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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아들 위해 뭔가 해냈구나"...이산화탄소와 14년 씨름 끝에 친환경 플라스틱 생산 눈 앞

입력
2024.07.17 12:00
수정
2024.07.17 15:01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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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우 LG화학 이산화탄소 플라스틱 프로젝트팀장
이산화탄소 포집·활용(CCU) 기술
LG화학, 14년 동안 탄소저감 기술 연구·개발에 투자

김상우 LG화학 이산화탄소 플라스틱 프로젝트팀장이 서울시 강서구 강서 LG사이언스파크에서 이산화탄소로 만든 플라스틱을 선보이며 설명하고 있다. 김 팀장 앞에 놓인 것이 이산화탄소로 만든 PEC 제품이고 손에 든 것은 화장품 케이스를 만든 샘플이다. LG화학 제공

김상우 LG화학 이산화탄소 플라스틱 프로젝트팀장이 서울시 강서구 강서 LG사이언스파크에서 이산화탄소로 만든 플라스틱을 선보이며 설명하고 있다. 김 팀장 앞에 놓인 것이 이산화탄소로 만든 PEC 제품이고 손에 든 것은 화장품 케이스를 만든 샘플이다. LG화학 제공


이산화탄소를 다른 물질로 바꾸는 과정에서는 촉매 기술이 핵심입니다.

김상우 LG화학 팀장


올해 3월 이탈리아에서 열린 세계 최대 화장품 박람회 '코스모프로프 볼로냐 2024'에서 LG화학이 선보인 이산화탄소 플라스틱 화장품 용기가 관람객들의 큰 관심을 모았다. 공장에서 모은 이산화탄소로 만든 플라스틱이라는 점도 눈에 띄었지만 기존에 연구실에서만 선보인 제품들과 다르게 실제 생산성을 확보하고 제품 생산이 가능한 단계까지 와 있다는 사실이 참가자들을 놀라게 했다. 몇몇 글로벌 업체는 이후 LG화학과 화장품 용기 개발 관련 협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구 온난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이산화탄소를 직접 포집해 플라스틱 등 다양한 제품으로 만드는 기술(CCU·Carbon Capture and Utilization)은 오랫동안 연구·개발(R&D) 주제였다. 하지만 플라스틱 제품을 시장에 내놓을 수준으로 만든 경우는 거의 없다. 기존 제품과 비교해 상품성과 사업성이 떨어져서다. 하지만 LG화학은 이산화탄소를 플라스틱으로 전환하는 핵심 소재인 촉매와 공정 기술을 독자 개발했고 현존하는 이산화탄소 플라스틱 중 가장 높은 생산성을 확보했다. 회사 측은 몇 년 안에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독자 촉매 기술로 두 마리 토끼 잡았다

LG화학이 개발한 이산화탄소 플라스틱 제조 과정은 기존 제조 과정에 비해 촉매 투입 과정이 1회 줄며, '전환'이라는 단계를 거치지 않고 바로 플라스틱 재료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덕분에 공정을 단축할 수 있고 비용도 줄일 수 있어 생산성이 높아졌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그래픽=이지원 기자

LG화학이 개발한 이산화탄소 플라스틱 제조 과정은 기존 제조 과정에 비해 촉매 투입 과정이 1회 줄며, '전환'이라는 단계를 거치지 않고 바로 플라스틱 재료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덕분에 공정을 단축할 수 있고 비용도 줄일 수 있어 생산성이 높아졌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그래픽=이지원 기자


차세대 친환경 소재인 '폴리에틸렌 카보네이트'(PEC)를 R&D한 김상우 LG화학 이산화탄소 플라스틱 프로젝트팀장을 최근 서울 강서구 LG사이언스파크에서 만나 R&D 과정 등을 들어봤다.

이 회사 이산화탄소 플라스틱의 가장 큰 장점은 직관적이고 단순하다는 것이다. 기존 연구는 이산화탄소 플라스틱을 만들기 위해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플라스틱으로 만들기 위한 원료로 바꾸는 과정을 거쳐야만 했다. 하지만 LG화학 연구팀이 개발한 방법은 공장 굴뚝에서 모은 이산화탄소를 원료 전환 과정 없이 바로 촉매와 반응시켜 제품으로 만들 수 있다. 중간 과정을 없애 비용을 줄이고 원료를 대량 생산하기 수월하게 만든 것이다. LG화학이 이산화탄소 플라스틱의 상업화가 가능한 단계에 한발 다가설 수 있었던 비결이 여기에 있다.

김 팀장은 "①최대한 적은 양의 촉매를 반응시켜 ②최대한 많은 이산화탄소를 함유한 플라스틱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였지만 한 번에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처럼 어려웠다"며 "하지만 최근 개발한 제품은 이 두 가지를 동시에 달성하는 것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이는 독자적으로 개발한 촉매 덕분"이라며 "PEC는 전체 무게의 최소 45% 이상을 이산화탄소를 함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CCU, 탄소 중립 또는 탄소 저감 기술

김상우 팀장이 이산화탄소 플라스틱 PEC 연구 시설 앞에서 제조 공정 등을 설명하고 있다. LG화학 제공

김상우 팀장이 이산화탄소 플라스틱 PEC 연구 시설 앞에서 제조 공정 등을 설명하고 있다. LG화학 제공


김 팀장은 이산화탄소 플라스틱 R&D는 2010년 시작했지만 기술적으로 가장 어려운 부분이 촉매 개발이었다고 했다. 그는 "촉매 효율과 이산화탄소 함유량 조건을 만족시키는 독자적 촉매를 개발하지 못한다면 절대 성공할 수 없는 프로젝트"였다며 "방향을 잡지 못하고 연구가 헛돌기도 했지만 마침내 독자 기술로 촉매를 만들어 내 PEC 제품을 제작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실제 확인한 이산화탄소 플라스틱은 어두운 색을 띨 것이라는 예상과 다르게 투명에 가까운 색이었다. 김 팀장은 "이산화탄소 하면 뭔가 좀 지저분하고 폐기물 같은 느낌이 들지만 실제는 무색의 기체"라며 "그래서 플라스틱 제품도 투명한 색에 가깝고 다른 색을 입히기에 쉬운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PEC의 또 다른 특징은 유연하고 산소·수분 차단성이 높다는 점"이라며 "이런 특성 때문에 화장품 용기와 식품 포장재 등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LG화학은 미래에 이산화탄소 플라스틱 제품이 탄소를 순환시켜 중립으로 만들거나 오히려 탄소를 줄이는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공장의 제조 공정 중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이를 원재료로 쓰고 다 사용한 플라스틱은 클린 버닝(그을음 없이 깨끗하게 소각)을 통해 다시 이산화탄소로 포집돼 플라스틱으로 재탄생하는 것이 이론적으로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김 팀장은 "무엇보다 탄소 저감 기술 연구에 이바지할 수 있다는 점에 자부심이 크다"며 "10대 아들 둘을 두고 있는데 내가 우리 아이들 세대를 위해서 뭔가 하나 도움이 될 만한 걸 했구나 이런 생각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실은 과학자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빠르게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하고 있다"며 "우리 기술을 보고 더 많은 기업들이 이 분야에 투자를 늘려 기술 경쟁에 나서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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