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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홍명보에 "두고 보자"는 팬들… 무엇이 그들을 분노케 했나

입력
2024.07.09 15:28
수정
2024.07.09 16:1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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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 뒤편에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 감독의 선임을 규탄하는 근조 화환이 놓여 있다. 뉴시스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 뒤편에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 감독의 선임을 규탄하는 근조 화환이 놓여 있다. 뉴시스


몇 시간 사이 입장을 바꿔 A대표팀에 승선한 홍명보 울산HD 감독을 향해 팬들이 거침없는 분노를 퍼붓고 있다. 일각에선 "가만두지 않겠다"거나 "두고 보자"는 식의 으름장을 놓는 등 비난의 수위를 더해가고 있다.

울산은 10일 울산 문수경기장에서 광주FC와 하나은행 K리그1 2024 22라운드 홈경기를 치른다. A대표팀 감독 내정 발표 후 첫 경기로, 홍 감독의 고별 무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아직 별도 입장을 내지 않고 있는 홍 감독도 이날 경기 전후 인터뷰를 통해 팬들을 달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팬들의 입장은 강경하다. 떠나는 홍 감독을 지지하거나 응원하기보다 배신감을 토로하며 비난하는 분위기다. 대한축구협회가 있는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 근조화환을 보내는가 하면 협회 공식 SNS 계정에 협회 무능과 홍 감독을 향한 비판 댓글을 5,000개 넘게 달고 있다. 울산 서포터스 '처용전사' 공식 SNS 계정에도 "가서 어디 한번 잘 해보라"거나 "팬심을 종이쪼가리 취급하는 감독에게 뭘 기대하겠느냐", "팬들을 기만하고 조롱했다"는 등의 댓글이 수백 개에 달한다.

A대표팀 감독에 내정된 홍명보 울산HD 감독. 연합뉴스

A대표팀 감독에 내정된 홍명보 울산HD 감독. 연합뉴스


"팬들 안심하라"더니 순식간에 입장 바꿔

상황이 이렇게 된 데는 홍 감독의 태도변화가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홍 감독은 올해 초 위르겐 클린스만 전 A대표팀 감독이 경질되자 차기 A대표팀 사령탑 1순위 후보로 언론에 오르내렸다. 당시 홍 감독은 K리그 미디어데이에 참석해 "내 의지와 상관없이 차기로 거론되고 있다"며 "팬들이 시위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힘들고, 이런 문제로 대립하는 게 안타깝다"는 심정을 털어놨다. 개막 직후엔 구단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아무래도 10년 전 이 위치(A대표팀 감독)에서 한 번 아픔이 있었는데, 그런 것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내 이름을 거론하는 걸 보고 '이 사람들이 예의가 없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며 불편한 기색을 여과 없이 드러내기도 했다.

차기 A대표팀 감독 선임이 임박했던 지난달 30일에는 포항과의 경기에 앞서 취재진에 "그동안 내 스탠스는 항상 같았다. 우리 팬들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팬들을 안심시켰다. 급기야 이달 5일 수원FC 경기 전까지도 홍 감독은 "이임생 기술총괄이사와 만날 생각이 없다"며 "어느 얘기도 들은 바 없고, 고민도 해보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홍 감독은 이날 밤 11시 이 총괄이사를 만났고, 다음 날 오전 감독직을 수락했다.

울산 HD 홍명보(왼쪽) 감독과 김기희가 2월 26일 오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24 K리그 개막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리그 3연패 도전을 공언하며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울산 HD 홍명보(왼쪽) 감독과 김기희가 2월 26일 오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24 K리그 개막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리그 3연패 도전을 공언하며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협회 독소 조항, 다시 도마에

이번 일을 계기로 '협회의 프로 감독 빼오기' 논란도 재점화될 전망이다. 협회 축구국가대표팀 운영규정에 따르면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된 자가 구단에 속해 있을 경우, 소속 구단의 장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이에 응해야 한다. K리그1, 코리아컵 우승 경쟁에 한창 열을 올리던 울산이 하루아침에 사령탑을 잃고도 저항하지 못하는 건 이 때문이다. 전날 일본 닛칸스포츠도 해당 규정을 "세계에서 보기 드문 규정"이라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한 축구계 관계자는 "시즌이 끝나고 재정비하는 기간이면 모를까 시즌 시작 직전이나 시즌 도중에 감독을 빼가는 건 구단도, 선수도, 팬도 타격이 너무 크다"며 "이참에 규정을 없애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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