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 협상이 군사작전 성과? 회담 도중 가자 공세 강화하는 이스라엘

하마스 "협상 원점 될 것" 엄포 불구
이, 가자 전역에서 지상 공세 퍼부어
"하마스 궤멸하면 평화 온다" 인식 탓

이스라엘군 병사들이 8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국경에서 경계 업무를 서며 이동하고 있다. 철창 너머로 폐허가 된 가자지구 전경이 보인다. AP 연합뉴스

휴전 협상을 앞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최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협상 조건을 완화하자 '군사 작전 압박이 통한 결과'라며 되레 공격 수위를 높인 것으로 해석된다. 하마스는 "협상이 원점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열흘 개전 이래 가장 격렬한 포격"

8일(현지 시간) 미국 CNN방송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방위군(IDF)은 최근 열흘 사이 가자지구 전역에 공습을 퍼붓고 있다. 지난달 군사력을 집중했던 가자 남부뿐 아니라 중부 도시 슈자이야, 북부 가자시티 등 모든 지역에서 전방위 공세를 쏟아내고 있다고 방송은 설명했다. 특히 병원·학교 등 인도주의 시설마저도 '적색 지역'으로 분류돼 운영을 전면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BBC방송도 "지난해 10월 7일 개전 이래 가장 강렬한 포격"이라고 평가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잔당을 소탕하기 위해 이 같은 동시다발적 공격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이스라엘은 지난해 10월 말 가자지구에서 지상전을 개시한 이후 북부 지역부터 단계적으로 점령해 내려가는 전술을 썼는데, 이제는 하마스 잔당들이 가자 곳곳에 흩어져 게릴라 작전을 이어가 광범위한 군사 작전이 필요해졌다는 논리다.

IDF는 성명에서 "하마스 대원 관련 첩보를 입수한 뒤 가자시티에서 새로운 작전을 개시했다"고 밝혔다.

팔레스타인인들이 8일 가자지구 북부 도시 가자시티에서 폐허가 돼버린 건물들을 둘러보고 있다. 가자시티=AFP 연합뉴스

문제는 이 같은 공세가 최근 겨우 불씨를 살린 휴전 및 인질 석방 협상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점이다. 앞서 양측은 수개월간 협상 교착 상태를 이어 오다가 이달 초 하마스가 '이스라엘군 전면 철수' 요구를 철회하면서 대화를 재개했다. 특히 이스라엘은 이달 9일부터 카타르 수도 도하에서 중재국인 미국 이집트 카타르와 휴전안 세부 사안을 논의할 계획인데, 과열된 전쟁 양상이 협상을 무너뜨릴 수 있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하마스 정치지도자인 이스마일 하니예는 이날 "(이스라엘군 공세가) 비극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네타냐후(이스라엘 총리)와 그의 군대는 전적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극우 "하마스 휴전 간청… 목 더 졸라야"

이스라엘군 병사들이 8일 이스라엘 남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접경 지역에서 이동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이스라엘은 이 같은 경고에 아랑곳하지 않는 분위기다. 애초에 하마스가 휴전 문턱을 낮춘 것은 IDF 작전 탓에 생명의 위협을 느낀 결과이며, 설령 협상을 하더라도 '하마스 궤멸'이라는 전쟁 목표를 달성해야만 진정한 평화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네타냐후 총리 내각, 특히 극우 인사들의 인식이기 때문이다.

네타냐후 정권 극우파인 베잘렐 스모트리히 이스라엘 재무장관은 엑스(X)에 "하마스는 휴전을 간청하고 있다"며 "지금은 적을 짓무너뜨릴 때까지 목을 졸라야 하는 시간"이라고 주장했다.

다시 불붙은 포화에 가자 주민들은 속이 탄다. 유엔은 최근 이스라엘 측 대피령 탓에 가자지구 학교 60곳과 병원·의료시설 10곳이 영향을 받았고 인도주의 참사가 이어지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스라엘 야당 지도자인 야이르 라피드 전 총리도 전날 "(네타냐후 총리의 강경한 기조가) 인질 목숨이 달린 협상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가"라고 질타했다.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