을 수 없는 것. ‘부산형 워케이션’도 그런 대책 중 하나다.
부산형 워케이션 프로그램의 출발은 2022년이다. 부산이 가진 바다라는 우수한 자연적 여건과 편리한 교통에 따른 뛰어난 접근성을 접목한 것이다. 누구나 부산에 와서 휴양지 같은 사무실에서 일(work)과 휴식(vacation)을 함께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행정안전부의 지방소멸대응 기금 71억 원을 확보한 부산시는 우선 부산역 인근에 있는 아스티호텔 24층 전체를 임대해 워케이션 거점센터로 꾸몄다. 거점센터 외에 영도구 2곳, 중구와 서구 각 1곳씩 모두 4곳의 워케이션 위성센터를 마련했다. 오래된 원도심 지역으로 부산에서도 가장 인구 감소폭이 커 지역소멸에 대한 위기감이 다른 어떤 지역보다 높은 지역이다.
거점센터는 바다가 보이는 사무공간 50석에 화상 및 폰부스 4실, 이벤트라운지, 회의실 2실 등을 갖추고 있고, 위성센터는 20~3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지난해 4월 문을 열고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워케이션 참여자는 원하는 센터를 어디든 이용할 수 있다.
장영은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 워케이션 팀장은 “인구 감소 등으로 지역소멸 위기가 큰 곳에 전략적으로 센터를 배치했다”면서 “지역 방문객 증가와 경제, 관광 활성화를 통해 지역이 살아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부산형 워케이션에 참여하려면 부산 워케이션 홈페이지에 등록(다니는 회사 기본 정보 입력, 재직증명서 첨부)만 하면 된다. 이렇게 되면 무료로 업무공간인 워케이션 센터를 이용할 수 있다. 다양한 특혜도 제공된다. 호텔이나 리조트급 숙박시설을 이용할 경우 최소 5박 이상 최대 10박까지 1박당 5만 원을 지원받는다. 관광과 골프를 위한 바우처도 각각 5만 원씩 받는다. 쏘카 이용 시 최대 70%까지 할인받는 바우처도 준다. 다만 숙소는 인구소멸구역으로 지정된 지역의 숙소를 반드시 이용해야 한다.
프로그램이 시나브로 알려지면서 지난달 기준으로 지금까지 부산형 워케이션 총가입자는 5,000명에 육박한다. 참여자는 2,200명가량이다. 참여자의 연령은 20대와 30대가 각각 45%로 절반에 가깝고, 지역은 서울 66%, 경기 26% 등 수도권 거주자들의 관심이 높았다. 부산에 대한 관심도와 근무지로서의 선호도도 80% 이상이라는 참여자들 응답도 나왔다.
참여자 중에는 아예 주소지를 부산으로 옮긴 경우도 있다. 무역업을 하고 있는 우상현(37)씨는 “지난해 워케이션 센터를 무료로 이용하면서 대구에서 부산으로 아예 이사를 했다”며 “부산은 항공편도 많아 일본 등 해외 출장을 가기에 편리하고 다양한 즐길 거리가 많다”고 말했다.
외국인들도 관심을 갖고 있다. 지난달 일본인 기업인 4~5명이 5박 6일 동안 부산에 머물면서 워케이션 센터를 이용한 것을 비롯해 싱가포르나, 캐나다 등지에서 사업을 하는 외국인이나 교포 등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스타트업이나 투자회사 등이 워케이션 거점센터를 사무실로 이용하며 자회사를 설립하거나 지사를 이전한 경우도 있다. 한국3M에서 근무하는 이남영(49)씨는 “서울 근무 대신 워케이션 거점센터를 부산지역의 사무실 삼아 일하는 조건으로 부산에 남기로 결정했다”면서 “다른 지역 직원들이나 고객과의 회의, 미팅 장소로도 이곳을 이용할 수 있어 매우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인구소멸 지역에 미치는 경제적 파급 효과에 대한 부산시의 기대는 크다. 부산시는 참여자가 부산에서 5~10일가량을 머물면서 쓰는 비용이 지원금을 포함해 1인당 평균 103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워케이션 참여자 6명은 주민 1명과 같은 경제적 효과를 갖는다”면서 “지역에서 워케이션을 이용하는 생활인구수가 2,200명 정도면 부산에 시민이 400명 가까이 증가한 효과를 가져다준다”고 말했다. 부산 워케이션 운영 이후 최근까지 인구감소 지역에서 직접 소비하는 효과는 22억 원가량인 것으로 파악됐다.
해외 워케이션 참여자를 유치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되고 있다. 부산시는 지난 3월 독일 베를린 국제관광전에 참석해 설명회를 연 것을 비롯해 지난해에는 일본 와카야마현과의 업무협약 체결, 태국과 인도네시아 현지 설명회 등을 펼쳤다. 오는 9월에는 ‘글로벌 워케이션 위크’를 12박 13일 일정으로 열어 해외 참여자 100명가량을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박근록 부산시 관광마이스국장은 “공항과 항구, 철도 등 편리한 교통 인프라와 도심과 자연이 어우러진 부산의 강점을 내세워 해외 워케이션 시장 개척이 필요하다”면서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많은 워케이션 참여자들이 찾아오도록 해 지역소멸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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