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박주호 폭로' 후폭풍...결국 전력강화위는 '꼭두각시'였나

입력
2024.07.09 17:15
수정
2024.07.09 18:36
23면
구독

지난 5개월간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박주호(왼쪽)와 이임생 협회 기술본부 총괄이사. 뉴시스·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지난 5개월간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박주호(왼쪽)와 이임생 협회 기술본부 총괄이사. 뉴시스·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국가대표 출신 박주호의 폭로를 두고 후폭풍이 거세다. "실무자도 몰랐던 홍명보 감독 발탁" "절차 무시" 등 발언을 통해 전력강화위가 지난 5개월간 축구협회의 꼭두각시 역할을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는 홍명보 울산 HD 감독의 대표팀 사령탑 선임 과정을 발표한 이임생 축구협회 기술본부 총괄이사의 발언과 정확하게 배치되는 부분이라 큰 파장이 예상된다.

9일 축구계는 박주호가 전날 자신의 유튜브 채널 '캡틴 파추호'에서 폭로한 내용에 적잖은 충격을 받고 있다. 그의 발언대로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 절차상 정당성이 훼손됐을 경우 축구협회의 '감독 선임 철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서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축구협회는 이날 "비밀 유지 협약 위반"이라며 박주호에 대한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주호의 폭로는 충격 그 자체였다. 그는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전력강화위원으로 지난 5개월 동안 20차례 회의에 참석했지만 홍명보 감독 내정 사실은 정말 몰랐다"며 당황해했다. 이어 "정해성 전 위원장이 그간 해외로 나가 외국 감독들을 왜 만났는지 모르겠다. 도대체 설명을 할 수가 없다"며 "이건 절차가 아니다. 절차 안에서 이뤄진 게 아무것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이 이사가 전날 홍 감독 선임 관련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내용과 정면으로 배치됐다. 이 이사는 기자회견에서 "전력강화위를 존중하고 절차를 이어갔다"며 절차적 정당성을 강조했다. 그는 "사퇴한 위원을 제외하고 5명의 위원을 개별적으로 만나 '최종 결정을 해도 되느냐'는 질문을 하고 동의를 얻어 결정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대표팀 감독은 전력강화위 추천으로 이사회에서 결정하며, 이사회에서 결정된다면 법률상 문제가 없다는 것을 (협회 내) 법무팀을 통해 확인했다. 의혹으로 제기되는 부분은 동의할 수 없으며, 투명하게 절차대로 했다"고 거듭 피력했다.

그러나 여론은 박주호의 폭로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자신의 신분을 온전히 밝혀 전력강화위원으로 활동한 내용을 솔직하게 고백했을 뿐만 아니라, 지난 2월 위원으로 위촉된 후 '비밀 유지 협약서'에 서명, 위험을 감수하고 내부 사정을 공개했기 때문이다. 축구팬들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축구협회가 법적 조치를 한다는 것 자체가 박주호의 말이 사실이라는 걸 인정하는 것", "전력강화위 회의 중에 실시간으로 언론에 정보 유출한 위원들은 어떻게 되는 건가. 그들도 조사해서 공평하게 법적 대응하라", "축구협회가 일을 키울수록 불리해질 것" 등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축구협회가 애초에 그린 '어감홍(어차피 대표팀 감독은 홍명보)'을 실현시킨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축구협회의 실세로 알려진 이석재 수석부회장이 지난 2월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 경질 관련 임원회의에서 "한국인 감독과 한국인 전력강화위원장을 선임하자"고 한 발언이 재조명되고 있다. 이미 축구협회가 홍 감독 선임이라는 밑그림을 그려두고, 요식행위로 외국인 감독을 추천받은 것 아니냐는 의심을 거둘 수 없어서다. 홍 감독은 클린스만 감독 경질 이후 '새 사령탑 후보 1순위'로 꼽혀왔다.

이 때문에 축구계에 퍼진 '홍명보 국대 감독, 김도훈 울산 감독' 부임설도 주목받고 있다. 축구협회와 울산은 현대가(家)와 연결된 공통분모가 있다. 박주호는 "(대표팀 사령탑이) 홍 감독 쪽으로 흘러가는 게 내부에서 있긴 했다. 하지만 홍 감독이 안 한다고 해서 분명히 다른 대안이 있을 거라 봤다"면서 "지난 5개월 동안 무얼 했나 싶다. 너무 허무하다"고 토로했다.


강은영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