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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을 건너 하늘을 걷다... 한반도 품은 호수 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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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한 하천을 가로지르는 돌다리 위에 올라선 트럭 한 대, 오래전 선보인 어느 택배회사의 광고 이미지다. 주인공은 진천 농다리, 차량이 다닐 수 없는 다리인데 홍보물에 차용한 이유를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전국 어디나 신속하게 배달한다는 걸 부각하는 동시에 오랜 세월 노하우를 쌓은 택배회사라는 이미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다. 주변 경관이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는 것도 고려했을 듯하다. 아무리 멋진 돌다리라도 진천까지 가서 그것만 보고 돌아서기는 아쉽다. 해당 지자체도 그 부분을 놓칠 리 없다. 다리 주변과 언덕 너머 호수까지 범위를 넓히면 한나절 풍경여행, 걷기여행으로 손색이 없다.
진천 농다리는 중부고속도로에서도 보이는 곳에 위치한다. 접근이 쉬운 데다 지난 4월 예능 프로그램 ‘1박 2일’에 소개되며 방문객이 부쩍 늘었다. 다리 입구 굴티마을 주차장에 더해 강가에 또 넓은 주차장을 마련해 놓았다.
굴티마을 주차장에는 마을의 오랜 자랑인 농다리 유래비, 복원 사적비, 상산 임씨 천년 세거지임을 알리는 비석이 나란히 세워져 있다. 1932년 간행한 ‘상산지(常山誌)’에는 농다리를 '고려 고종 때 임장군이 축조하였다고 전해진다'고 기록돼 있다. 전해지는 기록이니 사실보다는 전설에 가깝다. 임장군 임연은 매일 아침 세금천(현 미호강)에서 세수를 했는데, 어느 몹시 추운 겨울날 하천 건너편에서 젊은 부인이 아버지의 임종 소식을 듣고 친정에 가기 위해 내를 건너려 하고 있었다. 임장군은 여인의 지극한 효성을 배려해 즉시 용마로 돌을 실어 날라 하루아침에 다리를 놓아 부인이 무사히 건너도록 했다는 이야기다. 고려 초기라는 것을 빼면 명확한 기록은 없는 셈이다.
그럼에도 다리는 정교한 과학적, 철학적 원리를 담고 있다. 길흉화복을 점치는 오행에 근거해 교각 수는 28개 별자리에 맞췄다. 오랜 세월이 지나며 4개 교각이 유실돼 현재는 24개가 남았다. 농다리는 굵은 바윗돌을 일정한 간격으로 놓은 징검다리와도 다르다. 붉은빛을 띠는 사력암을 물고기 비늘처럼 쌓은 교각에 상판석을 얹은 구조다. 교각은 여러 개의 돌 뿌리가 서로 물리도록 쌓고, 웬만한 유속에도 견딜 수 있도록 위로 갈수록 폭과 두께가 좁아진다. 국내에 비슷한 예가 없는 독특한 구조물이다. 상판석은 특별히 선별해 미적 감각을 살렸다. 위에서 보면 일직선이 아니라 용이 꿈틀대는 것처럼 살짝 휘어져 있다.
이름난 관광지가 그렇듯 천년 돌다리는 주변 환경을 크게 바꿔 놓았다. 농다리 상류에 물이 불어도 건널 수 있는 부교와 징검다리를 새로 놓았고, 다리 건너편에는 절벽에서 떨어지는 인공폭포를 가설했다. 폭포에서 상류 쪽으로 산책로가 연결돼 있는데,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가 터널을 이루며 넉넉한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다만 고속도로 바로 옆이어서 소음을 피할 수 없는 건 큰 단점이다.
농다리의 나비효과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농다리에서 낮은 언덕을 넘으면 초평호다. 충북에서 가장 큰 저수지로 진천과 청주를 비롯한 인근 농지와 공단에 물을 공급하고 있다. 잉어, 가물치, 붕어, 뱀장어 등이 서식하는 전국에서 손꼽히는 낚시터이기도 하다.
천년의 신비를 간직한 농다리에서 시작하는 산책로는 초롱길로 불린다. 호수로 이어지는 용고개에 돌무더기가 쌓여 있는데, 당집은 없고 성황당 전설이 남아 있다. 물속에 잠긴 화산마을의 마음씨 고약한 부자, 가난하지만 인정 넘치는 이웃, 이들에게 인과응보를 시연한 스님의 이야기다.
고개를 넘으면 호수 가장자리를 따라 수변 탐방로가 깔끔하게 정비돼 있다. 왼편으로 가면 하늘다리, 오른편으로 방향을 잡으면 최근에 개통한 ‘미르309’ 출렁다리다. 두 교량 모두 초평호를 가로지르는 관광용 도보 다리지만 구조가 다르다. 양쪽 교각을 연결한 하늘다리가 안정감 있는 데 비해, 출렁다리는 교각 없이 호수 양편 산자락을 연결해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출렁거림이 심하다. 발아래로 하늘과 구름을 담은 호숫물이 고스란히 비쳐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이라면 건너기가 쉽지 않다.
수변 탐방로는 호수 양편으로 두 다리를 연결한다. 일부 경사 구간이 있지만 대부분 평탄한 덱 산책로여서 걷는 데에 무리가 없다. 탐방로를 덮은 나무그늘 사이로 녹음이 우거진 산자락이 잔잔한 수면에 데칼코마니로 비친다. 눈도 마음도 맑고 깨끗해지는 길이다. 농다리에서 출발해 출렁다리, 하늘다리를 거쳐 호수를 한 바퀴 돌아오면 약 4.5km, 1시간 30분에서 2시간가량 걸린다.
인근 두타산(598m)에 오르면 초평호와 주변 풍광을 시원하게 조망할 수 있다. 호수에 둘러싸인 모습에서 이름을 딴 이른바 ‘한반도 지형 전망대’다. 중국 대륙 아래로 한반도와 제주도, 일본 열도가 늘어선 것처럼 보인다. 높이는 다소 아쉬워 '국내에서 한반도 지형과 가장 닮은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자랑은 과장된 편이다. 그럼에도 드넓게 펼쳐진 호수와 평야, 물 위에 둥둥 떠 있는 낚시 좌대가 어우러져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하다. 전망대까지 평일엔 차로 갈 수 있지만 주말에는 셔틀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경사와 굴곡이 심하고 교행이 불가능한 구간이 많아 운전에 조심해야 한다.
한반도 지형 전망대가 위치한 두타산은 진천과 증평의 경계다. 능선 남쪽 진천 초평면은 사실상 증평 생활권이다. 두타산 동쪽 능선에는 증평이 자랑하는 에듀팜 관광단지가 자리 잡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세종충북지사가 올해 강소형 잠재관광지로 선정한 곳이다. 산중 저수지인 원남제를 끼고 있는 복합휴양지로 벨포레리조트라는 명칭으로 더 알려져 있다.
중부권 최대 규모인 300만㎡ 관광단지는 익스트림루지, 양몰이 목장, 모토아레나, 미디어아트센터, 콘도, 반려견 산책로와 놀이터 등 다양한 레저 시설을 갖추고 있다. 양몰이 시범이 펼쳐지는 목장과 인근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풍광이 특히 그만이다. 산과 호수가 어우러진 모습이 이름대로 ‘아름다운(belle) 숲(foret)’이다.
최고 인기 시설은 익스트림루지 체험. 무동력 카트를 타고 산길을 내달리는 2개 코스가 있다. 아웃코스(약 1.5km)는 경치를 즐기는 이들에게 적합하고, 인코스(약 1.4km)는 짜릿한 속도감을 즐기는 이들이 선호한다. 현재 인코스만 운영 중이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공식 인증을 받은 국제카트경기장 모토아레나는 속도감을 즐기려는 이들에게 최적의 시설이다. 다이내믹하게 휘어지는 트랙에서 레저카트, 레이싱카트, 모터사이클, 자전거, 롤러블레이드까지 다양한 레이싱을 즐길 수 있다.
요즘은 반려견 전용 객실과 놀이터, 산책로를 갖춘 펫포레가 인기다. 투숙객은 무료로, 일반 이용객은 주말과 공휴일에 유료 입장이 가능하다. 입구에서 반려동물 탑승을 확인하면 차량 진입이 가능하며, 정해진 동선으로만 이동해야 한다.
증평 남쪽의 좌구산자연휴양림은 입장료가 없어 부담 없이 자연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산 중턱 명상구름다리를 중심으로 계곡 위아래로 탐방로가 잘 갖춰져 있다. 명상의집에서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아로마족욕, 꽃차 마시기, 공예체험을 즐길 수 있다. 휴양림 꼭대기 좌구산천문대는 예약으로 천체 투영실 영상과 스페이스랩(SPACELAB) 전시실 관람, 천체망원경 태양 관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특히 356mm 굴절망원경은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그윽한 역사의 향기를 느끼고 싶다면 증평 추성산성을 추천한다. 지방에서 가장 규모가 큰 한성백제 시기 토성이다. 아직 관광지로 알려지지 않아 찾는 사람이 드물지만, 성벽을 중심으로 전망대와 탐방로가 깔끔하게 정비돼 있다. 증평읍 미암리 1043번지, 증평산단로 도로변에 차를 대고 산길로 10분가량 걸으면 남문 터에 닿는다. 전망대에 오르면 증평읍과 청주 시내까지 평원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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